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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웨덴 스타일>의 표지.
 책 <스웨덴 스타일>의 표지.
ⓒ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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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대선이 치러진 2012년의 대한민국, 화두 중 하나는 '복지'였다. 경제민주화와 MB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 외에도, 후보들은 각종 복지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는 "복지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보수성향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복지국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스웨덴이다.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매우 이른 시기에 복지 정책을 먼저 실행으로 옮긴 스웨덴은 1900년대부터 사회의 '평등'을 각 분야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에 발간된 책 <스웨덴 스타일>은 2012년에 일본에서 스웨덴의 다양한 사회정책들을 연구해 발표한 내용의 한국어판이다. 흔히 스웨덴식의 복지정책은 '지나친 면이 있어서 경제발전에 독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2010년 후쿠시마 사태와 대지진으로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의 일본에서는 스웨덴의 정책들을 보다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는 중이며, 이는 단순한 '복지사회에 대한 열망' 이상의 이유가 있으리라 예상되는 대목이다.

<스웨덴 스타일>, 복지국가를 넘어 복지사회로

책 <스웨덴 스타일>은 일본의 학자와 저널리스트·환경전문가들이 스웨덴의 이념·체제와 정책들을 연구한 끝에 펴낸 결과물이다. 직접 스웨덴을 둘러본 현장 탐방과 동시에 통계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한 부분이 인상 깊다. 책은 서두에서부터 '일본이 겪고 있는 장기불황'의 돌파구를 스웨덴 모델을 통해서 찾으려는 노력을 드러내고 있다.

스웨덴은 '국민의 집' 개념을 통해, 국가를 '국민 전체를 포용하는 공동체'라고 봤다. 성별이나 신분 혹은 어떤 정체성도 정책이나 개인적인 대우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한 사회의식을 기반으로 스웨덴은 노사정 합의도 이룰 수 있었다. 그 결과로 경제발전과 분배의 양면을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한 쪽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 각자를 평등한 주민으로 생각하는 '국민의 집' 이념을 통해 국민이 통합되고, 민주주의 사회의 토대를 구축한 뒤, 봉건적 농경 사회와 계급 사회에서 근대적인 공업 사회로 나아가려는 시도가 있었다. 산업이 번창하고, 소셜 엔지니어를 통해 사회의 근대화와 생활 수준의 개선이 촉진됐다.

살트셰바덴 협약은 나라의 경제 발전과 시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뿌리가 된 노사 협조 노선을 상징한다. 이 협정은 계속 발전해 렌과 마이드너가 탄생시킨, 그 뒤 스웨덴 모델이라고 불리게 된 사회제도가 됐다. 이런 과정은 손쉽게 자발적으로 발전이 진행된 것이 아니다. 안으로는 극빈 사회에서 출발해 격렬한 계급투쟁을 거치고, 밖으로는 정치와 경제의 불안정을 지닌 유럽에서 독자적인 길을 찾아가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달성됐다."(본문 중에서)

스웨덴에게도 '복지국가'는 평탄하게 이룩된 성과물이 아니었다. 경제 발전이 시작된 1900년대 중반, 깊은 노사갈등과 그로 인한 시위가 격화돼 노동자와 사측 모두 크나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겪은 뒤에 생겨났다. 그 뒤에야 분쟁이 아니라 합의가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스웨덴은 '복지국가'를 넘어 '복지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국가에 의한 정책으로 사회 안전망이 구축됐지만, 단순히 거기에 의지하려는 자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민간이 혼합된 집단에서도 '공동체 의식'을 갖고 그 기조를 이어가려는 것. 그 예로는 본문에 언급된, 복지정책으로 시작됐으나 이제 마을에 흡수돼 지역기반시설의 개념이 된 코뮨(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생활지원과 의료시스템이 구축된 집단주거식 주택)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보다 평등한 사회를 꿈꾼 스웨덴의 길

