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1 05:04최종 업데이트 23.05.1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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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계 각국의 노년층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노년의 삶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각국의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노인의 경험을 사회가 잘 활용하고 있는지 <오마이뉴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전 세계 노년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4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26일,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 연구소(이하 연구소)는 현재 1억 2500만 명인 총인구가 2070년에는 87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며, 그 중 65세 이상의 고령화 인구 비율이 38.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 시기 외국인 수는 10.8%, 약 94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타의 추종 불허하는 초고령사회

인구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생이다.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아무리 수명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이 없으면 장기적 관점에서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번 총인구 예측치는 2018년 같은 시기에 발표된 8323만 명에 비해 약 370만 명이 증가했다. 관광객을 제외한 외국인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연구소는 5년 단위로 종합한 것을 3년간 정밀하게 계산해 장기추계인구 전망치를 발표한다. 이번에 발표된 각종 수치는 2015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의 상황을 종합한 것이다.

2020년 현재 관광객을 제외한 일본 거주 외국인은 총인구의 2.2%에 불과하지만 2070년에는 10.8%까지 늘어날 것이므로 총인구는 2018년의 8323만 명(2015년 기준) 보다 증가한 87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이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 

일본은 2021년 1.3인 합계출생률이 2070년 1.36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2021년 0.808명)에 비한다면 꽤 양호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다. 고령자의 인구 비율을 38.7%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사람이 적은데 죽을 사람은 많다. 아무리 외국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즉 일본 총인구는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전 세계적 수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령화 사회다. 이미 50년 전부터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손꼽혔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나뉜다. 각각의 기준은 7%, 14%, 20%다.

가령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점하고 있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일본은 고령화, 고령, 초고령 모두, 전 세계 모든 국가/사회를 통틀어 1등으로 진입했다. 고령화사회는 1970년(7.1%), 고령사회는 1994년(14.6%), 초고령사회는 2010년에 달성했다.

2010년 인구통계를 보면 총 인구 1억 2806만 명 가운데 65세부터 74세가 1517만 명, 75세 이상이 1407만 명으로 합계 2924만 명을 기록해 인구수 대비 22.8%를 기록한 것이다.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4월 후생노동성은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에 30%를 돌파하고, 2036년 33.3%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후 고령인구의 증가세는 완만해지지만 이번에 나온 보고서를 보듯 2070년엔 38.7%로 조금이라도 늘면 늘었지 절대 줄어들진 않는다.

일본사회는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2010년을 계기로 여러모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았고, 지금도 그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2010년 전후 무슨 일이
 

지난 4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연례 메이데이 집회에서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회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시기에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라 불리는 '단카이세대(1차 베이비붐, 1947년-1948년 출생자, 당시의 합계출생률 평균치는 4.32)'가 동시 정년퇴직하면서 연금,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고령자 사회보장 예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이 시기를 전후해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 금융사태, 그리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미증유의 금융, 자연재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알려진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보자. 일본정부의 부채 비율은 2002년 처음으로 150%를 초과했다. 2008년까지 150-170%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고, 심지어 2007년에는 전년도 대비 5%포인트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먼 쇼크 이후 다시 재정확장 정책을 폈고, 2010년을 계기로 국가예산이 대폭 늘어나 200%를 넘어섰다.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아베 제2차 내각이 들어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 비율은 매년 GDP 대비 230%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으로 돌입하며 마의 250%까지 깨졌다. 2023년 3월 현재 일본정부의 부채비율은 265%에 달한다.

이 말은 곧 정부가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단 소리다. 국채 수입금으로 직접 주식시장에 개입하고, 예산을 편성한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전통적인 세금(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등)만으로는 예산편성이 불가능하단 뜻이다. 그렇다면 일본정부의 일반회계예산 내역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는 코로나 시국 전의 직전 예산을 보면 특별추경예산을 제외한 일본의 일반회계예산(2020년)은 102조 6598억 엔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회보장관계비'로 35조 8608억 엔(34.9%)에 달한다.

