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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회의록이 어떻게 여권으로 전해져 대선에 활용될 수 있었는지, 또 수사를 맡은 검찰이 이를 제대로 밝혀낼지에 관심이 모인다.

사실 그동안 회의록 유출 의혹 수사는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야의 공격과 방어가 주로 회의록 폐기 의혹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무엇보다 여권이 지난 대선 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느냐가 큰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진한 차장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를 발표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수사발표 마치고 생각에 잠긴 이진한 차장검사 이진한 차장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를 발표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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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는 여권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자 여론의 관심은 어떻게 해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여권으로 흘러갔는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그렇게 떠들어댄 의혹이 사실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거꾸로 의혹 제기한 쪽으로 역풍이 부는 꼴이다.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 중에 검찰이 지난 대선 야당 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공개 소환조사한 것도 여론의 관심을 키웠다. 검찰이 회의록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국대사 등을 서면조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권에 유리하게 편파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을 초래했다.

결국 지난 13일 검찰에 소환된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던 대선 당시 자신이 발표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의 출처를 '찌라시' 즉 사설 정보지라고 밝히면서 대화록 유출 의혹을 향한 관심은 한층 증폭됐다. 황당한 얘기여서 검찰이 김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관심사였지만, 만에 하나 김 의원 말대로라면 국정원이 갖고 있던 국가기밀이 일개 사설 정보지에 유출된 국기문란 사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이어 정문헌·서상기 소환조사... 큰 기대 않는 민주당

민주당은 지난 6월 말 회의록을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로 서상기·윤재옥·정문헌·조명철·조원진 등 새누리당 의원 5명과 남재준 국정원장·한기범 국정원 제1차장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공공기록물관리법·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7월 초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를 추가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8월 고발인 조사를 시작, 국정원 직원과 새누리당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거의 다 마쳤다. 검찰 관계자는 "거의 다 소환조사를 끝내고 사실상 의원들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최성남)는 김무성 의원에 이어 오는 19일 정문헌 의원을 소환조사하고 곧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도 소환할 방침이다. 회의록 유출 의혹 사건 수사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

그러나 고발인인 민주당 쪽에선 검찰 수사 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검찰 고발에 관련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은 국정원이 비밀등급을 낮춰 회의록을 공개한 게 왜 법 위반이 되는지 고발인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보관해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보지 않고 여전히 공공기록물로 간주, 국정원이 자체 규정에 따라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이런 판단을 이미 내렸다. 정문헌 의원이 국정원이 만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공표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국정원이 보관한 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판단한 것. 국정원이 생산·관리한 문서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렇다면 검찰은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상 비밀누설금지나 '비밀의 열람목적 외 용도 사용금지' 조항을 적용한다 해도 그 처벌 수위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한 것보다 훨씬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회의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 수정·보완된 완성본은 공공기록물?

회의록 실종 사건 일지
 회의록 실종 사건 일지

이미 마무리된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에서도 검찰은 국정원이 보관한 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지 않았다. 검찰이 백종천 안보실장과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회의록 초본을 이지원에 등록했다가 삭제해 국가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게 한 행위만을 대상으로 했고, 수정·보완된 회의록 완성본이 결국 이관되지 않은 것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회의록 완성본은 여권 인사들에게 유출된 의혹이 있는 국정원 보관본과 같은 내용이다. 결국, 이지원에 등록됐다가 생략된 부분과 화자 오류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가 내려진 초본은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고, 초본에서 오류를 바로 잡고 수정·보완한 최종본과 국정원 보관본은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지 않는 것.

검찰은 이 같은 논리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여권에 유출된 의혹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럴 경우 '수사 대상에 따라 적용 법규가 달라진다'는 비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태그:#공공기록물, #대통령기록물,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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