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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을 찾은 부산지역 종교인들이 지난 대선을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19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을 찾은 부산지역 종교인들이 지난 대선을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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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메리한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19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 있었다. 그 트리 앞에 선 부산 기독교교회협의회(NCC) 회장 최광섭 목사는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대신 최 목사는 "우리는 정의와 민주를 분실했다"며 "국가기관이 뽑은 대통령은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 뿐이 아니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이동화 신부는 "정말 민주주의가 생명이 살아있나 싶을 만큼 불안한 처지"라며 "그런 의미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공약을 후퇴·폐지하고 비판세력에 대해서 종북이라고 하는 종북몰이의 마녀사냥 같은 모습들만 한 해 동안 지켜봐 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부산지역 불교·기독교·천주교 종교인들은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1 년 전의 대통령 선거는 총체적인 부정선거"라며 "그 부정을 덮어버리기 위해서 지난 1년간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놓았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종교인들은 65세 이상에 대한 기초연금과 반값 등록금, 경제민주화 등의 박 대통령 공약 후퇴를 예로 들며 "대선 전의 공약은 오로지 대통령 당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을 지경"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대통령과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 이념의 굴레를 씌워 여론 재판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심지어는 성직자들의 목소리까지 종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종교인들은 "오늘날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치와 사회의 근본에는 바로 대통령 부정선거가 원죄 또는 업보와도 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인식을 함께 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오늘날의 혼란과 분열을 막을 길이 없음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인들은 이러한 혼란을 잠재울 방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꼽았다. 종교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종교인들인 특검을 통한 부정선거 문제 해결과 부정선거 관련 책임자 사법처리도 함께 주문했다.

총체적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부산지역 종교인(불교, 개신교, 천주교)들의 시국선언문
두 손 모아 정의와 자비가 온 누리에 가득차길 기도합니다.

부산 지역의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3대 종단 성직자들은 오늘날 어지러운 세상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이상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신도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일 년 전의 대통령 선거는 총체적인 부정선거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보훈처와 안전행정부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부정선거입니다. 이러한 조직적 범죄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에 대한 부당한 국가권력의 개입도 우리는 기억합니다. 대통령 선거 자체도 총체적인 부정 선거였고, 그 부정 선거를 덮어버리기 위해서 지난 1년간 대통령이 보여준 모든 것 역시 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놓았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절차상의 민주주의만 후퇴하고 파괴된 것이 아닙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개혁적 정책들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개혁적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후퇴하고 취소되었습니다. 65세 이상에 대한 기초연금, 반값 등록금, 경제 민주화 등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금의 철도 민영화 시도에서 드러나듯이 사회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원칙과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던 대통령이 아무런 원칙도 없이 이렇게 가벼이 국민과의 약속을 짓밟는 것을 보면서, 대선 전의 공약은 오로지 대통령 당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을 지경입니다. 더 나아가서 대통령과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 이념의 굴레를 씌워 여론 재판의 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성직자들의 목소리까지 종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대통령은 절차적인 민주주의뿐 아니라 내용상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부산 지역의 3대 종단 성직자들은 오늘날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치와 사회의 근본에는 바로 대통령 부정선거가 원죄 또는 업보와도 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인식을 함께 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오늘날의 혼란과 분열을 막을 길이 없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도, 민생도, 평화와 인권도 더 이상 진전할 수 없음을 깨닫고, 비통하고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요구를 밝힙니다.

나아가서 우리의 도정에 지역의 민주주의를 위한 많은 시민단체와 양심적인 지식인, 그리고 청년학생과 노동자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을 통해서 부정선거 문제를 해결하라.
하나, 국정원을 비롯하여 부정선거에 관련된 모든 책임자를 사법처리하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2013. 12. 19.

총체적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부산지역 종교인들 일동


덧붙이는 글 | 시국선언 참가자

불교 : 관몽, 설곡, 자흥, 종덕
개신교(성공회 포함): 김경태, 김광식, 김광호, 김동규, 김은화, 김철홍, 김태근, 김홍술, 노현문, 박광선, 박문수, 박봉규, 박철, 성경원, 손정호, 안균호, 안명준, 안중덕, 안하원, 여종숙, 원형은, 유성일, 이승정, 이재안, 임대식, 장석재, 전노진, 정준석, 조재호, 천경배, 천재욱, 천광섭, 최병학, 최인석, 한석문, 황영주

천주교: 강정웅, 고원일, 권순호, 김상효, 김수진, 김영호, 김인한, 김정욱, 김태균, 박종민, 서현진, 오창석, 윤정현, 이균태, 이동화, 이영화, 이영훈, 조성제, 조욱종, 차광준, 최혁



태그:#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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