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 책꽂이에 출석부와 교무수첩이 꽂혀 있다. 2020.3.31
연합뉴스
역량 중심 교원 정책 시급
지금까지의 교원 정책은 형식주의 요소가 강했다. 특정 코스를 밟으면 자동으로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시스템인데, 이 과정에선 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예컨대 지금의 승진 시스템은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에서 근무를 몇 년간 하고, 지역 가산점을 받아서 다른 영역의 점수를 모으면 거의 자동으로 교감이나 교장이 되는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역량 중심의 교원 정책이라면 학교장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리더십을 다각도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원 정책은 아쉽게도 이러한 역량 중심의 교육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여전히 연공서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역량 중심 교원 정책(인사제도)을 만들어야 한다. 교원 승진-임용-연수-양성 등 모든 시스템을 연계하고, 획기적으로 변화를 이루어낼 계획을 정권 내(5년) 단기적으로 세워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대책이나 차기 정권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교육부 장관도 정치인이나 경제학자보다 교육에 대한 내공과 강력한 개혁 의지가 있는 이를 섭외하고, 최소 3년의 시간을 보장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 시간 안에 교원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교원 정책을 도입하고, 현재 교육복지, 돌봄, 고교학점제, 마을교육공동체 등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을 얻어야 한다.
교원단체 강력한 반대 넘어서야
때로는 출혈이나 저항이 있더라도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 사실 거대 교원단체들은 교원 정책 개선을 모두 반대하거나 일부 반대한다. 최근 논의되었던 고교학점제나 선임교사제 도입 등 어떠한 정책 변화도 거부하고 있다.
배는 물이 없으면 뜨지 못하지만 배 안에 물이 들어오면 침몰한다. 이해 관계를 고려하지만 이해관계에 매몰되어서는 곤란하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사회의 시선과 교원단체의 시선이 만나 조정과 타협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원 정책의 경로 의존성은 심화된다.
개혁이 어떻게 이루어지든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공교육이 존재감도 없이 해체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우수한 교원들은 우대해야 한다. 교사 재교육과 투자는 결국 공교육의 핵심이자 신뢰 회복의 열쇠이다. 한국사회에서 학습공동체와 학습조직문화가 가장 활발한 직업군은 교사들이다. 이러한 사례를 오히려 다른 직군으로 확대해야 한다.
비록 소수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진 교사들에게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의지가 없는 경우에는 철퇴를 내릴 필요가 있다.
'교사 자격갱신제' 도입해야
다음 해에는 대통령과 교육감 선거가 있다. 선거 시기에는 정책의 창이 열리고, 많은 의제들이 쏟아진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온갖 미사여구보다 중요한 것은 교원들의 자질 향상이다. 우수한 교사의 확보는 미래교육에서 필수 불가결하다.
미국, 호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교사 자격갱신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시기가 되면 갱신을 해야 하고, 평가를 받는다. 갱신에 응하지 않거나, 자질이 미흡할 때는 그에 대한 벌칙이, 우수할 때는 그에 맞는 급여 수준 향상과 권한이 부여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교원들의 자격 체제를 개선하고 교원들의 자격 체제 또한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자격 갱신의 형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수평적 구조로 양성과정을 졸업하면 2정 자격을 얻고, 3~5년 정도의 경력을 쌓으면 1정 자격연수를 수행한다. 이후에는 승진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1정 자격으로 머문다. 강제적 재교육의 기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정 자격 이후 5년마다 선임교사 자격(가칭)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선임교사 자격 획득 여부는 선택에 맡긴다. 학생평가나 학부모 평가, 동료평가 등 교원평가와 연동시켜 교원평가의 중요성이 공교육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자격갱신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도입하고, 경쟁이 아닌 자기 성찰과 피드백을 목적으로 그 결과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평가 없는 성장은 없다. 어느 기득권 집단도 여론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흐름과 이어져야 한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이지, 교사들의 기득권이 아니다. 교사 자격갱신제를 통해 우수한 교사들에게는 인센티브를, 그렇지 않은 교사들에게는 재교육과 자극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받던 중 쉬는 시간을 이용해 휴식하고 있다. 201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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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동떨어진 교사 퇴출 길 열어야
극히 일부겠지만 시대와 동떨어진 교사에게는 페널티와 퇴출도 불가피하다. 악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얼마든지 모색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몇 단계의 자기 성찰, 지원과 상담의 과정을 거쳐, 교원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과 함께 공동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교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무임승차 해오던 교사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 자격갱신제가 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한 지금, 우리는 교육계의 새로운 판 짜기를 시도해야 한다. 미래교육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그동안 준비했고 상상해왔던 정책들을 의지를 가지고 시행하면 된다. 교원 정책 개혁이 공교육 변화의 시작이자 끝이 될 것이다.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교사가 개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원 정책을 변화시키고 교사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다만, 나태와 무사안일, 민폐를 끼치는 대한민국 교원의 0.01%의 존재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토록 공교육의 변화를 요구하였지만, 투자는 엉뚱한 곳에 하고 실적은 없었다. 이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력하는 교사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책무성과 책임성의 기본적인 확인이 가능한 교원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위기가 곧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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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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