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오락가락 땜질 규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이대로 안 된다! 부동산 정책 전면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이번 대책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제목을 보았다.
"부동산 법인, 과열지구서 매물 던질 듯"
"법인 아파트 쇼핑에 날아온 세금 폭탄"
올해 수도권과 지방 도시 집값을 급등시킨 주범이 법인의 주택 사재기라는 것은 여러 자료를 통해서 확인된 사실이다. 주택임대업을 신고한 법인수가 2017년 이후 급증했고, 법인의 아파트 매수 비중도 2017년의 1%에서 올 1~5월에는 5.2%로 무려 5배로 급증했다. 작년 말 이후 집값이 급등한 인천과 청주 등에서는 법인의 매수 비중이 10%를 넘었다.
올해 1분기에만 인천지역에서 법인이 1796건의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2.7배에 달했다. 총선 전 집값이 급등한 안산, 군포, 오산 지역은 법인의 주택매수가 3.2배나 급증했고, 화성은 2.3배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경매로 팔린 주택의 30%를 법인이 낙찰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므로 위 기사의 주장처럼 법인이 투기로 매입한 주택을 매도한다면, 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사를 다 읽고나니 제목을 봤을 때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역시나' 하는 실망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해당 기사는 법인의 주택 매도를 전망한 근거로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이 3~4%로 오르고 양도소득세율 중과도 10%에서 20%로 인상될 것"이라는 대책의 내용을 제시했다. 법인이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했다면, 내년에 내야 할 보유세는 올해보다 200% 증가해서 1억원이 넘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강화한 세금을 그대로 낼 법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이번 대책의 '세금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사실상 모든 세금을 거의 내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법인 소유의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과도 6월 18일 이후 등록하는 임대주택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2018년 이후 법인이 공격적으로 매수해서 장기임대주택으로 기등록된 주택은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고, 양도소득세도 양도차익의 약 6%만 낼 뿐이다.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데,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어느 법인이 이미 사들인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까.
이번 대책에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정책이 딱 하나 들어 있다. '재건축아파트의 2년 거주 요건'이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집주인이 거주할 수 없으므로 임대사업자는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할 수 없고, 소유한 재건축아파트를 매도해야 한다.
임대사업자 특혜, 계속 주겠다는 청와대
▲브리핑 하는 김상조 정책실장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6.21
연합뉴스
서울의 재건축아파트 중 임대주택이 약 10%이므로 그 매물이 나오면 재건축아파트 가격에 어느 정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유일하게 집값 하락 효과를 발휘할 그 조항마저 임대사업자에게는 완화하겠다고 청와대가 언급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핑계가 실로 가소롭다. 임대사업자들의 민원이 청와대에 빗발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음과 네이버의 부동산 기사의 댓글을 보면 집값 급등이 정부 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글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무주택 국민의 절망과 울분이 폭발 직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무주택자의 절망과 분노는 외면하고 소수 임대사업자의 민원은 즉시 반영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태도다. 말로는 무주택 국민 운운하면서 내심으로는 집 부자들의 이익을 위하는 집권 세력의 본심을 우리 국민은 꿰뚫어 보고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