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공동 경비구역에서 남측과 북측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18.4.18
연합뉴스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법은 절실히 필요한 인도적 지원의 전달을 용이하게 할 것입니다. 이것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수십 년간의 적대 관계를 끝내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필요한 북한과의 외교와 교류를 진전시킬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은 70년 넘게 가족들을 헤어져 살게 했습니다. 이 비극적인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교포들은 이산가족 상봉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클릭을 하니 이 법안이 왜 지금 꼭 통과되어야 하는지 담담히 보여준다.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CrossDMZ)라는 단체가 후원한 이번 청원은 두 가지. 백신과 식량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법안, 그리고 '종전선언과 헤어진 가족 재회'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의원들의 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나는 청원서 두 개에 내가 사는 지역구 의원의 이름을 찾아 넣고 나에 대한 정보와 메모까지 동봉했다. 미국에 살면서 세금을 내고 투표하는 유권자로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미국 정계가 애써달라고 요구하는 건 당연한 나의 권리였다.
'난 당신의 지역구에 사는 유권자입니다.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으로, 당신이 나를 대표해 이 법안을 찬성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렇게 보낸 첫 편지에 긍정적인 답장까지 직접 받으니 전엔 몰랐던 소속감마저 높아진다.
유대인 남편과 사는 한국인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이사 간 동네에 초등학교가 없더란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던 동네 이웃들과 걱정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지역구 의원을 초대해 여론을 전하자고 제안했다고. 한 가족이 제공한 집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자그마한 모금 행사를 열었단다.
그렇게 걷힌 소정의 기부금과 함께 지역 젊은 부부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 의원이 학교 건립에 제일 앞장서더라는 것이다. 평범한 한국인으로 자라온 친구에겐 너무 놀라운 경험이었다 했다.
"난 열심히 돈 모아서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 갈 생각만 했어. 그런데 유권자로서 지역구 의원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고 정당하게 받아내는 과정이 너무 신선하더라."
명분과 실리의 종전선언
뉴욕 롱아일랜드가 지역구인 톰 수오지(Tom Suozzi) 하원의원을 직접 대면한 건 10월의 첫 주말이었다. 의원 바이든이 이 지역에 오면 늘 묵고 갔을 정도로 친분이 돈독한 사람이라고 했다. 한반도 종전선언 관련해 의견을 전하는 자리라는 소리에 막히는 맨해튼을 뚫고 달려갔다. 거실엔 한국 음식과 의원의 고향인 이탈리아 음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내와 함께 도착한 수오지 의원은 집주인과 아이들 얘기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이번 행사는 플러싱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젊은 의사 부부가 주최했는데 오래전부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모양이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자리에 모인 이들은 본격적인 질문 공세를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코로나 백신 지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거 인상 깊게 봤습니다.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프간 철군으로 낮아진 대통령의 지지율을 한반도 정전협정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겁니다. 당사국들은 준비가 되어 있고 미국은 긴 전쟁을 끝냈다는 명분과 실리 모두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에서 수오지 의원은 직접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쓸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을 이끌어낸 변호사는 몇 번을 의원 사무실에 전화해 기어이 실현시켰다. 11월 4일 미국 민주당의 상·하원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규정을 완화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같은 날 톰 수오지, 앤디 김 의원을 비롯한 23명의 하원의원들은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촉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