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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에 촬영한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
 2011년 6월에 촬영한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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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이 갈대밭의 생육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불을 지르면서 신성리 갈대밭(금강 서천지구)의 생물체는 사라져 버렸다.
 서천군이 갈대밭의 생육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불을 지르면서 신성리 갈대밭(금강 서천지구)의 생물체는 사라져 버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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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인 금강변. 충남 서천군이 생육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갈대밭에 불을 지르면서 조류·포유류·곤충·양서류 등이 서식처를 잃어 버렸다.

기자는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 김성중·김민성 간사와 함께 4대강 사업이 끝난 공주·부여·서천구간을 모니터링 했다.

공주 둔치공원을 출발해 부여군으로 향했다. 하천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각종 시설물은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했다. 부여군 백제보로 접어들면서 수질도 탁해지고 있었다. 4대강 사업에 의한 과도한 준설의 영향인지 세굴로 침식되고 있는 호암교에는 교각에서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와 사석들만 나뒹굴고 있었다(관련 기사: 금강의 봄... 또다시 녹조·물고기 사체 둥둥).

충남 부여군 호암교가 물받이공과 사석보호공이 유실되어 허공이 떠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충남 부여군 호암교가 물받이공과 사석보호공이 유실되어 허공이 떠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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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 사산리 하황지구가 불에 타면서 3천 평(부여군 추산)이 훼손되어 버렸다.
 충남 부여군 사산리 하황지구가 불에 타면서 3천 평(부여군 추산)이 훼손되어 버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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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우안을 타고 내려가 부여군 사산리 하황지구에 닿았다. 지난 번에 부서지고 깨졌던 보행교(목교)가 여전히 방치돼 야생동물의 배설물 등만 널려 있었다. 공원의 시설물 주변에는 초지가 사라지고, 검은 잿가루만 날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부여군 하황지구 금강관리 담당자는 "두 달 전 그리고 일 주일 전쯤에 마을 주민이 밤에 쓰레기를 태우다가 불이 옮겨 붙었다, 당시 현장에 나가서 진화했지만 3천 평 가량이 불에 타면서 훼손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부서진 보행교에 대해 이 담당자는 "시공사에 하자 보수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조금 더 이동해 황포돛배가 운영되는 부여군 시음지구에 닿았다. 두 명의 주민이 강변 제방에서 나물을 캐고 있었다. 자전거 도로에 설치된 콘크리트 바닥이 침식되면서 콘크리트만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이용객의 안전을 위한 안전 펜스도 휘어진 채 가라앉고 있어서 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은 온통 불에 그을린 상태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시설물인 데크에만 간간이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확인됐다.

23만여㎡ 규모를 자랑하는 신성리 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이자 <공동경비구역 JSA> 등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 서천을 찾는 관광객의 관광코스다. 서천군은 갈대 생육 촉진을 목적으로 갈대를 베고, 불로 태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서천군 관광과 담당자는 "같대가 많이 죽고 있어서 생육 촉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2~3년 전부터 갈대를 베고 불을 놓아 태우고 있다. 봄 논에 불을 지르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눈높이에 맞춘 탐욕이 부른 파괴행위"

서천군의 이 같은 작업에 대해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간은 갈대가 무성한 모습을 원하면서 '불을 지르면 좋아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갈대밭에 불을 지른다"면서 "갈대와 더불어 많은 종들이 공존하면서 살아가는데 불을 지르게 되면 자연생태가 사라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영호 곤충 생태학 박사는 "'에코시티'를 생각하는 서천군이 갈대밭에 생육을 목적으로 불을 지르는 행위는 새들과 양서파충류, 포유류들에게 서식처가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이라며 "야생생물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면서 종들이 단순해지고 개체수도 줄어드는 생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박사는 "영국은 국가 차원에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갈대밭을 불태우는 행위는 하지 않는데 우리는 함부로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갈대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니터링에 동행했던 양흥모 처장은 "금강 수역은 생태 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법적 보호종인 수달, 삵, 큰기러기, 큰고니, 가창오리, 새매, 말똥가리, 황조롱이 등 토종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곳이 훼손되면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야생동물을 쫓아내는 관리는 환경과 생태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의 눈높이에 맞춘 탐욕이 부른 파괴행위"라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공주를 시작으로 돌아본 금강은 자전거도로와 각종 시설물에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했다. 충남 부여군 호암리 자전거도로.
 공주를 시작으로 돌아본 금강은 자전거도로와 각종 시설물에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했다. 충남 부여군 호암리 자전거도로.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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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은 생태 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간직한 곳으로 철새 도래지이자 서식처다. 그리고 다양한 야생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이런 곳에 불을 놓는 행위는 이 지역이 서식처인 야생동물들에게 서식공간을 잃어버리는 황당한 경험일 것이다.

갈대밭을 가꾸기 위해 불을 놓기보다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갈대밭을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보존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인간과 자연이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태그:#4대강 사업, #신성리 갈대밭, #서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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