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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센터 입구에 적힌 '서비스는 역시 삼성입니다'라는 문구.
 삼성전자서비스 센터 입구에 적힌 '서비스는 역시 삼성입니다'라는 문구.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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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24일부터 8월 30까지 진행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제기된 일련의 의혹들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보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게 결론이다.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된 사안 일부가 사실로 밝혀진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금속노조는 고용부 발표 직후 낸 논평에서 "경제논리와 재벌의 영향력 앞에 굴복한 것"이라며 "삼성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며,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 역시 "재벌이 백주대낮에 버젓이 행하고 있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을 은폐시켜주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고용부의 발표는 스스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장도급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어서 법 해석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의혹이 사실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위장도급은 아니라는 '종합적 판단'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고용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관여 안했다"

고용부가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으로 판단하지 않은 핵심적인 근거는 협력업체가 독자성과 경영상 독립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결과발표에서 ▲ 협력업체 사장이 자기자본으로 회사를 설립, 자체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했다는 점 ▲ 취업규칙을 제정·운영해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임금을 지급한 것 ▲ 회사 명의로 4대 보험 가입하고 각종 세금을 납부하는 등의 사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또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 원청업체의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 여부에서도, ▲ 협력업체 대표가 자체적으로 개별근로자에 대한 작업 배치와 변경권을 행사하고 ▲ 근태 관리 및 업무 지시를 한 점을 들어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대위 측이 제시한 삼성전자서비스 내부문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기됐다.
 공대위 측이 제시한 삼성전자서비스 내부문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기됐다.
ⓒ 삼성전자서비스 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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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 측은 이 같은 고용부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협력업체가 독자성과 독립성이 있다는 고용부 판단과 관련해 공대위 측은 ▲ 원청이 협력업체 운영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지원하는 점 ▲ 원청이 채용의 모든 절차에 관여하는 것 ▲ 원청이 내려준 취업규칙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 ▲ 임금지급 기준을 원청이 수립하고 4대 보험 비용도 원청이 보존한다는 것을 반박자료로 제시했다.

또 협력업체 운영에 삼성전자서비스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단에도 ▲ 협력업체의 관할 구역을 원청이 정하고 ▲ 업무지시 중간과정에 협력업체 사장이 개입할 수 없으며 ▲ 휴가 및 근태 관리, 근무 평가 역시 원청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반박했다. 근로시간 결정과 기술교육 역시 삼성전자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제시했다.

고용부는 일부 위장도급 의혹의 근거로 제기된 ▲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제공한 업무시스템 도입 ▲ 원청업체가 인센티브 지급 및 업무 독려 문자메시지 발송 ▲ 협력업체 사무실 무상 제공 ▲ 고객 수리비용 원청 계좌 입금 등의 사례는 "원청이 협력업체 및 소속 근로자의 업무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고용부 발표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

이와 관련해 위영일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위장도급은 아니'라는 말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같다, 삼성의 외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근로감독이 끝나고 2주나 지나서 추석을 앞두고 발표한 것 또한 여론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노동부는 이번 발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추석 이후 고용부 발표와 관련해 항의방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의혹은 객관적으로 봐도 불법파견이 적발된 신세계 이마트보다 증거가 더 탄탄했다"며 "고용노동부의 발표는 그 판단을 입증할 어떤 증거자료도 제시되지 않았고 발표 내용 또한 너무나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을 의혹을 제기한 은수미 민주당 의원도 "지난 9월 28일 박 대통령과 10대 재벌총수가 만나는 자리 후부터 관가와 노동계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삼성 봐주기 수사'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는 자신이 근로자를 모집해 훈련시켜 협력회사로 채용하는 등 채용에 개입하였고, 인사관리시스템매뉴얼로 직접 지휘·감독해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자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부당한 결론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해결 요구에 대한 무응답, 이마트 불법파견 사건결과의 축소와 총수 빼내기에 이어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무혐의 결정은 대기업 봐주기의 부당한 부실감독의 전형적 결과에 불과하다"며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이번 고용노동부의 부실감독의 실상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태그:#삼성, #삼성전자서비스, #은수미, #삼성전자,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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