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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3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열린 삼덕동 마을축제 '머머리섬 축제'에서 '초록별 아이들'이 인형극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열린 삼덕동 마을축제 '머머리섬 축제'에서 '초록별 아이들'이 인형극을 하고 있는 모습.
ⓒ 대구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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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머리섬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모래가 떠내려와 퇴적돼 생긴 섬을 뜻하는데 이곳 삼덕동이 머머리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개발의 광풍 속에서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섬…."(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

대구시 중구 삼덕동 마을에 가장 많은 주민들이 모이는 날이 있다. 매년 5월 5일을 전후해 열리는 '머머리섬 축제'다. 어린이들이 주인이 되는 동네 주민들의 잔치날이다. 이 잔치날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삼덕동은 1가, 2가, 3가로 구분돼 있다. 1, 2가는 중심상업지역 번화가이고 3가는 주거지다. 삼덕동 3가는 1930년대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1970년대까지는 대구 최고의 부촌이었으나 지금은 세입자와 노년층이 많은 동네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재개발 광풍이 몰아치면서 마을의 위기가 왔다. 1996년 7월 대구시가 이 지역을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고시하면서 마을은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관망하는 주민들로 갈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개발을 막고 주민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이 고민해낸 축제가 바로 머머리섬 축제다.   

음식 나누던 주민들, 만나기만 하면 입씨름

2006년 5월 시작된 머머리섬 축제는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인형극을 중심으로 마임과 패션쇼, 그림 그리기 대회, 노래자랑, 거리퍼레이드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머머리섬 축제는 삼덕마을에 있는 빛살미술관과 마고재를 중심으로 열린다. 빛살미술관은 삼덕동 221번지에 있는 일본식 가옥이다. 삼덕초등학교 교장 관사로 쓰이다가 오랫동안 비어 있던 이 건물을 김경민 사무총장이 교육청을 설득해 임대를 받아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삼덕초등학교 교장의 관사로 쓰이던 일본식 건물을 임대해 빛살미술관으로 쓰고 있다.
 삼덕초등학교 교장의 관사로 쓰이던 일본식 건물을 임대해 빛살미술관으로 쓰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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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마을 '마고재'
 삼덕마을 '마고재'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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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살미술관과 작은 도로를 가운데 두고 마주하고 있는 마고재는 1948년도에 지어진 개량한옥이다. 경매 매물로 나온 이곳을 김경민 사무총장이 넘겨받아 마을 주민들을 위한 축제마당으로,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4일 대구 시내의 한 카페에서 지난 7년간 머머리섬 축제를 이끌어온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 조성진 마임이스트, 김민량 반달인형극단 대표, 김정희 미술가를 만났다.

삼덕마을 축제인 '머머리섬 축제'를 만들고 마을 만들기에 앞장선 마임이스트 조성진씨(왼쪽)와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오른쪽)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삼덕마을 축제인 '머머리섬 축제'를 만들고 마을 만들기에 앞장선 마임이스트 조성진씨(왼쪽)와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오른쪽)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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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사무총장은 1996년 삼덕마을에 이사왔다. 그는 자신의 집 담장을 허물고 만든 공원에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이도록 하는가 하면, 낡은 담장에 벽화를 그려 벽화골목을 만들었다. 음식을 만들어 주민들과 나누고 녹색가게를 열어 바자회를 하고 인형극을 했다. 식사를 마친 주민들은 노래를 부르고 풍물을 연주하는 등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다. 아이들은 신문지로 옷을 만들어 패션쇼를 선보였다.

주민들의 참여가 늘어나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환경그림 그리기' 대회도 열고 전통등 만들기, 일본문화 체험하기, 풍물 배우기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을주민들의 소통을 늘려갔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깨비예술시장'도 열었다. 삼덕마을은 대표적인 '마을 만들기' 사례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2000년대로 들어오자 이곳 삼덕마을에도 재개발 열풍이 불었다. 원룸을 지으려는 업자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벽화를 그린 담장이 무너졌고, 일본식 적산가옥이나 오래된 집, 한옥이 하나둘 허물어졌다. 그 자리에는 원룸이 들어섰다.

삼덕동이 고향인 김미영씨(34)는 "2006년 재개발 고시가 나자 하루에도 수십 번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며 "전화 때문에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서로 음식을 나누던 마을 주민들은 매일 만나면 입씨름을 하고 등을 돌렸다.

원수 된 주민들 상처 치유 위해 시작한 축제... 올해로 8년째

삼덕마을 마을만들기에서 담장에 벽화를 그린 화가 김정희씨
 삼덕마을 마을만들기에서 담장에 벽화를 그린 화가 김정희씨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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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마을 주민들의 분열이 극에 달하고 서로 원수처럼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어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마련한 축제였는데 1회는 어떻게라도 할 수 있었지만 2회, 3회는 장담하기 어려웠죠."

김경민 사무총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마임이스트 조성진씨는 "재개발이 되면 (축제가) 한 번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축제를 통해 삼덕마을을 동화 같은 마을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예술가들 스스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삼덕동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머머리섬 축제의 가장 큰 공연은 인형극축제와 마임이다. 특별한 공연공간이 필요없고,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 반대하는 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전후해서 열리는 마을축제에 인형극단을 초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 극단들에게는 이 시기가 가장 큰 대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달인형극단 김민량 대표는 지역아동센터에 나오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초록별아이들'이라는 극단을 만들어 인형극을 준비했다. 대본은 조성진씨가 쓰고 인형은 김민량씨와 극단 단원들이 만들어 아이들에게 연습을 시켰다.

김민량 대표는 "인형극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것은 아이들이 해마다 고정출연 하면서 재능이 늘어가는 것도 있지만, 성격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라며 "축제는 일상을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아이들이 그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별아이들 인형극단에 참여하고 있는 이나라(15)군과 윤예지(12)양은 "선생님들과 연극을 공부하면서 또 다른 것을 배운다"며 "다른 아이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 만들 것"

삼덕동 빛살미술관에서 인형극단 대표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덕동 빛살미술관에서 인형극단 대표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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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기간 중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 부족한 것이었다. 삼덕동에 자리를 잡고 마을벽화 그리기에 앞장섰던 미술가 김정희씨는 마을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 화장실이 있는 집을 설득하고 화장실을 알리는 그림을 그려 대문에 붙였다.

김정희씨는 "축제를 할 때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아이들도 태권도, 웅변, 동화구연 등 스스로 장기자랑도 하고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은 자신들 나라의 전통문화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머머리섬 축제는 이제 삼덕동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주민들도 함께하는 축제가 되었다.

올해에도 머머리섬 축제에는 지역주민 20여 명이 조직위원으로 참여한다. 인형극, 마임, 미술 등 예술가들이 함께한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새로 입주하는 주민들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다. 현재 삼덕마을 한쪽에는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한쪽에는 한옥마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파트에는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조성진씨는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소박한 컨텐츠들이 마을축제를 통해 소비될 수 있다면 어떤 마을축제보다 더 훌륭한 축제가 될 것"이라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덕동에 사는 주민들의 연령대가 대체로 높기 때문에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들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거예요. 아파트와 한옥촌이 상생하는 주민축제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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