이 항목을 좀 더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연금급부금 12조 5232억 엔(전년도 대비 3.9%포인트 증가), 의료급부금 12조 1546억 엔(2.5%포인트 증가), 개호간병급부금 3조 3838억 엔(5.4%포인트 증가), 이른바 '고령자 대상 3대 급부금 예산 항목'이 28조 616억 엔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이 고령자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더라도 27.4%에 달한다.

혹자는 인구수 분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할 때 27.4%는 그리 많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타당하다는 의견을 펴기도 한다. 나아가 일본 국채는 90% 이상을 일본 국내 개인 및 기관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를 풀어도 국가 부도의 염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백번 양보해 그러한 주장들이 전부 맞다고 가정해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연금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세대 간의 빈부 격차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년퇴직 후 받는 연금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 꼬박꼬박 넣어둔 돈을 이자 쳐서 돌려받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자들이 지금 지급받고 있는 연금에는, 사실상 자식, 손자 세대들이 현재 납입하고 있는 연금도 포함돼 있다.

각 나라의 연금기구는 그렇게 쌓인 연금을 투자금으로 운용해 매월 고령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즉 고령자들이 받는 연금에는 젊은 세대들의 납입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물론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꽤 심각한 저출생 사회이다.

일본은 흔히들 언급하는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합계출생률 '1.54 쇼크'를 이미 1989년에 경험했다.

그 이후 각종 대책을 세워 일시적으로 회복한 적도 있지만 최근 20년간 줄곧 1.30에서 1.4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즉 기존의 사회 유지는 이미 힘들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도 일본 정부의 예산편성을 보면 저출생 대책 예산은 3조 387억 엔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예산도 매년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계속 이렇다면 일본의 저출생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그와 비례해 고령화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인 '연금제도'는 성립될 수가 없다. 일하는 사람이 없는데 연금을 누가 어떻게 낸단 뜻인가.

남자 노인을 위한 나라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한 증권사의 닛케이 225 지수 전광판 앞을 노인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기 때문에 기시다 내각은 연금수급 나이를 기존 '65세'에서 플러스마이너스 5년으로 바꿨다.

202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연금제도는 만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빨리 받는 대신 원래 받을 수 있는 연금액보다 최대 24% 감액된다. 그와 대조적으로 70세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즉 기존 연금 지급 나이인 65세보다 5년을 늦출 경우 최대 42% 증액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5년 빨리 받거나 늦게 받으니 그 금액이 줄거나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던 연금제도에 손댔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기존의 연금제도로는 운용이 안 된다고 실토한 것에 다름없다. 수정 연금제도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근본적인 해결에 뜻이 있다면 저출생, 이민자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 저출생 관련 예산은 고령자 예산의 1/9 수준에 불과하다.

세대 간 빈부격차 문제도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고도성장기, 버블의 수혜를 받은 부유층이다. 부부 연금 액수만 봐도 세대별 평균 25만 엔에 달한다.

반면 현재의 젊은 세대 30-40대는 버블 붕괴 이후 찾아온 '취직빙하기'를 거쳐 '잃어버린 20년'의 한복판을 지내온 세대다. 특히 샐러리맨의 경우 평균 월급이 20년간 변함이 없다. 일본 근현대 역사상 가장 빈곤한 세대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 출산은커녕 제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운 세대다.

역설적이다. 가장 빈곤한 일하는 세대가, 가장 부유한 퇴직 세대를 위해 연금을 납부하고 세금을 낸다. 그렇다고 이들을 위한 지원이 큰 것도 아니다. 젊은 세대 예산이라 불리는 생활부조 등 사회복지비 예산은 4조 2027억 엔, 고용노동재해대책 예산은 불과 395억 엔이다.

결론 짓자면 일본은 노인을 위한 나라이다.

노인의 발언과 영향력이 그 어느 사회보다 높다. 70-80대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집권여당인 자민당 지지세력 역시 남자 고령자들이 압도적이다. 그들의 표를 얻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편다. 젊은 세대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 정치에 관심을 놓고, 휴일에도 일을 한다.

선거날엔 노인들이 다시 투표를 하러 가고 당선된 세습의원들, 나이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다시 편다.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기에, 일본사회의 미래는 장기적으로 본다면 매우 어둡지 않을까 싶다.

한국사회도 일본사회를 반면교사 삼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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