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무소 풍경입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출신이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대기 중인 여성들이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이봉렬
외국인 도우미의 경우 23세에서 50세 사이의 여성으로 정해져 있고, 최소 교육 수준도 정해져 있습니다. 출신 국가도 아시아의 13개 국가로 정해져 있는데 필리핀,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한국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도우미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도우미가 된 후에도 6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임신 판정이 나면 추방을 당하게 되고 고용주는 조사를 받게 됩니다. 도우미 일을 시작한 후 정해진 기간 안에 노동부에 방문하여 면담을 하는 절차도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하는 겁니다.
외국인 도우미를 채용했다면 그들이 지낼 공간이 필요합니다. 싱가포르는 다섯 집 중에 한 집이 도우미와 함께 살기 때문에 고급 민간아파트의 경우에는 애초에 도우미를 위한 공간도 함께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한사람이 겨우 누울 만한 공간과 작은 화장실 하나지만 그래도 집 안의 별도 공간입니다. 도우미가 없는 가정에서는 그 공간을 창고로 쓰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도우미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구조부터 손봐야 하는 겁니다.
외국에서 온 도우미와 언어가 통하는 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에서 온 도우미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려고 영어를 조금은 배워서 오지만 단순한 지시와 대답 외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쓰는 필리핀 도우미를 더 선호하고 월급도 더 높습니다.
영어가 공용어인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영어를 쓰는 것도 아닙니다. 도우미 일을 할 대부분의 여성들은 한국말을 할 줄 모릅니다. 동남아 여성들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만 한국어를 따로 배우지는 않으니까요. 한국 가정에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이 함께 거주하면서 가사를 돕고 육아를 담당하는 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도우미와 고용주 간의 폭력이나 학대 등의 사건 사고도 많습니다. 고용주가 도우미에게 제대로 된 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힘에 부치는 과도한 일을 시키는가 하면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고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다가 신고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도우미가 물건을 훔치거나 보살펴야 할 아이나 노인을 학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우미가 고용주인 두 노부부를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고, 반대로 고용주가 도우미를 학대하다가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외국인 도우미와 관련된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싱가포르 언론. 도우미가 두 노인을 살해한 사건 (위), 고용주가 도우미를 살해한 사건 (아래)
스트레이츠 타임즈 보도 화면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민을 우선하기 보다는 최대한 공정한 판결을 내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창이공항그룹 회장이자 싱가포르 투자회사 테마섹의 고문이던 리우 회장이 인도네시아 출신 도우미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가 거부당하자 9년 동안 일했던 그를 쫓아내고 절도죄를 뒤집어 씌웠는데 그게 재판을 통해 무고로 드러나서 모든 공직을 내려 놓아야 했던 일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로 인해 외국인 도우미들에게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겁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HOME(Humanitarian Organization for Migration Economics) 이나 TWC2(Transient Workers Count Too) 같은 이주 노동자와 외국인 도우미를 돕는 시민단체가 생겨서 언어나 문화가 달라 생기는 여러 다툼을 해결해 주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도우미를 위한 시민단체들이 조직되어 법적 지원을 포함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TWC2 홈페이지
이처럼 외국인 도우미를 우리 사회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는 물론이고 우리가 외국인, 그것도 우리보다 약자의 처지인 이주 노동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공장이나 농촌에 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법과 제도도 미비해서 수많은 불법체류자를 만들고, 그들에 대한 처우도 비인간적인 경우가 많은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린 과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집 안까지 불러올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 시장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싸니까 들여와서 육아를 맡기자는 단순한 사고로 시작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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