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운행중인 웨이모의 로보택시 '웨이모 원.' 이 차의 시스템이 도로공사용 원뿔에 의해 교란된 현상은 자율주행 기술이 극복해야 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Joel Johnson
얼마 뒤 도로공사가 끝났는지, 인부들이 도로 오른 편에 놓였던 삼각뿔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장애물이 모두 사라졌는데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분쯤 있더니, 핸들이 갑자기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가 있는데도 앞으로 전진하더니 다시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당황하는 것은 승객만이 아닙니다. 원격 지원을 하던 직원도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차가 움직이냐"고 묻습니다.
그러게 한참을 달리던 차는 또 다른 삼각뿔이 나타나자 갑자기 주행을 멈춥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로지원팀이 다가서는 모습이 후면 거울에 보입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다가서는 순간 택시가 도망치기라도 하듯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택시가 정차하고, 뒤쫓아 온 직원이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들을 피해 운전석에 앉기까지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이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자율주행은 여전히 불안정한 기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미완의 기술을, 상업적·정치적 홍보를 위해 도로 위에 섣불리 내놔서는 안 됩니다. 자율주행은 무인점포나 비디오추천 알고리즘 따위의 기술과는 다른 차원의 위험을 내포한, 말 그대로 '달리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웨이모 소동에서 배울 점
시범주행 후 오세훈 시장과 원희룡 장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실제로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며, "정말 신기하다"고 감탄했습니다. 원 장관은 "스스로 차선 변경을 하고, 끼어드는 차량도 피했다"고 놀라워하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서 안심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공식발언은 주행 중에 한 발언과는 결이 좀 달랐습니다. 오 시장은 차가 좀 거칠게 움직이자 주변을 살피며 "사람이 하는 거 하고는 조금 다른데?"라며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원 장관은 "코너링이라고 그러죠?"라고 묻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가속했다가 다시 속도를 떨어뜨려야 되는 차선변경이 들어가는 기능인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살짝 못 미쳤어요."

▲자율주행차 시승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TV
매력적인 기술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정치인이든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입니다. 비상운전자가 탑승해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자동주행에서 수동으로 전환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며,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즉각 대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2018년 우버가 자율주행 도중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을 때도 운전자가 탑승해 있었지만, 시스템의 오작동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겠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책임소재 또한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업이 기획하고, 국토부가 임시 면허를 내주고, 서울시가 승인한 사업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기사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고 피해 조치도 일원화해 신속하게 복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차의 위험요소가 발견됐을 때 즉시 운행을 멈추도록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런 당연한 조처마저 신속히 집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업체는 주가와 기업이미지 때문에, 정치인은 승인 뒤 숟가락을 얹었기 때문에 은폐와 함구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요.
실제로 테슬라부터 웨이모까지 자율주행 업체들은 사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대한 비협조는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웨이모는 자율주행시 발생한 교통사고 정보를 공개하라는 교통당국의 요구에 불응해 소송까지 건 상태입니다.
한 가지 더, 막강한 기술력을 지닌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한낱 공사용 삼각뿔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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