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이 찬사 일색의 보도를 해 온 그랩과 디디추싱은 현지와 해외에서 매우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마닐라타임스>는 그랩이 '다가오는 재앙'이라고 비판했고, <스타>지는 싱가포르에서 그랩의 이용자수가 폭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랩은 베트남에서 불법 논란과 더불어 피해소송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국의 디디추싱 역시 2018년 16억달러 적자를 본 뒤 직원 15%를 해고했다.
강인규
승차공유, 싸고 편하다고?
나는 앞의 기사(
'좀비기업' 된 우버... '공유경제'는 사기다 http://omn.kr/1jf0h)에서 승차공유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혁신'을 핑계로 최저임금, 4대 보험, 산업재해, 퇴직금 등 사업주의 기본적인 책임마저 회피하는 사업이며, 그 결과 발생하는 고용불안정과 세수 감소가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업은, 수익 모델의 부재를 법률 회피를 통해 보전하려는 기형적 서비스일 뿐이다. 기사를 읽은 일부 독자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써 보니 싸고 편해서 좋던데? ㅋㅋ"
아마 비정규직만 고집하는 기업주도 비슷한 생각을 할 거다. '써보니 싸고 (해고하기) 편해서 좋던데? ㅋㅋ.'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싸고 편리한' 게 큰 매력이지만,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판단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타인과 공익을 생각하는 숭고한 선택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따져보라는 이야기다.
적잖은 이들이 택시에 대한 반감에서 카카오 카풀이나 우버식 서비스를 지지한다. 택시보다 싸고 친절한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경쟁력 없는 택시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동차가 말을 대체했듯, 이 신종 서비스가 택시를 고사시키는 게 발전이나 진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싸고 편리할 수 있다. 정상영업이 아니라 고객과 투자자를 유혹하는 '퍼주기 기간'이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 억 원의 적자를 감수해 가며 말이다.
예컨대 쏘카는 빠른 성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매출 확대에 따른 영업 손실액도 커지고 있다. 2017년에 쏘카는 매출액 1211억 원에 영업 손실 178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3분기까지 매출 1153억 원에 무려 19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보다 싼 이유는 택시를 의식해 상대적으로 싸게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택시보다 20%가량 비싸다'는 타다조차 가격결정 기준은 여전히 택시다. 결국 '공유' 고객들조차 택시의 혜택을 입고 있는 셈이다.
택시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승차공유업체는 자신들이 원하는 선에서 가격을 정하기 시작할 것이고, 본격적으로 '투자회수' 작업에 돌입할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택시기사들이 승차공유 서비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유서비스'가 부당한 법적 특혜를 누리고 있음을 비판하는 피켓 앞에 "지역의 돈은 지역에"라는 푯말이 보인다. 택시는 지역에서 분산되어 운영되기에 수익이 해당 지역에 재투자되지만, 공유서비스는 특정 기업이 이윤을 중앙으로 빨아들여 지역 경제를 악화시킨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공유경제 기본 전제부터 재검토해야
앞의 기사에서 지적했듯, 승차공유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난 5년간 자동차 구매는 오히려 늘었고, 그에 따라 도시의 교통량도 크게 증가했다. 현실은 '공유경제' 업체들의 약속과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시민들의 이동권을 계급화 한다는 점이다.
승차공유의 주된 고객층은 도시에 거주하는, 젊고 높은 학력을 지닌 중산층이다. 이들 다수는 승용차를 가지고 있고,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승차공유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도심지여서 주차하기 어렵거나, 잠깐 외출했다 돌아오는 경우나, 음주 때문에 운전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그렇다면 그 차는 누가 운전할까? 우리나라에는 우버가 본격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많은 도시 이민자들이 기사로 일한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빚으로 자동차를 사서 생계 전선에 나서는 거다. 실제로 내가 취재를 위해 뉴욕과 워싱턴 디시에서 만난 우버와 리프트 기사 5명 중 4명이 이민자였다.
한국에서 우버식 서비스가 확대되면 유사한 양상이 전개될 거다. 한국사회도 미국처럼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분화하는 가운데, 고용불안이 일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렵게 차를 사서 기사로 일하거나, 그조차 어려운 사람들은 자동차 임대업자에게 수수료를 떼어 주며 일하는, '초저임금 택시'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승차공유 요금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저렴하다고 하나,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보다는 훨씬 비싸다. 승차공유 고객이 중산층 이상에 집중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서민들은 정류소나 역까지 걸어가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가끔씩 멀지 않은 거리를 택시로 이동한다.
만일 승차공유가 버스나 지하철 등의 핵심 교통체계를 무너뜨리면 어떻게 될까? 부유층은 변함없이 승용차를 소유한 채 필요에 따라 승차공유나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공유업체들이 가격을 크게 올리더라도, 이들에게는 별 부담이 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서민들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승차공유가 택시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등 핵심적 대중교통 체계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공유경제'의 기본적 전제부터 재검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공유경제의 민낯①] '좀비기업' 된 우버... '공유경제'는 사기다 (
http://omn.kr/1jf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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