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우연> <우리의 정원> <독고솜에게 반하면> <완벽이 온다>
문학동네 사계절 창비
<고요한 우연> <우리의 정원> <독고솜에게 반하면> <완벽이 온다>는 최근 출간한 청소년 소설책 제목이다.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볼까? 이 제목의 공통점은? 그건 바로바로, 책 속 인물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있다는 거다. 고요가 그렇고, 우연도 그렇다. 정원이도 독고솜도 완벽이도 책 속 등장인물이다.
이 중에서도 '고요한 우연'과 '우리의 정원'은 독자를 절묘하게 속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편집자님 웃음소리 들리는 것 같고요). 고요, 우연, 정원은 각 소설을 끌고 나가는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다르겠지.
한번은 우연인데 우연이 반복되면 '뭔가 있다'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출판계에 묻고 싶다. 제목에 이름 넣으면 책이 좀 더 팔립니까? 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은 나 역시 제목에 이름을 넣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이름
정치 기사 제목은 정치인의 이름과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스타일이 많다. 가령 이재명 "______", 윤석열 "_____" 이런 류의 기사 제목을 아마 질리도록 봤을 거다. 선거철에는 더 많다. 때문에 정치 기사 워딩 제목이 지겹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 기사와는 상관없는 사는이야기나 문화, 책, 여행 글을 편집하는 나도 더러 이름을 붙여 제목을 쓴다.
가장 많이 쓰는 이름은 방송인,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 슈퍼스타 이효리(언제적 이효리냐 싶은 이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슈퍼스타다)는 시청률만 보장 하는 게 아니었다. 제목에 이효리를 넣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걸 경험치로 알게 되었다(물론 글 안에 이효리 관련 언급이 있을 경우에 그렇다, 없는 내용을 제목에 붙이진 않는다).
"불타오르지 않는다"는 이효리, 너무X100 공감했다
이효리가 증명한 개들의 능력, 이거 알면 못 먹습니다
연예인 이름 석 자가 들어가면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이슈가 될 때는 더 그렇다. 화제가 되는 방송이나 뉴스에 오른 유명인의 이름을 제목에 넣어주면 독자들은 반응했다.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있나?' 궁금한 마음에 한 번이라도 더 클릭해 보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보자면, 마약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와 가수가 그렇다. 사람들이 지금 가장 궁금한 인물 이름을 제목에 넣는, 뉴스 제목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촛불집회가 한창이었던 무렵에는 국민이 신뢰하는 언론인 1위 앵커 손석희를 제목에 넣어도 조회수가 꽤 높았다.
당시 그의 이름을 제목에 넣을 때마다 나는 혼잣말로 말했다. 속으로만 소심하게 "또 한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예상대로 조회수가 잘 나온 날이면 또 인사했다. "덕분에 조회수가 꽤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뉴스 클로징 멘트처럼 나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제목에 썼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들릴 리 없는 말을 미안함과 감사함을 담아서 했더랬다. 감사한 마음이야 당연히 이름 석 자가 조회수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었고,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은 자신의 이름이 뉴스 제목으로 자꾸 거론되는 것이 당사자 입장에서 좋기만 할까 싶어서였다.
방송국 사람들, 기자들 생리야 워낙 많이 아시는 분들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이해하는 것까지는 모르겠다) 좋은 일로 자꾸 불리는 것도 쑥스럽고, 안 좋은 일로 불리는 것도 스트레스일 것 같았다. 그저 방송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아무 데다 이효리나 손석희를 넣은 것은 아니었다. 너무 많이 쓰면 독이 되기에 꼭 필요할 때만, 본문에 내용이 있을 때만 썼다. 상관도 없는 글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다면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꽤 억울할 일일 테니 조심하려고 애썼다.
일반인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