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는 나를 깨운다.
허시명
출근하여 사무실에 도착하면 커피를 한 잔 마신다. 큰 머그잔 300㎖ 정도에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를 마신다. 쓴맛과 향기를 즐긴다. 커피 한 잔에 몽롱한 정신이 가시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오전에 해야 할 일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오전 커피 한 잔에서 산 위에 올라 심호흡을 한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커피 300㎖에 들어있는 230mg 정도의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라고 본다. 어쨌든 커피의 99%가 물이니, 물을 한 컵 반 정도는 마셨다.
20대에는 위가 부담스러워 커피를 오후에 한 잔 정도 마셨는데, 50대에 접어드니 오전에 한 잔 오후에 150㎖ 반 잔 정도는 마신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넘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잠자리에 들어도 잠은 오지 않고 멀뚱멀뚱 맨정신일 때, 그날 하루를 되짚어보면 늦은 오후에 마신 커피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술을 마시면서도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오후 4시가 넘으면 내 몸에 들어오는 주도적인 수분은 그래서 술이다. 더욱이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 술의 학교이다보니,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곧 술을 마시는 것의 동의어다. 막걸리잔은 작은 게 150㎖이고 큰 게 300㎖ 정도 된다. 손님을 맞이하면서 막걸리를 두 잔 정도 마신다. 막걸리는 알코올이 6%이고, 물이 90% 정도 된다. 200㎖ 남짓 되는 막걸리 한 잔 속에 대략 물 한 잔이 들어있으니, 막걸리 두 잔이면 물 두 잔 400㎖를 마신 셈이다.
그런데 소주가 문제다. 소주를 마실 때는 사뭇 경계한다. 알코올 20%의 소주 한 잔 50㎖에는 알코올이 10㎖ 들어있다. 알코올 10㎖를 내 몸에서 분해하려면 그 열 배인 물 100㎖가 필요하다. 소주 한 잔에 40㎖의 물이 들어있으니, 물을 추가로 60㎖를 더 마셔야 10㎖ 알코올을 분해하고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 속의 이뇨 성분 때문에 소변을 보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술로 섭취하는 수분량보다 더 많은 양의 수분이 몸밖으로 배출된다. 우리 몸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물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다. 장기에 따라 달라서 뇌의 75%, 근육의 75%, 연골의 80%, 혈액의 94%가 물이다. 이들 속에서 물이 1~2%만 부족해도 갈증과 통증을 느끼게 된다. 술 마시고 나서 발생하는 통증은 몸속에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기 때문일 테지만, 갈증은 알코올을 분해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반드시 꼭 나는 소주 한 잔에 물 한 잔을 마시려 한다. 속도감 있게 소주를 마시느라 물을 마시지 못하면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500㎖ 생수 한 병을 사서 마신다. 내가 술을 가까이하면서도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