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리베스킨트의 작품 앞에 조형물 '강남스타일'이 보인다
권은비
케이팝 신화와 공공미술의 잘못된 만남을 꼽으라면 강남 코엑스 동쪽 광장의 '강남스타일' 브론즈 조형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조형물은 4억 원의 예산과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의아하다. 국가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도 아니고 공공 예산이 이미 확보된 조형물인데 작가가 '재능기부'를 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정의에 따르면 '재능기부'란 남녀노소, 사회지도층과 일반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재능을 자원봉사로 연결시켜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 문화정착을 위해 시작된 새로운 기부 형태를 말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케이팝 '산업'의 성공 모델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한 '강남스타일'을 위해 '재능기부'가 왜 필요했을까?
2012년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강타했을 때만 해도 종종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에게 물었다. "Do you know Gangnam Style?(강남스타일 알아요?)" 우리는 왜 한국에 대해 말할 때 '강남스타일'을 이야기해야만 했을까? 정작 우리는 '강남스타일'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세계를 열광시킨 케이팝 스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베를린 시민들이 알렉산더 광장에서 말춤을 추고 있을 때 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 어느 독일 여학생이 유창한 한국어로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중략)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중략)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그런 감각적인 여자"라는 가사를 읊조리며 말춤을 출 때, 나의 낯도 뜨거워졌다. 그것이 "감각적인 여자"라니. 그때 어느 독일인이 다가와 "Do you know Gangnam Style?"이라고 물으며 한국 사람이냐고 했을 때 나는 중국인이라고 말해 버렸다.
몇 년 뒤, 말춤의 포인트가 연상되는 '손목'은 5미터 높이의 대형 조형물로 강남 한복판에 설치되었다. 이 조형물을 보고 영화 <타짜>의 대사가 떠오른다. 강남구는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이 "손모가지"를 걸었다. 과연 그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다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한국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일에 필요한 것은 창의적이고 훌륭한 예술가가 아니라, 유연하고 합리적인 공무원이라는 것을. 강남스타일을 뒤로하고 강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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