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통신이 보도한 다카라지마 부부 살해사건 용의자 6명의 관계도. 왼쪽 위가 주모자이자 최초 지령자인 세키네 세이하. 오른쪽 아래 두명이 실행범 강광기와 와카야마 기라토.
지지통신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던 이 사건은 금세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기소된 6명 중 중간책에 해당하는 히라야마 료켄(25, 건설업)이 다음날 경찰서로 자진 출두한 것이다. 이 모습에 대해 일본 언더그라운드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마치다 다이스케(41, 유흥업)는 기자에게 "전형적인 야쿠자들의 꼬리 자르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딴판으로 흘러간다. 중간책이었던 히라야마는 순순히 자신에게 일을 줬던 사사키 히카루(28, 무직), 그리고 자신의 차를 빌려주면서 시신 처리를 명령한 두 명의 실행범 강광기(20, 무직/한국적)와 아역배우 출신 와카야마 기라토(20)를 언급했다. 결국 최초 지령자인 세키네 세이야(32)와 그의 친구인 마에다 아쓰시(36, 부동산업)까지 6명이 사건 발생 20일 만에 모두 검거됐다.
살인사건의 이유도 모두가 예상했던 야쿠자나 중국 마피아 간의 이권 다툼이 아닌 가족 간의 알력으로 드러났다. 최초 지령자인 세키네가 다카라지마 부부의 외동딸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며 열서너 곳에 이르는 가게의 매니저를 담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시청 조사 결과 세키네는 점포 운영에 따른 가치관 차이 및 다카라지마 부부의 자신에 대한 모멸적, 배신적 행동 때문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경찰 조사를 통해 이들이 서로의 본명을 모를뿐더러 닉네임이나 이름만으로 부른다는 사실, 그리고 최초 지령자 세키네와 최초 자수자 히라야마 및 나스마치까지 부부 사체를 옮겼던 2명의 실행범은 일면식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히라야마는 자신이 직접 일을 시킨 강광기와 와카야마 기라토의 본명을 모르며 시부야의 한 클럽에서 오다가다 알게 된 사이라고 진술했다. 즉 얼굴 정도만 아는 이들끼리 만나 일반인을 스스럼 없이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것이다. 마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던 '루피 강도단'과 유사
하지만 서로를 모르면서 단지 금전적 이득만으로 범죄를 공모하는 이런 류의 사건이 최근 일본에 꽤 많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다는 "(다카라지마 부부 살해범들이) 시부야에서 만났고 보수를 현금으로 지불했다는 것만 다를 뿐 형태는 '루피 강도단'과 비슷하다"면서 "'어둠의 사이트(闇サイト)'를 통해 실행범을 모집하고 비트코인으로 보수를 줬으면 아마 미제사건이 됐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루피 강도단'은 2022년 5월부터 2023년 1월까지 8개월 동안 일본 각지에서 최소 10건, 최대 18건에 이르는 흉악 강도 범죄를 일으켜 당시 코로나 시국이었던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들의 강도행각이 밝혀졌을 때 물론 수법이 잔학하고 대담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월평균 2회에 이르는 강도 범죄를, 그것도 외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던 시기에 어떻게 전국적으로 행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023년 2월 루피 강도단 두목이었던 와타나베 유키(39)와 간부급 3명이 필리핀에서 강제송환 되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2023년 2월 5일 자 <도쿄신문>에 따르면 와타나베 등은 2018년부터 타이에 거주하면서 약 2년간 보이스피싱으로 약 60억 엔(550억 원)을 편취했다. 특히 와타나베는 2021년 필리핀에서 다른 죄목으로 체포되어 수감됐을 때 조직원 70명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2021년부터 일본에 송환되는 2023년까지 그가 필리핀 입국관리국 시설에 계속 구금돼 있었다는 것이다. 즉 구금 상태에 있던 그가 텔레그램이나 러시아산 메신저 등 일본에서 추적이 불가능한 메신저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고 이름도 실체도 모르는 실행범을 대거 모집해 10건 이상의 흉악한 강도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어둠의 사이트' 통한 범죄 '도쿠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