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뽑은 세계 주요 60개 도시의 안전도 순위. 2021년 기준 싱가포르는 3위, 서울은 25위입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윤 대통령의 상반된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함께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지금 여기 원전업계는 전시다.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비상한 각오로 일감과 선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원전 업계 못살린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란 말에 충격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관련기사:
"원전, 안전중시 사고 버려라" 윤석열식 '관료 길들이기' http://omn.kr/1ziwz).
해당 발언 이후 넉 달 만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서 156명의 무고한 시민이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그 네 달 사이에도 강남지역 침수, 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 아연 광산 매몰사고, 항공기 불시착, SPC 노동자 사망 사고를 비롯한 각종 산업안전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안전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지 않다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야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관성적인 대응이나 형식적인 점검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 책임감을 갖고 꼼꼼하게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관련기사:
윤 대통령 "행사 주최자 따질 것 아냐... 철저 대책 마련" http://omn.kr/21fea).
어느 조직이든 리더가 상반된 지시를 내릴 땐 그전에 했던 지시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은 후에 새로운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이건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 중 기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통령의 말대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를 버린 공무원들이 안전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7일에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최종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요? 책임져야 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책임만 묻겠다 하니 실소만 나올 뿐입니다.
대통령의 국민 안전에 대한 철학이 이러하니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라는 망언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고, 주무 장관의 수준이 그 지경이니 그 밑의 경찰들이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심지어 시민이 죽어 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죽어 가는 시민을 살리지 못한 것 아닐까요? 같은 당 소속 용산구청장은 참사 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는 후안무치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공동취재사진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34조 제6항)
싱가포르에 살면서 이 헌법 조항을 떠올릴 일은 없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건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헌법 조항을 정부더러 지키라고 요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게 국민들의 요구입니다.
하지만 참사의 책임자들이 아직도 자리를 유지하며 연일 망언을 쏟아 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총리는 외신 간담회에서 농담하며 웃음 짓는 걸 보면 이 정부는 이 헌법 조항을 지킬 의지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국민을 보호하는 그런 정부를 갖게 되기까지 각자도생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근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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