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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열사들을 추모하는 '49통일열사 38주기 추모제'가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에서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열사들을 추모하는 '49통일열사 38주기 추모제'가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에서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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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열사들이 친일파이자 독재자인 박정희 세력에 의해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장으로 끌려가 이슬로 사라진 지 38년이나 지났습니다. 이제 한사람 한사람 다 가고 남은 사람은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유신정권의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8년을 맞아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유족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9일 오전 열린 '4.9통일열사 38주기 추모제'에서 강창덕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김소월의 시 초혼을 낭송하고 "돌아가신 우리 동기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며 도예종, 여정남, 하재완, 송상진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1974년 구속돼 8년 8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던 강 이사장은 "독재자에게 짓밟힌 민주주의에 봄은 오는가"라며 "지난 대선때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통일을 앞당기지 못한 데 대해 열사들에게 석고대죄를 드린다"라며 무릎을 꿇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고 도예종씨 부인 신동숙씨와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 고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씨, 고 송상진씨 부인 김진생씨를 비롯한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족과 관련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4.9인혁열사 추모식에 참가한 고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4.9인혁열사 추모식에 참가한 고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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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씨는 추모식이 거행되는 동안 앉아서 안경 밑으로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만 닦았다. 이날 유족들은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지난해 10월 "인혁당 사건은 두가지 진실이 있다"고 말했다가 비난이 일자 사과한 적은 있지만 유족들을 직접 찾아 위로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재완 열사의 부인 이영교씨는 "아직까지 완전한 우리들의 세상이 오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헌법을 무시하는 유신정부가 다시 살아오는 것 같다"며 "이 정부를 지켜보아야겠다"고 말했다.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한 것과 선배들이 나이가 들어가는데 후배가 잘 하지 못해 가슴 아픈 추모식이라고 운을 떼고 "다시 이곳에 온 것은 열사의 몸을 확인하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함 부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인혁당 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당선 이후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건조작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장준하 선생 사망 의혹 등 유사한 사례나 소송을 민주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통일열사 추모식에서 춤꾼 박정희씨가 열사들을 추모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통일열사 추모식에서 춤꾼 박정희씨가 열사들을 추모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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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인혁열사 추모제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인혁열사 추모제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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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4.9인혁재단 이사는 "긴급조치를 앞세워 수많은 민주통일 인사들을 감옥으로 끌고 가 죽음으로 몰았던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처음 열리는 추모제"라며 "유족과 동지들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서 고희림 시인은 "우리가 열사의 산에 오르는 것은 / 열사의 몸을 섬기기 위함이다 / 열사는 몸으로 살았다..."며 추모시 '열사의 몸'을 낭송하고 춤꾼 박정희씨는 '진혼무'를 췄다.

이곳 현대공원묘역에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사형당한 고 도예종, 여정남, 송상진, 하재완 씨 등 4명의 희생자가 잠들어 있다. 이날 추모식을 마친 유족들과 '여정남기념사업회'는 오는 13일 오후 3시부터 경북대학교 여정남추모공원에서 추모문화제도 열 예정이다.

한편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트위터에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당하신 인혁당 사건 8명 열사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는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히고 "두번 다시 이런 사법살인이 없기를 바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과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인혁당, #추모식,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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