▲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의 행보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가 보인 외교행보를 고려하면 임기 내 한중 정상회담을 보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지난 4일 대통령실은 오는 5월에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연례적으로 개최되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코로나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정상회담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핵을 둘러싸고 한반도 외교에서 매우 중요한 행위자인 것과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경제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그렇다면, 북핵위기를 포함한 동아시아 역내 평화와 같은 정치적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현재 무역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실리적 차원의 정상회담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중대사관이 중국 외교부와 물밑접촉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정재호 주중대사는 부하 갑질 의혹에 이어 김영란법 위반 의혹으로 신고되어 현재 외교부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 사건에 이어 이번 정재호 주중대사 사건까지, 외교의 최전선에서 양국의 외교를 원활하게 해야 할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한중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두 번의 좋은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개막식에서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원정 오염수 방류 이슈로 참석을 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막식 참석을 타진했다고 한다. 비록 기시다의 불참으로 인한 중국 측의 제안이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냉랭한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스포츠라는 매개로 양국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개막식에 한덕수 총리를 대신 보냈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다.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들이 매년 11월 모여 지역 현안들을 논의하는 다자회담이다. 과거와 달리 탈냉전 이후 이 같은 다자간 회담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각국의 외교라인은 이 같은 다자회담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 전략 가운데 하나가 회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회담에 참여한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가지는 것이다.
한 국가의 수반이 공식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슈를 조율하는 것도 어렵지만,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이 같은 다자회담은 일정을 조율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장이 된다. 실제 이 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는 16일 전체회의 세션 직전 3분 정도 환담을 나눈 것이 전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시간이 모자랐다"라고 해명했으나, 그보다는 대통령이 만나기 싫었거나 이 같은 다자회담을 준비하는 외교라인의 무능이 낳은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소 무리해 보이지만, 필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보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외교란,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것이다. 미국, 일본과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그런 외교가 아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외교 말이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언사를 고려하면, 그가 개인적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는 그런 개인적인 감정에 기반해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유럽 내에서도 가장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을 강조하는 독일이 왜 중국을 방문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8년부터 8년 동안 사민당 출신의 독일의 총리였던 슈뢰더는 중국을 6번 방문했고, 2005년부터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었던 메르켈 총리는 무려 12번이나 중국을 찾았다. 이번 숄츠 총리를 포함해 그들은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되,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존심을 세우며 국민의 삶을 힘들게 할 것이 아니라,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한다. 그게 리더고, 외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