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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을 RT했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 지난 10일 박씨와 그의 후원회는 박씨처럼 RT만으로 국보법 위반을 의심받은 8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을 RT했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 지난 10일 박씨와 그의 후원회는 박씨처럼 RT만으로 국보법 위반을 의심받은 8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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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박정근(26)씨의 목소리는 밝았다. 22일 오후 그는 마침내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2년 전 검찰은 그가 트위터에서 북한의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계정 글을 리트윗(RT)한 것은 곧 북 체제를 찬양·고무한 일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박씨는 북한 체제 선전이 아닌 비판이 목적이었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그가 RT한 100여 개 글 가운데 일부는 "반국가단체활동에 호응하고 가세한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트위터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접근을 막을 수 없고,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도 들었다. 박씨는 자신이 무죄라며,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2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장순욱)는 22일 선고공판에서 박씨가 국보법 혐의를 받은 글 전부가 무죄라고 결론내렸다. 박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제 자신이) 망가진다는 기분이 들고, 스트레스도 커서 일부러 술도 안 먹고 그랬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겪은 일을 두고 'RT국보법 사건'이라고 부른다. 사건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박씨는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어느 정도 발이 풀렸으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RT국보법'말고 본업인 사진으로 기억하길 바란다며 웃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그동안 망가진다는 기분 들어... 법원에선 '내가 왜 여기에 있지?' 했다"

- 1심은 일부 유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고, 이번엔 징역 2년을 구형받았지만 전부 무죄가 됐다.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잘 싸워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특히 변호인단이랑 저랑 RT를 한 목적 부분을 어떻게든 무죄로 하려고 노력했는데, 무죄 판결이 나왔다. 판사가 '검찰 주장만으로는 RT한 목적을 유죄로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저 이후에 (박씨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우리민족끼리 트윗을 RT해) 입건됐던 분들이 제 재판 결과로 마음고생을 덜하셨으면 좋겠다."

- 꼬박 2년 동안 'RT 국보법' 당사자로 구속당하기도 했고, 국제적 관심까지 받았다. 어떤 심정이었나.
"(그동안 제 자신이) 망가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스트레스도 컸다. 저도 나름대로 줄이려고 했는데, 일부러 술도 안 먹고 그랬다."

- 언론에 기고한 글을 보니 '검찰 논고에 따르면 나는 파렴치범이었다'고 했던데.
"검사들이야 재판에서 유죄라고 주장하니까…. 제가 여기(법원) 왜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죄를 지었다고 하고, 얼토당토않은 '깨진 유리창 법칙(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퍼지기 때문에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범죄이론)' 을 끌고 오고. 최후 논고 때도 '우리는 가족들하고 국립현충원도 다녀왔는데 박정근씨는 어떤지 모르겠다, 역사의식이 있냐 없냐'하면서 검증 아닌 검증을 했다. 파렴치범 보고 양심이 있냐 없냐 얘기하지 않나. 근데 국보법이 양심을 침해하는 법이다. 거기서 양심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했다. 오늘 법원에서도 '내가 왜 여기 있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 검찰은 1심 형량이 낮다고 항소했던 만큼 이번에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당연히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법정 다툼이)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야 한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쐐기 박아야"

22일 법원의 박정근씨 전부 무죄 선고 이후 트위터에 올라온 글. 트위터리안들은 박씨를 축하하는 한편 이번 판결이 당연한 일이라고 반응했다.
 22일 법원의 박정근씨 전부 무죄 선고 이후 트위터에 올라온 글. 트위터리안들은 박씨를 축하하는 한편 이번 판결이 당연한 일이라고 반응했다.
ⓒ 트위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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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을 시작으로 '제2, 제3의 박정근'들이 나온 데다 이 일로 호주 정부에게 망명허가를 받은 사람까지 있다(관련 기사 : 'RT만 해도 국보법 위반' 제2의 박정근 더 있다).
"제가 싸우는 방법을 잘 선택한 것 같다. 트위터로 일어난 일이니 트위터로 해결하겠다는 게 기본 원칙이었다. 실제로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사실 저도 정치적 망명이나 난민 신청을 생각해봤다. 그럼에도 계속 재판을 끌고 나갔고, 2심 때도 변호사와 필사적으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고 했다. 그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서 잘 해왔다고 여긴다. 싸우길 잘했다."

- 앞으로 RT국보법, 그리고 표현의 자유 문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일단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저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법을 갖고 하는 싸움 아닌가. 아예 쐐기를 박는 판결이 나와야 거기에 맞게끔 피해자들이 후속조치할 수 있을 것이다."

- 갈 길이 아직 남았지만, 그래도 속시원해 보인다.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좀 하면서 살려고 한다. 본업이 사진이니까. 어느 정도 발이 풀렸으니 'RT국보법'말고 사진작가 박정근으로 사람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태그:#박정근, #국가보안법,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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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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