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일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방류를 앞둔 20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 방류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산케이 리서치 데이터'가 지난 8월 7일 발표한, 응답자 개인의 지지/비지지와 상관없이 기시다 내각 하락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란 특별여론조사(복수응답 가능, 전국 성인남녀1628명)에 따르면 '마이넘버카드를 둘러싼 혼란'이 66.5%로 하락 원인 1위를 차지했다. '세금이 늘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49.6%, '인플레이션 대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가 47.6%, '자민당 의원 등 총리 주변 인사들을 신용할 수 없다'가 41.3%, 'LGBT 법안의 성립'이 38.3%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하락 원인들을, 현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으론 쉽게 타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플레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체감 인플레를 상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해결책은 실질임금의 상승이지만, 올해 8월 일본의 실질임금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6%p 감소했고, 이로써 15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일반 가정의 공과금 지출을 줄이고자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실시 중인 '격변완화대책사업'은 9월부터 소비전력 1kW당 7엔 지원이 3.5엔으로, 도시가스 입방미터당 30엔이 15엔으로 각각 줄어들었으며 이마저 10월 이후에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엔저 현상도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엔이 약하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는 생필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일본은행은 달러당 144엔에 도달할 경우, 보유 달러성 자산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통화시장에 개입해 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결국 8월부터는 손을 놔 버렸고, 다른 방안을 찾는 사이에 23일 현재 달러당 145~146엔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기시다 총리가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주변 인사 스캔들에 대해 성실히 대응하고, 때에 따라선 경질, 해임 등 적절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부분에 관해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기하라 세이지 내각부 부장관의 아내를 둘러싼 미제 살인사건 스캔들이다. 특종제조기 <주간문춘>이 근 한 달여 동안 상당히 구체적으로 다뤄 사건의 개요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특히 7월 13일호에선 기하라 부장관의 "내가 없었으면 와이프는 벌써 연행됐지"라는 음성파일까지 등장하면서, 자신의 아내가 17년 전 발생했던 미제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란 사실을 그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물론 기하라 부장관은 철저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리 마사코 참의원의 '브라이덜 스캔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총리 보좌관으로서 '여성 활약 담당'을 맡고 있는 그가 최근 '결혼식 보조금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진했기 때문이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SNS는 난리가 났다. 저출산을 결혼식과 관계짓는 그 단편적인 사고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뤘다. 모리 의원은 "정책 의도가 곡해됐다"며 "외국인들의 결혼식을 일본에 유치하자는 뜻이었고, 그럴 경우 일정 정도 지원을 하자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리 의원이 결혼식 식장 업체로부터 후원금 100만 엔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지금도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기하라 부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기시다 총리는 묵묵부답이다.
기시다 총리는 어쩌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통해, 12년간 그 어느 누구도 아무도 못했던 '결단'을 내렸다는 어필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방류를 계기로 지지율이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로 지지율이 반짝 상승했던 경험도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어차피 일본 국내적 상황은 비슷하니까 말이다.
기시다 총리가 내린 이번 '결단'이 몇 십년, 몇 백년 후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 그리고 미래 세대의 삶과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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