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6 19:59최종 업데이트 23.08.16 19:59
  • 본문듣기

GG브레인파워연구소는 <세계적 천재들도 너만큼 산만했단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좌뇌와 우뇌의 비율(인지 과정 기여도)에 따라 극우뇌인, 강우뇌인 등 7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 프리윌출판사

 
[검증 대상] "좌뇌형 인간-우뇌형 인간 따로 있다" 인터넷 속설

자녀가 '왕의 DNA'를 가졌다는 한 교육부 사무관 편지 내용 출처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극우뇌 아이' 특성으로 분류한 한 아동치료기관 자료인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 '갑질 논란' 교육부 사무관 "선생님께 상처드린 점 사과" https://omn.kr/256r4 )


그동안 자기계발과 아동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좌뇌형 인간은 논리적이고 분석적, 우뇌형 인간은 창의적"이란 속설이 유행했다. 심지어 말이 걷는 방향이나 마네킹이 도는 방향으로 뇌 유형을 구분하는 근거 없는 테스트도 SNS를 통해 번지고 있다.

이같은 좌뇌형-우뇌형 인간 구분법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좌뇌-우뇌 기능 차이를 확대 해석... "뇌과학에서 인정 안 돼"

 

A씨가 지난 해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 담임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편지. ⓒ 전국초등교사노조

 
GG브레인파워연구소는 지난 2017년 <세계적 천재들도 너만큼 산만했단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인간의 두뇌 인지유형을 좌뇌와 우뇌의 비율(인지과정 기여도)에 따라 극우뇌인, 강우뇌인, 약우뇌인, 균형발달인, 약좌뇌인, 강좌뇌인, 극좌뇌인 등 7가지 타입으로 나눴다.

이 연구소는 "극우뇌 아이는 천재과다. 천재의 머리를 갖고 태어났다는 뜻이다. 좌우뇌 비율은 0:100 또는 5:95, 10:90이다. 우리나라 출생아의 4%쯤 된다"라면서 모차르트, 스티브 잡스, 반 고흐, 사도세자, 히틀러 등을 같은 타입으로 분류했다.

저자는 "이 책은 타입 1(극우뇌인)을 위한 양육서요, 진로지침서"라면 "뇌과학에 따른 극우뇌인 고유의 특성과 양육방법, 그리고 문제점에 대한 솔루션을 다루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뇌과학계에서는 이같은 인간의 뇌 유형 분류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16일 <오마이뉴스>에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인지, 사고, 판단, 행동은 좌우뇌의 복잡한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지어 ADHD라고 하더라도 특정 영역에 국한해 뇌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따라서 극우뇌인, 극좌뇌인이라는 식의 두뇌 타이핑(유형 분류)은 뇌과학에서 관찰된 바 없으며 받아들여지는 가설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좌뇌형'과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우뇌형'으로 구분하는 좌우뇌형 인간 구분법은 지난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로저 W. 스페리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의 인간 분리 뇌 연구와 그의 제자인 마이클 S. 가자니가가 정립한 '인지신경심리학'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뇌 절단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좌뇌와 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좌뇌는 언어와 논리적, 분석적 사고를 담당하고, 우뇌는 주로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혈액형 성격설과 마찬가지로 '좌뇌형‧우뇌형 인간' 구분법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자기계발 분야를 중심으로 두뇌 유형 테스트나 좌뇌형, 우뇌형 자녀 교육법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최근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좌뇌형‧우뇌형 인간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며, 좌뇌와 우뇌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심리학자인 바바라 러더포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교수는 지난 2016년 국제학술지 '뇌와 인지(Brain and Cognition)'에, "단순 작업일 때는 문자 작업은 왼쪽 뇌, 공간 작업은 오른쪽 뇌 어느 한쪽만 쓰는 게 더 효율적이었지만, 복잡하거나 어려운 작업을 할 때는 좌우 뇌 상호 작용의 이점이 더 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재승 교수도 지난 2017년 7월 EBS '대도서관 잡(Job)쇼'에 출연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때 뇌 전체를 골고루 사용하고, 논리적인 접근을 할 때도 세부의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도 봐야 하기 때문에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좌뇌형 인간-우뇌형 인간' 구분법은 '거짓'

좌우 뇌 가운데 특정 영역이 발달한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 따로 있다는 주장은, 좌뇌와 우뇌 기능 차이를 과장한 속설일 뿐 과학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양쪽 뇌가 상호 작용을 할 때 이점이 더 크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거짓'으로 판정한다.
 

"좌뇌형 인간-우뇌형 인간 따로 있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출처
    GG브레인파워연구소 <세계적 천재들도 너만큼 산만했다>, [에너지 라이프] 좌뇌 우뇌 특징 & 1분 안에 확인하는 두뇌 성향 테스트 등출처링크
  • 근거자료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8.16.)자료링크 EBS '대도서관 잡(Job)쇼-뇌과학자 정재승 편‘(2017.7.14)자료링크 UBC(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보도자료. 'UBC study examines brain performance and left-brain, right-brain cooperation'(2016.6.8.))자료링크 Barbara J. Rutherford 외, 'Enhancing the ecological validity of tests of lateralization and hemispheric interaction: Evidence from fixated displays of letters or symbols of varying complexity'(2016.7.)자료링크 ROGER SPERRY, 'Some Effects of Disconnecting the Cerebral Hemispheres'(Science, 1982)자료링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마이팩트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