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토부의 토지취득법 관련 홍보자료. "땅은 반드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못박아 두었습니다.
싱가포르 국토청 (SLA) 홍보동영상 갈무리
이 같은 토지취득법은 도시계획사업을 위해 정부가 민간의 토지를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됨과 동시에 토지 수용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949년 31%에 불과하던 정부 소유 토지는 1985년 76%까지 늘었습니다. 지금은 지속적인 매립과 추가 토지 수용으로 인해 그 비율이 90%에 육박합니다. 싱가포르 대부분의 땅이 정부 소유이며, 민간이 소유한 땅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 수용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한국과의 결정적 차이
토지가 정부 소유가 되면서 그 땅에 짓는 아파트는 국민들이 쉽게 구입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나라라면 소수의 땅 주인들이 누렸을 토지가치 상승과 개발 이익을 싱가포르에선 아파트가 필요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나눠 누리게 된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도 토지취득법이 주택 및 산업 시설 건설비용을 낮추는데 효과적이었고, 도시 계획을 촉진했으며, 이를 통해 싱가포르 전체 경제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은 지금 LH공사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신도시 개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미리 땅을 구입하고 거기에 보상 가격을 올려 받기 위해 묘목을 심는 등의 투기 행각을 벌인 것입니다.
한국에서 토지 수용 보상액의 산정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협의' 혹은 '재결'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토지 등의 가격이 변동되었을 때에는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제 67조 보상액의 가격시점 등). 하지만 구체적인 조건이나 기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개발업무와 투기를 동시에 한 LH공사 직원에게 유리한 쪽으로 보상금이 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서 신도시가 새로 개발되면 그곳에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단번에 부자가 됩니다. 땅은 없지만 정보가 있는 LH공사 직원들은 계획 발표 전에 땅을 사서 보상금으로 부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신도시 개발 비용에 포함되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전가됩니다.
그에 반해 싱가포르에서는 신도시가 새로 개발되면 그곳에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정부가 정해 주는 시세에 따라 보상을 받고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만 겪습니다. 개발 정보가 있다고 해서 투기를 할 공무원은 없습니다. 신도시 개발로 인한 혜택은 그 곳에 들어가서 살 실수요자가 누리게 됩니다.
리콴유 전 수상은 토지취득법 제정 당시 국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공공개발로 인한 토지 가치 상승이 토지 소유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고 지역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토지취득법 제정으로 실현되었고, 법 제정 후 5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싱가포르의 공공개발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소수의 땅 소유자 대신 다수의 실수요자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싱가포르의 방식이며, 그로 인해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에도 불구하고 자가점유율 92%로 최소한 집 걱정은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LH공사 직원들의 부동산투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노가 개발이익 환수와 실수요자 우선인 새로운 주택정책의 도화선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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