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하인스(Toby Haynes)가 연출한 TV영화 <브렉시트>(The Brexit: the Uncivil War)의 한 장면
Toby Haynes
두 번째는 통계 자료의 고의적 왜곡 사용이었다. EU와 영국간의 자금 흐름을 분석할 경우, EU로 흘러가는 액수와 영국으로 들어오는 액수, 양쪽이 고려돼야 한다. 실제로 EU는 영국의 미발달 지역인 콘월과 웨일스 남쪽에 한 해 44억 파운드(약 7조원)를 보조했다. 하지만, 탈퇴 주장 측이 EU로 들어가는 자금만을 부각시킴으로써 EU-영국간의 불공정성이 부당하게 부풀려 있다고 설명했다.
'매주 5500억 원'이 왜곡된 정보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식은 쉽게 수정되지 않았다. 브렉시트 선거 2년 후인 2018년 10월, 영국 킹스 칼리지는 여전히 42%의 영국인이 이 주장을 사실로 믿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허위 정보로 정확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36%이고, 22%는 불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짜 이상의 무엇
가짜 뉴스가 갖는 미스터리 중의 하나는 지속적인 힘이다. 위의 킹스 칼리지 연구에서 보이듯이, 사실 관계를 확인해주어도 왜곡된 부분은 허위 정보가 퍼질 때와 같은 속도로 시정되지 않는다. 가짜 뉴스라고 해서 순도 100%의 거짓은 아니기 때문이고, 객관적 정보가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부분, 즉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매주 5500억원'의 통계 자료 왜곡보다 더 강한 것은 NHS(국가 의료시스템)가 영국인에게 갖는 정서적 호소력이었다. NHS는 노동당 클리멘트 애틀리(Clement Attlee) 수상이 설계한 2차 대전 이후 영국 질서의 핵심이다. 산업 혁명 이후, 영국 지성계는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 사회 한 쪽은 더 빈곤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정치권은 이를 '인간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사회적 질문으로 전환시켰다. 의료를 기본적 복지로 택한 애틀리 수상은 1945년 노동당 최고 급진파를 보건부장관으로 임명, 수년간 지속된 반대를 물리치고 1948년 마침내 관철시켰다.
1940년대 사회주의 및 수정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태어난 NHS지만 다른 국가들도 복지의 일환으로 의료 보험제를 실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급진성이 무디어졌다. 2010년대 NHS는 정치 이념을 떠나 영국성과 서민성을 상징하는 제도가 되었다. 이것이 잘 드러난 것이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감독 대니 보일(Danny Boyle)이 총지휘한 개막식의 주제는 영국의 대중문화와 역사였다. 그 일부로, NHS를 상징하는 의사와 간호사, 300개 이상의 병원 침대가 등장했다.
▲2010년대 NHS는 정치 이념을 떠나 영국성과 서민성을 상징하는 제도가 되었다. 이것이 잘 드러난 것이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감독 대니 보일(Danny Boyle)이 총지휘한 개막식은 주제가 영국의 대중문화와 역사였다. 그 일부로, NHS를 상징하는 의사와 간호사, 300개 이상의 병원 침대가 등장했다.
연합뉴스/EPA
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 미국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NHS를 "사회주의화된 약"으로 묘사, 올림픽 개막식이 "좌파적 (left-wing)"이었다고 불편함을 표시했다. 대니 보일은 "그것은(NHS)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모든 영국인이 NHS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영국 사회의 가장 중심적 가치는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의료 영역에서 평등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보리스 존슨도 공화당 인사의 반응을 "난센스"라고 일축, NHS는 "영국을 위한 승리"였다고 했다.
NHS에 내포된 서민성이 포퓰리즘과 결합하고 영국의 자부심인 NHS가 반-EU 정서를 건드리는 것은 쉬웠다. EU로 흘러간 돈이 '우리 (영국) 서민'을 위하는데 사용될 것이라는 메시지는 '매주 5500억' 주장에 담긴 산술적 오류와 통계의 고의적 해석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EU 잔류로 결정 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탈퇴로 결정났다.
국민 투표는 끝났다. 하지만, 가짜뉴스와 탈진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영국 사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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