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최첨단 핵무기를 이용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그 사실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3차 핵실험 시행 후에 자체 개발한 핵무기가 더욱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더 나아가 <로동신문>은 지난 3월 6일에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을 하면서 "아직 세상이 알지 못하는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맞설 것"이라며 최첨단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북한이 언급한 '세상이 알지 못하는 수단'이라는 것은 북한이 그동안 극비리에 개발해 왔을 가능성이 있는 소형 핵폭발을 이용한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파)탄을 언급한다는 데에는 여러 군사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이러한 EMP탄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국제 군사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프라이 박사 북한 핵위협, "당장 치명적인 위협이다"라고 주장

북한이 이미 EMP 핵폭탄을 확보했다는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놀랍게도 전 미국중앙정보국(CIA)에서 핵무기 관련 전문가로 활동한 피터 프라이 박사다. 그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시행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19일 <워싱턴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의 EMP 공격은 '지금 당장' 미국을 파괴할 수 있으며 오바마(행정부)는 즉각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라이 박사는 이미 여러 관련 학술 단체 세미나 등에서 "미국은 EMP탄의 공격으로부터 회복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주장과 함께 "너무 작은 대응은 늦을 뿐이다"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 이후 기고한 이 글에서 "지난 12월 12일 북한이 위성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핵무기를 탑재해 미국에까지 운반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며 "일부 부족한 정보를 갖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심각한 핵위협이 되는 소형화 탄두 등의 개발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함으로 공포(panic) 상태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북한은 미국에 대해 당장 치명적인(mortal) 핵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 소형화 등에 관한 개발 실험에 성공했다며 지난 2011년 미국 국방정보국(DIA) 로널드 버그스 국장이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북한은 탄도 미사일 핵 장치를 무기화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밝혔다. 프라이 박사는 더 나아가 "북한이 그동안 오랜 기간에 걸쳐 미국에 도달할 미사일을 개발하였다고 주장한 것은 그들(북한)이 미국을 한 방에(single blow) 파괴할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과학자, 2004년 미 의회 증언 "러시아 EMP 기술 이미 북한 유출'

지난 2004년 러시아의 EMP 폭탄 제조에 관여한 과학자는 미 의회 EMP 위원회에서 "EMP 관련 정보 기술이 북한으로 유출(leak)되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북한이 몇 년 안에 슈퍼 EMP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프라이 박사는 2006년에 시행된 북한의 첫 핵실험이 폭발력이 작아 실패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그 당시 실험은 EMP 폭탄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북한이 EMP 폭탄 제조에 이미 성공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6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낮은 폭발력이 바로 슈퍼 EMP 무기의 특징"이라며 "슈퍼 EMP 폭탄은 큰 폭발이 아니라, 이른바 '콤프턴 효과 (광자와 전자의 탄성 산란)'를 위해 '감마선'을 발산해 내도록 고안됐기 때문에 감마선이 방출될 때 피시식 꺼지는 소리가 나는데, 이를 보고 (일차) 핵실험이 실패한 것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워싱턴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도 "북한의 지난 두 차례 핵실험은 슈퍼 EMP 폭탄의 특성을 보여준다"며 "EMP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큰 폭발이 필요 없으며 감마선이 방출되게 고안했을 것"이라며 "러시아 과학자들이 북한의 슈퍼 EMP 개발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며 중국 인민군 관계자는 북한이 슈퍼 EMP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한국 상공에서 EMP 폭탄이 터진다면... '현실적인 대응책 마련 불가'

최첨단 미래 무기 슈퍼 EMP 폭탄이란...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 펄스)란 핵폭발에 의하여 생기는 전자기 충격파를 일컫는다. 공교롭게도 1962년 미 해군이 태평양 상공에서 핵무기 실험했을 때, 폭발 장소에서 천여 km 떨어진 곳의 관측 장비와 모든 시스템을 비롯하여 전자 기기들이 작동을 멈췄는데, 그 원인을 핵폭발로 인해 발생한 EMP라고 밝혀졌다. 이후 이를 응용해 인명에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상대국의 군사용 전자 시스템과 무기를 파괴하기 위한 EMP 폭탄이 미국과 과거 소련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었다.

1997년 미국 의회에 보고된 'EMP의 위협'이란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본토 400km 상공에서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미국 전역이 EMP 폭탄 효과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도 30킬로미터 이상의 대기권 외부에서 폭발한다면 인체나 지상에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생성된 강력한 EMP는 해당 공격 목표 지역의 모든 통신이나 전기를 비롯한 전자 장비들을 마비시킬 수 있다.

