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초상화.
이재형
다산은 <경세유표>의 '각주고'에서 중국의 주세 징수 제도를 나열하면서 "우리나라는 비록 동쪽 변경에 처하여 있으나 삼한 이래로 군주가 술과 초를 팔아서 이익을 취한 예가 없다"고 하면서, 중국인들은 주세를 거두면서 "오히려 중국이라고 자존하니 또한 수치스럽지도 않단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다산은 술이나 식초 같은 백성들이 먹는 음식을 국가가 독점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다산은 <목민심서> 진황 6조에서 "곡식을 소모하는 데는 술과 단술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술을 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흉년에 술을 금하는 것은 지금 상례가 되었다. 그러나 아전이나 군교들이 이를 빙자해서 소민(小民)들을 침탈하매, 술은 금하지 못하고 백성만 더욱 견디지 못한다. 또 막걸리(濁酒)는 요기가 되므로, 길 가는 자에게 도움이 되니 반드시 엄금할 것이 없다. 오직 성안의 소주는 아전과 군교들의 음탕과 주정을 부리는 근거가 되는 것이니, 엄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땅히 소줏고리(酒甑)를 - 속명으로는 고오리(古吾里)라 한다 - 거두어다가 누고(樓庫)에 저장하고 아울러 도기점(陶器店)에 타일러서 소줏고리를 새로 만들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만일 비밀히 술을 빚는 자는 모두 벌금을 징수하여 진자(賑資)로 보충한다. 성 밖의 창촌(倉村)과 시촌(市村)만은 모두 성안의 예를 따르면 도움이 있을 것이다. 서로(西路)와 동래(東萊) 연읍(沿邑)에서 모두 구리고리(銅甑)- 술이 배(倍)나 나온다-를 쓰는 것은 더욱 금하기 쉽다."
증류기를 한자로는 주증(酒甑)이라고 했고, 소리말로는 고오리(古吾里)라고 했다는 기록이나, 부산 동래 지방에서는 술을 두 배씩 뽑아내는 구리로 된 고오리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이제와 다시 보니 새롭다.
세상은 돌고 돈다. 돌다가 뒤집어지기도 한다. 다산의 시대에는 곡물을 어떻게 하면 아낄까 고민했지만, 지금 세상은 곡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세상이 되었다.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밝혀둔 말을 뒤집어서 "곡식을 소모하는 데는 술과 단술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술을 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다산은 앞서 둘째 아들 학유에게 보낸 편지에서 격물(格物)에 대해서 말한다.
"주자(朱子)의 격물 공부도 이와 같은 것이다. 오늘 한 가지 사물에 대해 끝까지 궁구하고 내일 한 가지 사물에 대하여 끝까지 궁구한다는 것도 이와 같이 착수하는 것이다. 격(格)이라는 것은 끝까지 연구하여 끝까지 도달한다는 뜻이니, 끝까지 연구해서 끝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다."
나는 다산이 학유에게 닭 기르는 법을 권유하는 글을, 외람되게도 닭을 술로 삼아 이렇게 고쳐 읽어본다.
"네가 술[닭]을 기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술[닭]을 기르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중에도 품위 있고 저속하며 깨끗하고 더러운 등의 차이가 있다. 진실로 양조서[농서]를 잘 읽어서 그 좋은 방법을 선택하여 시험해 보되, 색깔과 종류로 구별해 보기도 하고, 누룩[홰]을 다르게도 만들어 양조[飼養] 관리를 특별히 해서 남의 집 술[닭]보다 더 맛있고[살찌고] 더 향기롭게[번식하게] 하며, 또 간혹 시를 지어서 술[닭]의 정경을 읊어 그 일로써 그 일을 풀어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독서한 사람이 양조[양계]하는 법이다.
만약 이익만 보고 의리를 알지 못하며 기를 줄만 알고 취미는 모르는 채 부지런히 힘쓰고 골몰하면서 이웃의 술[채소]을 가꾸는 사람들과 아침저녁으로 다투기나 한다면, 이는 바로 서너 집 모여 사는 시골의 졸렬한 사람이나 하는 양조법[양계법]이다. 너는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 이미 양조[양계]를 하고 있다니 아무쪼록 백가(百家)의 서적에서 양조[양계]에 관한 이론을 뽑아 주경[鷄經]을 만들어서 육우의 『다경(茶經)』과 유혜풍의 『연경(煙經)』과 같이 한다면, 이 또한 하나의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세속적인 일에서 맑은 운치[凊致]를 간직하는 것은, 항상 이런 방법으로 예를 삼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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