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중인 파스퇴르
위키미디어 공용
효모는 세균과 다르다. 박테리아로 불리는 세균은 원핵생물이다. 원핵생물은 세포막이 없다. 따라서 핵이 없고 1개의 DNA를 가진 염색체가 세포질 내에 존재한다. 무성 생식을 하며 단순 분열로 번식한다. 환경과 조건이 맞으면 30분 내에 전 지구를 덮을 수도 있다.
효모는 우리와 같은 진핵생물이다. 유전정보를 보유한 핵과 세포소기관들이 세포막 안에 존재하며 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다. 진핵생물 중 진균류에 속하지만 곰팡이와 또 달라 핵과 소기관을 그대로 복제하는 체세포 분열을 통해 번식한다. 그 모양이 싹이 트는 듯하여 출아(出芽) 또는 버딩(budding)으로 부른다. 난형 또는 구형이며 세균보다 커서 고배율의 현미경이 없어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효모는 세균보다 훨씬 고등생물이다. 세균으로 착각하면 효모가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효모든 세균이든 생존과 번식을 한다. 먹이 활동과 생존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에 인간은 발효와 부패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에게 유리하면 발효, 불리하면 부패,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이었다.
김치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조상은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항아리에 담은 후 땅속에 묻었다. 산소가 차단된 항아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녀석은 젖산균이었다. 젖산균은 산소가 없는 혐기적 환경에서 배추를 먹고 젖산과 이산화탄소를 내뱉었다.
젖산은 다른 유해균의 접근을 막고 적절한 산미를 부여했다. 게다가 배추 켜켜이 쌓인 탄산은 김치에 아삭함을 선사했다. 젖산균이 행한 이 모든 과정을 젖산 발효라고 한다. 우리는 적당한 산미와 식감을 가진 김치를 익었다며 좋아하는 반면 시간이 지나 젖산 가득하고 탄산이 빠진 김치를 시었다고 평가한다.
맥주는 김치와 미생물, 과정, 결과 모두 다르지만 역시 발효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발효의 주인공은 균이 아니라 효모다. 효모는 독특하다.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당을 먹고 인간처럼 이산화탄소와 물을 뱉으며 번식하지만 산소가 사라지면 곧바로 생존 모드에 돌입한다. 당을 먹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알코올이다.
이렇게 혐기적 환경에서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것을 알코올 발효라고 한다. 기특한 건, 알코올 중에서도 메탄올이 아닌 에탄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탄소(C)가 하나만 덜 붙었어도 술이란 단어는 인간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20세기 이전 맥주는 물보다 안전했다. 칼로리가 되어 힘도 솟게 했다. 1800년대 중반까지 영국에서는 아침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맥주로 하루를 시작했다. 물론 알코올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무지했을 때 이야기다. 그나마 맥주는 과일발효주나 증류주에 비해 낮은 알코올을 품고 있어 큰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었다.
두 효모가 선물한 두 가지 선물, 에일과 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