스웨덴은 2009년부터 결혼에 있어 남녀의 성별 개념을 법적으로 없앴다. 이는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 배려의 차원이라기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스웨덴은 2009년부터 결혼에 있어 남녀의 성별 개념을 법적으로 없앴다. 이는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 배려의 차원이라기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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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는 남녀의 사회적 위치는 평등해야 한다는 사고가 철저히 관철되지만, 이런 사고는 남녀 사이의 관계에 한정되지 않고 '사람은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이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외국인·노인·장애인 등 각각의 개인은 사회 안에서 완전히 대등한 대우를 받고, 사회 속에서 사람의 지위는 서로 차이가 없으며, 각 개인은 같은 수준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국가는 아이가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교육을 비롯한 기회의 균등을 보장받는 것과 똑같이 심신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자립해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돌봄을 보장하며, 나이가 많아 공공 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 택시비까지 부담한다."(본문 중에서)

스웨덴은 2009년부터 결혼에 있어 남녀의 성별 개념을 법적으로 없앴다. 이는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 배려의 차원이라기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스웨덴은 젠더 중립의 정책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출산-육아 휴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부부가 각각 번갈아가며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덕분에 출산율도 높으며, 무상교육이 이뤄져 국민들은 양육에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별의 평등뿐만 아니다. 앞서 인용한 글처럼, 스웨덴은 어린아이와 청소년도 '어른이 되기 전의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인격체로 동등하게 인식하고 대한다. 또한 장애인과 노인 등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도 차별 없는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가 함께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면서 살아가므로, 다양성이 존중되는 동시에 사회의 발전이 촉진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분석된다.

복지정책이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이 스웨덴의 이러한 이념에서 포착된다. '평등'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의식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정책 발의와 진행과정. 이것이야말로 스웨덴 국민들이 보여주는 높은 투표율과 정치 참여 의지의 이유이자 결과로 나타나는 선순환의 연결 고리인 것이다.

스웨덴을 배우려는 일본... 한국은?

그렇다고 해서 책 <스웨덴 스타일>이 스웨덴을 완전무결한 사회로 포장하며 극찬하지는 않는다. 2008년의 세계적 경제불황에 스웨덴 역시 마찬가지로 타격을 입었고, 그 외에도 최근 불거져나온 이민자 폭동 등 어느 나라든 그렇듯 나름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분명하게 '복지정책이 경제효율을 떨어트린다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복지정책과 노동자 처우개선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는 스웨덴의 GDP그래프를 살펴보면 "적절한 분배와 임금인상을 보장해주는 것이 더욱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국가보다도, 스웨덴의 경제 정책이 불황 극복에 더욱 빠르게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무한정 발전만 거듭하려는' 서구식 시각을 벗어나 인간 역시도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하는, '재생가능한 만큼만 자원을 활용'하려는 녹색 환경정책을 펴는 점도 인상 깊다. 복지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배울 점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책 <스웨덴 스타일>은 "일본도 변화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물론 스웨덴이 완벽한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지향점으로 삼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낮은 임금과 정리해고 등 비정규직의 힘든 현실에 고통받는 노동자, 여전히 사회 진출에 제약을 느끼는 여성들, 차별로 고통받는 성소수자, 복지 정책이 절실한 서민들까지.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 등으로 골치를 앓는 한국, 그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이 이 책에 담겨있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들이 진정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기를 원한다면, <스웨덴 스타일>을 꼼꼼하게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국민대통합'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지난 대선의 공약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은, 한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서글픈 일은 지나간 MB정부의 747 공약으로 이미 충분하게 겪어봤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스웨덴 스타일> (레그란드 츠카구치 도시히코 씀 | 강내영·온나자와 나오코·홍일표 옮김 | 이매진 | 2013.04. | 1만7000원)



스웨덴 스타일 - 복지국가를 넘어 복지사회로, 스웨덴 모델의 미래를 보다

레그란드 츠카구치 도시히코 엮음, 강내영 외 옮김, 참여사회연구소 기획, 이매진(2013)


태그:#스웨덴 스타일, #정책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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