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웡의 4G 리더 지명에 축하메시지를 올린 전 4G 리더 헹 스위 킷
헹 스위 킷 페이스북
관례적으로 보면 차기 총리는 무조건 헹 스위 킷이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리셴룽이 언제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인가 하는데 관심이 모였습니다. 리셴룽은 2020년 7월 총선이 자신이 총리로 나서는 마지막 총선이 될 거라고 했고, 70세 생일 전에 사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70세 생일이 2022년 2월이니 2021년에는 새 총리가 취임하게 될 거라 다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이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최고지도자가 바뀌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여론에 총리도 코로나가 안정된 후에 사임하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2020년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입니다. 늘 여당이 독식해 왔던 93석의 지역구 의석 중에 10석을 야당이 가져갔습니다. 야당의 지역구 의석 10석은 싱가포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나 4G 리더인 헹 스위 킷이 그의 지역구에서 근소한 차이로 겨우 승리한 것도 후계자로서의 자질에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결국 선거가 끝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4월 헹 스위 킷은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4G 리더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임이 선거 결과와 상관없고 보다 젊은 정치인이 차기 총리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튼 이로 인해 4G의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게 되었고, 헹 스위 킷의 사임 후 1년 만에 로렌스 웡으로 결정이 된 것입니다. 전 PAP 의장이 내각의 4G 멤버 19명을 개별로 접촉해 명단을 받았고, 그 중 15명이 로렌스 웡을 선택했습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입니다.
리셴룽이 총리직 사임 시기로 이야기했던 2022년 2월은 이미 지났고, 코로나는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제 사임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49세의 로런스 웡이 차기 총리로 적합한지 아직 검증이 덜 됐다는 게 변수입니다.
'아직 검증이 덜 됐다'
이제껏 각 세대의 리더로 지명된 정치인은 부총리직을 먼저 수행한 후 총리로 취임했습니다. 2021년에 교육부 장관에서 재무부 장관으로 옮긴 그가 총리직을 바로 맡을지 새로운 내각에서 부총리직을 먼저 맡게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관련 보도를 하면서 "로렌스 웡은 PAP 4G 팀의 리더로 지명되어, 싱가포르의 차기 총리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제목을 뽑았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에 로런스 웡이 4G 리더가 된 것이 곧바로 리셴룽의 총리직 사임과 "권력 교체"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싱가포르 언론들은 차기 총선 이후에나 권력 이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설령 리셴룽이 사임하더라도 리콴유가 그랬던 것처럼 선임장관 혹은 고문장관 등의 직책으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리콴유 일가가 아닌 젊은 정치인이 총리직에 가장 가까이에 가 있는 지금의 싱가포르 정세를 보면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건 사실입니다. 싱가포르하면 떠 오르는 '일당독재'와 '일가세습'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때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작성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6위의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이고, 싱가포르는 세계 66위의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오랜 기간 정치인으로 또 관료로 검증받은 후 단계를 밟아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는 싱가포르, 5년에 한 번 대선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치신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한국. 민주주의 순위와 상관없이 어떤 방식이 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은 제도일까 고민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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