프라이 박사는 "만일 미 대륙 중심 상공 30킬로미터에서 EMP 탄이 폭발된다면 미국 전역의 전력망과 기반시설이 파괴될 수 있다"며 "통신은 물론 교통, 금융과 물과 음식을 공급하는 시스템 모두가 일시에 작동을 멈추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것은 재래식 핵무기의 지상 폭발 파괴력을 능가하는 것으로 그러한 치명적인 대재앙은 복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라이 박사는 "현대 사회는 전기 시스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전력망이 붕괴하면 은행, 금융 체계는 물론 통신, 교통 체계가 마비되고 또 식량을 저장하는 냉장 시스템, 펌프 작동 불능으로 인한 식수 보급 차단 등으로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EMP 폭탄의 공격에 직면할 경우 그 피해가 막대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연구원(KIDA) 관계자도 지난 2009년, 국회에서 "북한은 처음부터 소형 핵탄두 기술을 시도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EMP탄 형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그 보고에 따르면 KIDA 측은 "동해 상공 40∼60㎞에서 20킬로 톤의 핵무기가 터질 경우 살상은 없으면서도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전자 장비를 탑재한 무기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EMP 탄의 공격을 적절하게 방어할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다.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사정거리 확대 기술뿐만 아니라 대기권에 재진입할 시에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기술 등 첨단 기술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더욱 소형화된 EMP 폭탄의 경우 이런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단거리 미사일 기술만 가진 국가라도 얼마든지 상선으로 위장해 공격할 국가의 인근 해상에서 해당 국가로 발사하여 상공에서 폭발하게 한다면 바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며 더 나아가 공격한 대상을 찾는 것도 오리무중에 빠질 수도 있다. 프라이 박사는 북한과 이란 등이 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여러 번 실시했으며, 단거리 미사일 실험이라고해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우려한 미국 의회는 이미 미 하원에 EMP 폭탄에 대비하는 '방패 법안(Shield Act, HR 668)'이 제안되어 있다. EMP 폭탄 공격에 대비해 전력 시스템을 보호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장치를 설치하는 등 방어 대책 마련을 위해 하원 의원들이 발의해 놓은 상태다. 프라이 박사는 미 의회가 이를 신속히 통과시켜야 하며 대통령은 즉각 이를 발효시켜 중요 기반 시설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미국 국민을 EMP 폭탄의 대재앙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EMP 폭탄 공격, 한국 대비책은 있나?... 평화 구축 협상 절실

만일 북한이 이러한 EMP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한반도의 전쟁 양상을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망이 일시에 마비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가전 및 전자 장비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 장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주한미군은 이러한 EMP 공격에 대비해 EMP 차폐 효과 기기를 개발하고 있고 이를 실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통해 몇몇 군사 장비들은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EMP 차폐를 실시하더라도 대응 전파를 발사해 공격한 목표물을 추적하는 레이더가 작동 불능에 빠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국 군의 경우도 더욱 예외는 아니다. 북한의 공격에 대해 선제공격이나 공격 원점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다짐하고 있지만, 공격 원점을 레이더로 실시간으로 추적해 곧바로 대응 타격한다는 방안은 사실 무용지물이다. 북한이 실제로 EMP 폭탄으로 공격해 올 경우, 군의 대응 레이더는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공격 원점에 대한 대응 공격 자체를 시도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한국군은 북한의 EMP 폭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대통령과 주요 정부 관계자들이 전쟁을 지휘하는 벙커와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벙커 등에 2015년까지 EMP 방호시설을 갖추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에도 우리 군의 레이더를 무력화시키는 전법을 구사하였으며, 북한군의 강력한 방해 전파 교란으로 인해 대포병 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러한 미미한 방해 전파가 아니라 실제로 인명 살상이 전혀 없는 EMP 폭탄이 수도권 상공에서 폭발한다면 그 피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이러한 실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공격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한국 군부는 북한의 공격 초반에 북한을 완전히 섬멸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만감으로만 가득 차 있다.

현대의 최첨단 미래전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라도 북한의 첨단 EMP 핵폭탄의 보유 가능성은 더욱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하루빨리 평화 구축 협상을 위한 대화와 신뢰 조성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핵전쟁이든, EMP 폭탄이든, 재래식 전쟁이든 한반도에 몰려오는 전쟁의 먹구름을 하루빨리 걷어버리고 평화 체제 구축을 향한 대화가 시급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태그:#EMP, #핵 폭탄, #한반도 전쟁, #북한 핵실험, #평화 협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