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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희생자 호명한 문소리, 돌발 발언이 아닌 이유

청룡영화제서 "진상규명 되고 진짜 애도를 할게"... 2004년부터 계속된 행보

등록 2022.11.26 12:00수정 2022.11.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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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배우 문소리가 무대에 올랐다. ⓒ 청룡영화제

 
"작년에 미처 못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오늘 해도 괜찮을까요?" 

지난 25일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문소리는 시상에 앞서 양해를 구했다. 지난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 수상소감에서 빼먹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늘 무거운 옷가방 들고 다니면서 나랑 일해준 안OO." 

그와 함께 일해온 스태프였다고 했다. 

"아...OO야 너무 고마워, 사랑해. 이런 자리에서 네 이름 한 번 못 불러준 게 굉장히 마음 아팠어." 

그러면서 그는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이야기를 꺼냈다. 

"네가 얼마 전에 10월 29일 숨 못 쉬고 하늘 나라로 간 게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너를 위한 애도는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진상 규명 되고 책임자 처벌 되고 그 이후에 더더욱 진짜 애도를 할게 OO야 사랑해."

문소리는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지인을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함께 말했다. 애도의 말을 끝내고 그는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다시 양해를 구했다. 관객들은 박수로 위로했고 청룡영화상 사회자 김혜수는 "기쁜 날이지만 의미를 함께 나누는 날이기도 합니다, 괜찮습니다 문소리씨"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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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배우 문소리씨. ⓒ (주)메타플레이

 
한미FTA 반대부터 세월호, 미투운동까지... 사회적 목소리 내 온 배우 문소리  

문소리가 사회적 의제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8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의견이 반영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는 일일단식에도 참여하며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원한다"고 밝혔다. 2015년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정부 시행령 폐기'를 지지하는 성명에도 이름 올렸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에도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문씨를 '문화연예계 핵심 종북세력'이라 규정했다. 

이런 낙인 찍기에 굴하지 않고, 그는 2015년 12월 개봉한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나쁜 나라>를 연출한 김진열 감독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소리씨 입장에서는 내레이션을 한다는 상황이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거다, 세월호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했을 때 배우로 받는 타격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제안 드렸을 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레이션이라도 하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후 2017년 <나쁜 나라> 등을 배급한 배급사 시네마달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어려움에 처하자 문소리는 후원금을 쾌척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8년 3월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영화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에서 그는 '국내에서는 미투운동에 배우나 감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한국 사회 권력, 조직, 위계질서 문화의 특수성이 (영화계에서) 더욱 심화돼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문화계 내 뚜렷한 권력관계, 위계질서, 그리고 여성 영화인의 입지 등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열악하기 때문에 폭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해자, 피해자이거나 방관자, 암묵적 동조자였거나 아니면…그런 사람들이었음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스스로 반성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민주노동당을 공개 지지했다. 2007년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FTA에 반대 뜻을 밝히며 "영화인들이 1년간 스크린쿼터를 원상회복하고 한미 FTA를 중단할 것을 간곡히 호소했지만 정부는 우리의 요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라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쫓아가 반대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꾸준히 사회적 목소리를 내 온 이유를 문소리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가장 정치적이 돼야 그걸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쉬운 직업인 만큼 자신의 생각과 방향을 더 확고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넓게 보면 사회의 여러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잘못하는 건 잘못한다고 하고, 내 의견이 다르면 '너희가 빠뜨린 게 있는 것 같아. 다른 것 같아' 이렇게 하는 건, 사실 시민사회의 시민으로서 의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국 사회가 너무 정치적으로 급변하면서 보복성 결과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SNS로도 많이 자신의 의견을 내시는 배우들도 많고 점점 더 조금 그런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가 건강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9월 25일 YTN라디오 '시사 안드로메다'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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