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31 07:02최종 업데이트 24.05.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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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일본 도쿄 북동쪽 도치기현 나스마치에서 다카라지마 류타로 부부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비닐이 덮여 있다. 연합뉴스
    
"사건 발생하고 2주 동안 동네 자체가 좀 그랬어. 살벌하다고 할까 긴장이 흐른다고나 할까. 매일같이 사복경찰들이 돌아다녔으니…"(우에노 15년 차 호객꾼)

지난 한 달간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카라지마 류타로 부부 살인 사건'이 5월 27일 용의자 6명에 대한 도쿄지검의 기소(사체유기 및 사체손괴 혐의)로 막을 내렸다. 아직 재판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 살인을 누가 저질렀는지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6명 외 다른 용의자는 없는 것으로 보여 더 이상 사건의 여파가 커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제대로 밝히지 않았지만, 살해당한 다카라지마 부부는 귀화한 조선족 출신으로 도쿄 우에노 바닥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30년 전 우에노에 정착해 2023년 현재 직접 운영하는 야키니꾸 가게와 선술집(이자카야)이 14개, 지분 투자한 가게가 3개에 이를 정도로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다.

우에노에서 15년을 보낸 기자 역시 직접적인 친분은 없어도 얼굴은 알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성공한 사업가면서도 매일 자전거를 타고 오카치마치역과 우에노역을 잇는 야마노테센 선로 아래 늘어선 자신의 가게를 둘러보며 때로는 호객행위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명물사장부부'로 이름이 높았다. 그랬던 그들이 4월 16일 새벽 도치기현 나스마치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 뉴스는 곧 일본 전국을 휩쓸었다. 관심이 집중된 가장 큰 이유는 사체 발견 당시 모습 때문이었다. 인적이 드물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종종 지나다니는 나지막한 산길 옆 공터에서 발견된 그들의 얼굴엔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고 손발은 묶여 있었다. 서로 교차된 형태로 몸이 포개진 채 마치 사람들에게 쉽게 발견되길 원한다는 듯 사체에 불도 피워 놓았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즉 협박성이 다분한 살해 방법이었기에 사체 발견 직후 온갖 억측이 나돌았다.

"이권 다툼이겠지. 그 친구 잘나가는 거 꼴 보기 싫어하는 녀석들도 많았으니까."(재일동포 2세)

"살해 방법이 일본 야쿠자는 아닌 거 같고 중국 쪽 마피아 같은데… 원한이라도 사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장님보다 사모님 쪽이 괄괄하다고 해야 하나, 다른 가게 손님도 자기 쪽으로 뺏기도 하고 그래서 솔직히 다른 가게 사람들한텐 평판이 안 좋긴 했죠."(일본인 호객꾼)


20일 만에 검거된 용의자 6명
 
지지통신이 보도한 다카라지마 부부 살해사건 용의자 6명의 관계도. 왼쪽 위가 주모자이자 최초 지령자인 세키네 세이하. 오른쪽 아래 두명이 실행범 강광기와 와카야마 기라토. 지지통신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던 이 사건은 금세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기소된 6명 중 중간책에 해당하는 히라야마 료켄(25, 건설업)이 다음날 경찰서로 자진 출두한 것이다. 이 모습에 대해 일본 언더그라운드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마치다 다이스케(41, 유흥업)는 기자에게 "전형적인 야쿠자들의 꼬리 자르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딴판으로 흘러간다. 중간책이었던 히라야마는 순순히 자신에게 일을 줬던 사사키 히카루(28, 무직), 그리고 자신의 차를 빌려주면서 시신 처리를 명령한 두 명의 실행범 강광기(20, 무직/한국적)와 아역배우 출신 와카야마 기라토(20)를 언급했다. 결국 최초 지령자인 세키네 세이야(32)와 그의 친구인 마에다 아쓰시(36, 부동산업)까지 6명이 사건 발생 20일 만에 모두 검거됐다.

