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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의 황당한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의 황당한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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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의 '황당한 답변'이 이어지자 연일 법정에서 웃음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공판을 진행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전날에 이어 18일에도 또다른 국정원 심리전단 5팀 직원인 김아무개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정년퇴직 후 현재 계약직으로 국정원에 있는 김씨는 지난해 10월 17일 긴급체포·압수수색을 당한 직원 세 명 중 한명이다. 그는 대표적인 국정원 트위터 계정으로 지목됐던 @taesan4의 주인공으로,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등 대선후보를 비난하는 수많은 게시글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트위터에 퍼뜨렸다.

하지만 거침없던 트위터 속 모습과 달리 오프라인에서 증인으로 나선 김씨는 이날 무척 몸을 사렸다. 그는 수많은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트위터 계정 부분은 적극적 진술거부권 행사

법정에서 김씨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 김씨는 전날 출석했던 동료처럼 검찰 쪽 질문에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이미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던 안보5팀 활동시기, 조직체계, '이슈 및 논지' 전달 방식 등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자신이 안보5팀에 가기 전에 트위터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 및 게시글 관련 진술에는 모두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이 범죄일람표 내용을 일일이 제시하며 신문한 '봇(Bot·트위터 글을 자동으로 확산)' 프로그램 사용 여부 역시 답을 피했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엉뚱한 말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말이 "내일모레면 나갈 사람이"였다. 그는 "트윗덱이나 트윗피드를 쓴 적 있냐, 업무매뉴얼을 구두로 전달받은 기억은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대뜸 "내일모레면 나갈 사람이라 (그때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답변만 내놨다.

답답한 재판부가 여러차례 나서야 했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계속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있다,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먼저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꾸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 부장판사는 아예 "질문의 핵심은 OO이다, (증인은) '그런 일이 있다, 없다, 기억이 안 난다'로 답해 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기비하적 모습까지 보였다. 그는 자기 자신을 가려켜 "제가 지금 여기 앉아 있지만 제가 제가 아니다, 혼은 거의 딴 데 가 있다, 살아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수차례 검찰 진술을 번복하거나 확인을 거부하자 검사는 "검찰 조사 때 '매일 아침 사무실로 출근해서 오전10시경 안보1팀 직원에게 이슈 및 논지를 전자우편으로 받았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냐"고 물었고,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비슷하게 말했으니까 그렇게 적혀있을 것 같긴 한데, 제 기억력이나 상식으로 보면 제가 이렇게 자세히 (진술)한다는 걸 솔직히 이해하기가..."

결국 조용하던 법정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트위터 활동을 어디서 했냐"는 검사의 물음에 대한 김씨의 답변 때문이었다.

- 주로 어디에서 트위터 활동을 했는가.
"딱히 기억나는 거는... 그... 발길 닿는 대로 막... 뭐 정처 없이... 유랑자처럼 그냥 아무데나 돌아다녔다."

"혼은 거의 딴 데 가 있다", "정처없이 유랑자처럼..." 횡설수설

증인 신문 말미에 판사는 "오늘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다 번복하는데, 당시에 조서를 확인하고 서명 날인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도 김씨의 답변은 비슷했다.

"지금 재판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말씀인데, 당시 제가 진짜…또 이 말을 반복하게 되는데, 제가 30여 년간 나라 위해 일하다가 순식간에, 자식들 다 보는 앞에서 체포됐다. 제가 쌓아왔던 모든 게 무너졌다. 그날 변호사님들이 (검찰 조사 때) 오셨지만, 그건 제가 아니라 딴 데 있던 영혼이 오고…."

심리전단 5팀의 트위터 활동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으로, 팀원들은 이 재판의 주요 증인이다. 하지만 이틀 연속으로 법정에 선 그들은 황당한 답변으로 웃음거리를 자처했다. 법정 증언의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셈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7일과 14일 심리전단 5팀 장아무개 파트장과 다른 직원들을 부를 예정이다. 트위터 등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은 이 시기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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