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로 의심되는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분류인력 별도투입' '노동시간 단축조치 즉각 실시'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권우성
노동자의 죽음으로 지탱되는 물류 산업
택배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을 두고 '기업은 웃고, 기사는 죽고'라고 한탄한다. 온라인 호황으로 택배사는 활황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것이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 강도를 감내해야 했던 택배노동자들의 고수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택배 요금의 과다 경쟁과 개인 사업자로서 유류비, 차량 유지비 등을 감당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지난 20일 사망한 로젠택배 40대 노동자가 유서로서 증언한 내용이다.
대형 쇼핑몰 택배요금은 개당 2500원에 계약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중 쇼핑몰에 백마진으로 개당 700원 안팎을 돌려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남은 2000원 이하의 금액을 본사와 택배 기사들이 나눠야 하는 게 택배 노동자의 수익 구조다. '기업은 웃지만, 기사는 죽는다'는 하소연, 택배 노동자의 엄살이 아닌 것이다.
연이은 택배 노동자의 죽음. 인재이고 산업재해다. 경제 권력의 욕심이 빚어낸 참사이고,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일어난 사회적 타살이다. 택배 분류 업무만이라도 본사가 책임지게 해달라는 택배 노동자의 절규를 무겁게 받아들였더라면 15시간 이상의 노동이 과로사로 이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형 쇼핑몰의 백마진 만이라도 근절해, 최소한의 배송 요금이라도 보장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현실화되었다면 생활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택배 노동자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 권력의 욕심과 코로나19 사태로 뒤틀린 경제 질서. 4차 산업의 인간 소외가 빚어낸 택배 노동자의 연이은 죽음. 우리 사회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참담하고 답답하다.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에 대한 특별대책을 주문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택배 화물 터미널을 찾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CJ대한통운도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죽음을 멈출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사실 해결책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기업은 웃고, 기사는 죽는 경제 질서를 '기업도 웃고 기사도 웃을 수 있'도록 바꾸면 된다. 문제는 경제 권력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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