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 과거 추억 마케팅 놀이 한창

시청자 눈길 사로잡을 수 있으나, 새 소재 발굴 숙제

등록 2007.07.19 10:02수정 2007.07.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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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등장한 몰래카메라, 인기에 힘입어 다시 돌아왔지만 매회 비난을 사고 있다. ⓒ IMBC

TV예능프로그램이 언제부턴가 리얼리티를 표방하면서 인기를 얻자, 모두가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정작 성공한 것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후속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과거로의 회귀'다.

즉 과거에 인기 있던 포맷을 차용해 다시금 시청자들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감성을 건드려보자는 속셈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 카메라'다. 90년대 초반 이경규를 국민개그맨으로 거듭나게 했던 '몰래카메라'가 부활해 꺼져가던 프로그램을 되살려 놓았다.

물론 여러 차례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정작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현재 SBS <일요일이 좋다 - 옛날TV>, KBS '신개념 스쿨 시트콤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 <해피투게더-학교가자>가, KBS<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이 등장하며 이러한 복고붐에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과거의 프로그램에 기대어 인기를 얻고자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복고가 아닌 추억의 마케팅

그런데 이것은 복고라고 볼 수는 없다. 복고는 단순히 과거의 것들이 다시 유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의도적으로 방송가에서 90년대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되살리는 일이기에 복고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추억의 마케팅'이다. 과거의 옛 추억을 보여주며 감성을 건드리는 것으로 일종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즉, '몰래카메라'를 다시 부활시켜 과거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다시금 보는 몰래카메라에 시청자들은 향수에 젖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등장하는 '옛날 TV', '불후의 명곡', '학교가자'가 모두 그러한 점을 고려해 다시금 인기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그것은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안전하며, 파워가 강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분명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래서 새로운 포맷을 시도했지만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 즉 과거의 프로그램을 다시금 부활시키는 일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만큼 시청률에서 입증된 것이기에 안전하다.

또한 새로운 시도는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과거에 이미 접해보았던 포맷을 시청자들은 쉽게 받아들이고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시청률 싸움에서 어느 정도 파워를 행사할 수 있으며, 다른 프로그램보다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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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인기프로그램을 다시금 부활시킨 추억의 마케팅은 새로운 소재 발굴이 관건이다. ⓒ KBS

시청자 층의 변화로 인한 성공

그런데 이것은 시청자층의 변화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TV를 보지 않아도 방송을 볼 수 있는 수단들이 생겨나면서 TV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변화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은 TV를 시청할 수 있는 선택권이 박탈되었다. 그 결과 중장년층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소재에서 탈피해야 했으며, 리얼리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은 사실상 중장년층에게는 맞지 않았다.

물론 리얼리티를 표방한 몇 개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민프로그램으로 거듭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중장년층에게는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추억의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05년부터 다시 '돌아온 몰래카메라'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옛 명성에 버금가는 시청률을 되찾았다. 또한 80, 90년대는 방송가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오직 TV로만 방송을 볼 수 있던 시대의 프로그램들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그러한 영향력을 몸소 체험한 중장년층들은 친숙한 프로그램에 다시 한 번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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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형식을 빌린 <옛날 TV>는 어수선해 프로그램 몰입에 방해가 되고 있다. ⓒ SBS

추억의 TV, 프로그램 질까지 보장은 글쎄!

하지만 그러한 추억의 마케팅이 과연 프로그램의 질적인 부분까지도 보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실상 '몰래카메라'는 매회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청자들은 억지웃음을 위해 스타들에 개인적인 사생활 침해와 조작했다는 진위를 두고 매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프로그램 자체는 옛 포맷을 적용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내용을 담아야 한다. 그런데 '몰래카메라'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소재들을 만들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더는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낼만한 소재가 없다. 그래서 억지스러운 설정과 상황 등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모든 프로그램들이 옛 향수를 건드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시청률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질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보면 일단 과도기로써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 '몰래카메라'를 시작으로 다른 프로그램들은 일단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켜 놓기는 했다. 가령 '옛날 TV'의 경우 이름 그대로 옛날 냄새가 물씬 나는 포맷이다. 물론 단순히 옛날 TV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옛날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장면들을 현재의 인기스타들이 게임 형식으로 재연하는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1회 때 1970년 방송돼 시청률 80%를 기록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친 TBC 드라마 '아씨'에 출연했던 원로배우 사미자, 여운계를 초대해 이 드라마를 재연했다. 2회에서는 1980년대 인기를 끈 코미디 '쓰리랑 부부'를 김미화와 원조 기상통보관 김동완 옹을 초대해 꾸몄다. 우선 질적인 문제를 떠나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재현이 게임 방식으로 이루어져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이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콩트와 게스트 간의 토크쇼 형식을 점차 늘려 안정을 되찾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전반적으로 어수선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또한 단순한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재현할 뿐 더는 무엇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이다. 즉 과거의 프로그램을 재현해 단순한 웃음을 만들어 내는 수단으로 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한계성을 지닌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가자'도 '여걸 식스' 와 '쟁반 노래방'을 반씩 섞어 놓았는데, 그것이 식상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왕년에 다리 좀 떨었다'와 같은 주제는 '쟁반노래방'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소재들이다.

그래서 토크 소재의 고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옛 영광을 단순하게 이용할 뿐 그것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방과 후 퀴즈'는 기획의도 자체도 파악되지 않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처럼 과거의 인기프로그램을 재현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포맷을 차용할 수는 있지만 소재까지 차용한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소재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한다면 옛 영광에 먹칠을 하는 꼴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단순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고 해서 끝까지 인기가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더욱이 '몰래카메라'가 매회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을 볼 때 '추억의 마케팅'은 남들이 한다고 해서 쫒아갈 것이 아니라 적어도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 명성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면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추억의 프로그램들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은 <추억의 프로그램들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복고 #추억 마케팅 #몰래카메라 #옛날TV #불후의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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