살인사건의 이유도 모두가 예상했던 야쿠자나 중국 마피아 간의 이권 다툼이 아닌 가족 간의 알력으로 드러났다. 최초 지령자인 세키네가 다카라지마 부부의 외동딸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며 열서너 곳에 이르는 가게의 매니저를 담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시청 조사 결과 세키네는 점포 운영에 따른 가치관 차이 및 다카라지마 부부의 자신에 대한 모멸적, 배신적 행동 때문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경찰 조사를 통해 이들이 서로의 본명을 모를뿐더러 닉네임이나 이름만으로 부른다는 사실, 그리고 최초 지령자 세키네와 최초 자수자 히라야마 및 나스마치까지 부부 사체를 옮겼던 2명의 실행범은 일면식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히라야마는 자신이 직접 일을 시킨 강광기와 와카야마 기라토의 본명을 모르며 시부야의 한 클럽에서 오다가다 알게 된 사이라고 진술했다. 즉 얼굴 정도만 아는 이들끼리 만나 일반인을 스스럼 없이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것이다. 마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던 '루피 강도단'과 유사
     
하지만 서로를 모르면서 단지 금전적 이득만으로 범죄를 공모하는 이런 류의 사건이 최근 일본에 꽤 많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다는 "(다카라지마 부부 살해범들이) 시부야에서 만났고 보수를 현금으로 지불했다는 것만 다를 뿐 형태는 '루피 강도단'과 비슷하다"면서 "'어둠의 사이트(闇サイト)'를 통해 실행범을 모집하고 비트코인으로 보수를 줬으면 아마 미제사건이 됐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루피 강도단'은 2022년 5월부터 2023년 1월까지 8개월 동안 일본 각지에서 최소 10건, 최대 18건에 이르는 흉악 강도 범죄를 일으켜 당시 코로나 시국이었던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들의 강도행각이 밝혀졌을 때 물론 수법이 잔학하고 대담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월평균 2회에 이르는 강도 범죄를, 그것도 외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던 시기에 어떻게 전국적으로 행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023년 2월 루피 강도단 두목이었던 와타나베 유키(39)와 간부급 3명이 필리핀에서 강제송환 되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2023년 2월 5일 자 <도쿄신문>에 따르면 와타나베 등은 2018년부터 타이에 거주하면서 약 2년간 보이스피싱으로 약 60억 엔(550억 원)을 편취했다. 특히 와타나베는 2021년 필리핀에서 다른 죄목으로 체포되어 수감됐을 때 조직원 70명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2021년부터 일본에 송환되는 2023년까지 그가 필리핀 입국관리국 시설에 계속 구금돼 있었다는 것이다. 즉 구금 상태에 있던 그가 텔레그램이나 러시아산 메신저 등 일본에서 추적이 불가능한 메신저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고 이름도 실체도 모르는 실행범을 대거 모집해 10건 이상의 흉악한 강도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어둠의 사이트' 통한 범죄 '도쿠류'
 
다카라지마 부부의 점포가 몰려 있어 ‘다카라지마 로드’라고까지 불렸던 일본 도쿄의 우에노 오카치마치역전거리.박철현

일본 사회에서는 전례가 없던 범죄 형태로 인해 사건이 널리 알려진 이후 '어둠의 사이트'를 통한 범죄행각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3년 7월 일본 경찰청은 이러한 류의 사건에 대해 '익명/유동형범죄그룹'(이하 '도쿠류', 익명유동형의 첫글자를 딴 일본어 약자)으로 명명하고 "이 범죄그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집된 이들의 느슨한 융합체로 이합집산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조직"으로 정의했다.

보스를 정점으로 모이는 실체가 뚜렷한 기존 범죄조직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그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범죄조직이라고 경찰청이 토로한 셈이다.

실제로 특수사기(보이스피싱) 및 어둠의 사이트를 통해 모집된 젊은 세대의 강도 사건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2024년 3월 현재 긴자 보석가게 강탈, 스기나미구 1억 9000만 엔 현금강탈사건 등 대범한 강도 사건으로 일본 와이드쇼를 점령하기도 했다.

이러한 강도 사건(누적 검거자 197명) 외에도 '도쿠류'는 마약 거래(2292명), 보이스피싱(6170명), 여권 위조 및 사채(1721명) 등 불과 3년 만에 일본 사회의 범죄지형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다카라지마 부부 살해 사건은 지시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들 사건과는 다르다. 하지만 실제로 행해진 사건 자체만 보자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다가다 술집에서 만난 이제 막 성인이 된 스무 살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고 그들은 이 제의를 받아들여 스스럼없이 살인을 저질렀다. 도쿠류라는 실체 파악이 힘든 유령 같은 조직이 텔레그램에 모여 범죄를 모의하고 강도행각을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그들은 대부분 20대이다.

과연 일본 사회가 이런 형태의 범죄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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