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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일순을 오래 전부터 지켜봐온 사람이 있었다. 기독교 이현주 목사였다. 기독교 목사가 노자 사상에 심취한 가톨릭 신자를 자주 찾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었다. 그래서 이현주는 본격적으로 장일순에게서 노자를 묻고 파고 들었다. 

노자(老子)를 가운데 모시고 선생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눔이 나에게는 분에 넘치는 영광이요 즐거움이었다. 그 즐거움을 이웃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든다. 주고받는 눈짓 하나 또는 한동안 이어지는 깊은 침묵 속에서 소리없이 전달되던 미세한 감동마저 문장에 담을 수 없어 미안함이 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석 1)
 
교재로 쓰고 있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이다 교재로 쓰고 있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이다
▲ 교재로 쓰고 있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이다 교재로 쓰고 있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이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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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목사가 원주 봉산동으로 장일순을 찾아 노자를 듣고자 했던 시기는 1993년 3월부터였다. 그런데 장일순은 1991년 6월 14일 병마를 얻어 원주 기독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투병 생활 끝에 병세가 다소 호전되었던 시기였다. 

선생님과 나는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가며 그 '본문'을 주석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당신의 '말씀'으로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그걸 알아보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 그의 '말씀'이 손짓하고 있는 자리에 석가와 예수, 두 분 스승이 동석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도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석 2)

이현주는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서 개정판 머리말에서 "선생님께서는 내 짧은 인생에서, 초등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막내의 손을 잡아 교실 문앞까지 데려다 주는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그런 분이셨다."고 하면서, 많은 시간을 내어 노자의 풀이를 듣고 세 권으로 묶어냈다.

이현주는 책을 펴내면서 "가톨릭 신자이신 선생님과 개신교 신자인 나는 결과적으로 부대사(傅大士)의 문장에서 '유(儒)' 자를 빼고 그 자리에 '기독'을 넣은 셈이 됐지만, 짠맛이야 어느 바닷물이 다르랴? 공자께서도 크게 웃으시리라"라고 덧붙였다. 그가 인용한 부대사의 싯구는 이러하다. 

 道冠儒履佛袈裟 도관유복불가사
 會成三家作一家 회성삼가작일가

 도가의 관 쓰고 유가의 신발 신고 불가의 옷 걸치니
 세 집안이 모여 한 집안을 이루도다.


장일순의 모습을 중국의 재가 승려 부대사의 선시로 그런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힌다면 동학사상, 해월의 생명사상이 아닐까 싶다.

장일순은 '노자 이야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임종을 앞둔 어느날 병상에서 이현주는 다짐한다.

"선생님, 이대로 가셔도 제가 마치겠습니다. 선생님은 늘 제 속에 계시니까 제 속에 계신 선생님과 이야기를 계속해서 마치도록 하겠어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를 완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하여 상ㆍ중ㆍ하 세 권으로 엮었던 책이 730쪽에 이르는 단권으로 간행되었다. 총 81장에 이르는 제목으로 풀이된 방대한 내용이다. 뒤의 일부는 엮은이의 작품이랄 수 있겠지만, 논어나 성경이 모두 제자들이 정리한 것이라 하여 공자와 예수의 말씀이 아니라고 하지 않듯이, "선생님은 늘 제 속에 계시니까" 라고 했던 이현주의 풀이는 곧 장일순의 말씀이라 할 것이다.

주석
1> 이현주,『무위당 장일순 노자 이야기』, 초판 머리말, 2004년, 개정초판 4쇄, 삼인.
2>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무위당 장일순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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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