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호남 출신 인물을 일부 당직에 배치하고, 당 대표가 광주 와서 '조강지처론' 운운하는 것이 호남을 사수하겠다는 민주당의 노력이다. 아무리 가산 탕진한 후레자식도 장사 밑천 빌리러올 때는 소주 한 병이라도 받아오는 법이다. 맨손으로 와서 먼 XX이냐."(페이스북 이용자 이정우씨)

지난 20일 민주당 '광주 최고위원회'(아래 최고위) 등 최근 호남 행보에 대한 광주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반응이다.

민주당에 등 돌린 호남민심을 달래고 '안철수 신당' 지지세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나섰지만 되레 "진정성도 없고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호남의 오디' 열매를 먹고 벌떡 일어설 것"이라 했지만...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강성관

관련사진보기


최고위 회의를 앞두고, 지역에서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담대한 혁신과 변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메시지를 기대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은 것은 '조강지처' '어머니의 품' 등으로 상징되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었다. 또 쇄신을 언급했지만 안철수 신당 측을 향한 '야권분열'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최고위회의 전 기자를 만난 전병헌 원내대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강지처론'과 '야권분열 필패론'을 언급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더 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날 최고위에서 지도부의 핵심적인 발언은 전 대표의 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2일 지도부 최초의 신년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도 마찬가지였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양동시장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서정주의 시를 인용하며 "우리 민주당에게 있어 호남은, 어머니에게 꾸지람 듣고 갈 곳 없는 아이가 찾아가는 외할머니네 툇마루와 같은 곳"이라며 "호남없는 민주당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우나 고우나 지난 60년 민주당은 여러분이 키워준 정당"이라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호남의 뜻을 외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남의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호남의 툇마루를 허락한다면 호남의 오디 열매를 약으로 삼아 다시 기운을 내서 벌떡 일어설 것이다,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전병헌 원내대표도 "광주는 민주주의와 민주당의 모태이고 발원지"라며 "변화와 혁신으로 민주당을 광주시민의 긍지와 자랑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신익희·조병옥·장면·김대중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은 많은 우여곡절과 만고풍상을 함께 하면서 호남·광주시민들과의 조강지처 관계를 가져오고 있었다"며 "60년 민주당을 더욱 정통 민주정당답게 (만들기 위해) 분골쇄신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망 나옴직... 너무 편안하게 온다" 당내서도 비판

20일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에서 최고위 회의를 마친 김한길 대표가 시장을 돌며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일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에서 최고위 회의를 마친 김한길 대표가 시장을 돌며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 강성관

관련사진보기


"2일 지도부가 5·18묘지 참배 등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 데 이어 새로운 각오를 시도민께 받는 귀한 자리"라는 임내현 광주시당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그 '귀한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이 기대했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또 민주당 인사들은 양동시장·중소기업 등을 방문했지만, 기자회견이나 시민과의 간담회 등 차분하게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소통하는 자리는 없었다.

최금동(42)씨는 "지도부가 온 다길래 당이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기대했는데 '미워도 다시 한 번' 지지해 달라는 말만 기억난다"며 "이런 최고위 회의는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평했다.

이낙연(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최고위에 배석했는데 광주권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옴직 하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조금 더 준비를 많이 해서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강기정(광주 북구갑) 의원은 "광주는 민주당에 대해 무엇인가를 기대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데…"라며 "호남의 품에 안기려면 말투 하나, 행동 하나 어렵게 와야 하는데, 너무 쉽고 편안하게 오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의 새 정치는 분열이다' 이런 비판이 아니라, 우리(민주당)가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작지만 희망적인 비전과 메시지를 호남은 기다리고 있다"며 "최고위 회의에 앉아 있으면서 진정성이 깊게 묻어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2006년 우리당의 광주 '특별기자회견'... 김 대표, 당시엔 원내대표

2006년 5월 17일.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물론 소속 국회의원 80여 명 등 대규모 방문단을 대동하고 광주를 찾아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우연치않게 현 민주당 대표는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광주를 찾았었다.
 2006년 5월 17일.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물론 소속 국회의원 80여 명 등 대규모 방문단을 대동하고 광주를 찾아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우연치않게 현 민주당 대표는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광주를 찾았었다.
ⓒ 강성관

관련사진보기


최근 민주당의 최고위 행보를 보면 '2006년 열린우리당(아래 우리당)'이 떠오른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여당이던 우리당.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당은, 정당 지지도와 선거 판세에서 한나라당에 크게 밀리고 있었다. 광주·전남지역에선 당의 존폐까지 거론됐던 민주당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2004년 총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호남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정동영 의장은 2006년 5월 17일 소속 국회의원 80여 명, 수도권 등 광역단체장 후보 등 대규모 방문단을 대동하고 광주를 방문했다. '특별기자회견'을 위해서였다. 우리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는 우리당의 모태와 같은 곳이다, 광주 없는 우리당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출발을 각오하기 위해 왔다"고 호소했다.

당시 그 '특별한' 기자회견에 민심은 싸늘했다.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당의 대참패. 16개 광역단체장 선거만 보자면, 한나라당 12곳, 열린우리당 전북 1곳, 민주당 광주·전남 2곳에서 승리했다. 현재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광주를 찾았다. 여러모로 지난 20일 민주당의 광주 최고위와 2006년 특별기자회견이 겹치는 이유다.

김 대표가 20일 전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민심에 대한 질문에 "2주 만이라 해도, 분위기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한 지방의원은 "그래도 호남은 민주당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란 안이한 인식을 하는 것 같다"며 "이런 이벤트성 최고위는 안 하니만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동시장의 명물이라고 하는 해장국 같은, 속 시원한 정치로 광주 시민의 속을 풀어드리겠다"(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 요동치는 호남 민심 앞에 내놓을 해장국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민주당 최고위, #김한길 대표, #광주 양동시장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