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머스크는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이 기능을 신뢰하는 운전자의 위험한 운전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달리는 테슬라 안에서 뒷 자리에 눕는 청년의 모습이 보입니다.
유튜브 화면
문제는 머스크가 이런 위험한 행위를 만류하고 경고하기는커녕, 은근히 즐기며 부추겨왔다는 점입니다. 2019년 미국에서는 10대 커플이 주행 중인 테슬라에서 성행위를 하며 영상을 찍은 일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언급하며 머스크는 트위터에 이런 농담을 올렸습니다. "오토파일럿이 애초에 상상했던 것보다 쓰임새가 많네요."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런 게 오리라는 것을 알았어야 하는데…(Shoulda seen it coming…)."
머스크의 두 번째 트윗은 성적인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더 논란이 됐습니다. 그 말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아야 했는데"와 "사정하는 것을 봤어야 하는데"라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트위터에 글을 남기자 그의 지지자 다수는 옹호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낄낄댔지만, 적잖은 이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어떤 이는 머스크에게 "이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제발 이런 농담 대신 위험성을 분명히 경고해 주세요"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앞의 커플은 자신들의 행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도 오토파일럿을 몇 번 써봤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로부터 석 달 뒤, 테슬라가 트럭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 트럭 조수석에 앉아 있던 15세 소년이 차 밖으로 튕겨나가 사망했지요. 가해차량은 오토파일럿이 켜진 상태였는데, 트럭을 들이받기 전에 감속하기는커녕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는 사실이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이 10대 소년은 운전수의 아들이었고, 2021년 현재 유족은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테슬라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 사망 사고는 도로 위 누구나 이 설익은 기술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을 팔다
머스크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에 그토록 많은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지만, 그는 아예 '완전자율주행' 기능까지 끼워 팔고 있으니까요. 2021년 현재, 최신 모델을 구입할 때 미화로 1만 달러(약 1150만원)를 추가로 지불하거나, 이후 매달 199불씩 내면 이 기능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을 미리 팔고 있는 것이지요. 머스크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아래와 같은 조건을 붙여 자율주행을 '선판매'합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완전한 주의를 필요로 하며,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고 어느 경우든 운전의 주도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비록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향상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기능이 자동차를 자율주행으로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미래에 가능할 거라는 전망으로,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시스템에 '완전자율주행' 이름을 붙여 파는 게 타당할까요? 머스크의 약속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살펴보겠습니다. 그가 '완전자율주행'을 약속한 시기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머스크는 "90% 자율주행 하는 차를 3년 안에 만들겠다"며 "완전자율주행 개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우 야심찬 계획이긴 하나, 어느 정도 현실감각은 지니고 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