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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살고 있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1000km 떨어진 뭄바이 영사관까지 버스로 왕복 40시간을 달려가 투표한 김효원씨.<오마이뉴스>는 그를 2012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1000km 떨어진 뭄바이 영사관까지 버스로 왕복 40시간을 걸려 투표하고 온 김효원씨.<오마이뉴스>는 그를 2012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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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을 아직 옮기지 않아 이번 대선 때 두 시간 넘는 곳에 투표소에 다녀온 기자였지만, 이 사람 앞에선 "저도 힘들게 참여했어요!"란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효원. 인도 벵갈루루(Bengaluru)에 살고 있는 52세의 사업가, 세 딸을 둔 평범한 아버지인 그는 지난 9일 왕복 40시간에 걸친 '버스대장정'을 끝마쳤다.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 18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오마이TV>의 대선특별생방송 '대선올레'에 소개된 뒤로 김씨의 이야기는 투표 참여 독려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범사례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를 '재외선거 투표참여 주요 사례'로 꼽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는 김씨의 이야기를 담은 투표독려 광고도 만들었다.

<오마이뉴스>는 그를 2012년에 우리가 가장 기억해야 할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김씨의 버스여행은 우리의 한 표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온 몸으로 보여줬다. 올해가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모두 있던 '선거의 해'였고, 재외국민 투표가 처음 실시됐다는 점도 감안했다.

김씨는 '올해의 인물' 선정 소식에 "어려서부터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배워서 제 할 일을 한 것뿐인데, 한 표의 가치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니 매우 영광"이란 소감을 밝혔다. '한 표의 가치'는 인도의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여행 내내 차멀미로 고생했고, 일주일 뒤까지 속이 계속 울렁거렸는데도 그가 버스여행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였다.

하지만 "무언가 허탈함이 자리잡는다(12월 20일 트위터)"며 선거 결과에는 아쉬워했다. 김씨는 대선 이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란 노자의 말을 전했다. 작은 생선을 삶을 때 함부로 뒤적이지 않고 기다려야 그 맛을 살릴 수 있듯, 정치인들은 이런 정치를 하고 국민들은 또 다른 '생선 익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12월 28~29일, 전화와 이메일로 이뤄졌다.

"버스로 40시간 가는 내내 차멀미 시달렸지만... 할 일 한 것뿐"

 자신이 살고 있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1000km 떨어진 뭄바이 영사관까지 버스로 왕복 40시간을 달려가 투표한 김효원씨.<오마이뉴스>는 그를 2012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1000km 떨어진 뭄바이 영사관까지 버스로 왕복 40시간을 달려가 투표한 김효원씨.<오마이뉴스>는 그를 2012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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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의 2012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올해의 인물'이 있는지 몰랐고, 전혀 생각도 안 했던 일이라 매우 뜻밖이다. 그동안 아주 훌륭한 분들이 '올해의 인물'로 뽑히셨던데, 저 같이 미천한 사람이…. 어려서부터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배워서 제 할 일을 한 것뿐인데, 한 표의 가치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니 매우 영광이다."

- 그래도 사업을 하면서 이틀가량(40시간) 자리를 비우는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지난 총선에 이어 투표소를 찾아 길을 떠난 이유가 있다면.
"꼭 지지하고 싶은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길 바랐고, 투표의 중요성을 저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계신 여러분께도 나름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 11년째 인도에서 살고 있는데, 올해부터 재외국민 투표제도가 생겼다. 이전부터 기대해온 일이었다. 2012년 초에 '총선과 대선에 꼭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비행기를 타고 다녀오면 그만이겠지만, 그럴 경우 투표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리는 효과가 반감돼서, 힘들어도 버스로 다녀왔다. 비행기값도 아끼고(웃음). 아이들이 처음에는 '아빠가 투표하러 가나보다' 정도로 반응이 없었는데 제가 트위터나 언론에 화제로 떠오르면서 '아빠가 무슨 일을 했다'를 알게 됐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두 딸도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했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투표를 권했다더라."

- 40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투표하러 가는 길이 만만찮았을 것 같다.
"인도 도로 사정이 한국 고속도로와는 판이해서 차멀미로 고생했고, 한 일주일간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4·11 총선 때는 처음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시간 예측을 잘못했다. 5시 마감 1분 전에 간신히 투표소에 골인했다. 그때 상황은 007첩보 대작전을 방불케 했다."

- <오마이TV>의 '대선올레'로 본인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중앙선관위의 재외국민 투표 참여 주요 사례로 꼽히고, 문재인 후보 TV광고에 소개되기도 했다.
"선관위 주요 사례 소개글은 아직 보지 못했다. 문 후보 광고에는 사실 이렇게 큰 비중으로 담길지 몰랐다. 화제성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제 생각보다 광고가 좋았고 내용도 감동적이었다.

사실 투표성향은 가까운 친구들과 대화하는 정도여서 제 이야기가 특정 후보 광고에 쓰이는 게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 의도가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었던 만큼 광고를 허락했고, 이후에는 주위에 적극 알렸다. 제가 얼마나 화제의 인물인지는 인도에 있으니 잘 못 느끼고 지나갔다(웃음). 제 나름대로 투표 참여 독려 캠페인을 한 셈인데, <오마이TV>가 소개해준 것과 잘 맞아서 저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대선올레 이후 여러 언론에도 보도됐다. 이번에 한 표를 행사한 게 정말 가치 있었다."

"투표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 공정한 선거관리도 필요"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첫날인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 지하1층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가운데, 대부분 20~30대인 젊은 유권자들이 구청 정문밖에까지 길게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첫날인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 지하1층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가운데, 대부분 20~30대인 젊은 유권자들이 구청 정문밖에까지 길게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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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에 이번 대선 투표를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했고, '월드컵 게임보다 훨씬 짜릿하다'고 표현했다. 선거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투표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또 우리 선배들이 직접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니 당연히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신성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또 한 표가 최소 5년간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게임이니, 월드컵보다 짜릿하다.

지지 후보를 떠나 공정하게 관리된 선거 결과라면 당선자에게 축하를 해주고, 힘을 모아주는 한편, 발전적 비판을 함께 해야 한다. 여야 상관없이 말이다. 다만 월드컵게임도 심판을 잘못 보면 게임의 흥미를 반감시키듯, 선거를 위해서도 공정한 심판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 결과 이후 수개표 이야기가 나온다고 알고 있다. 전자개표기 논란도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여야가 모두 아무 조치 안 하고 왔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공정한 선거관리가 없으면 앞으로 투표율이 매우 떨어질 것이다. 저 역시 40시간 걸려 투표소 다녀올 이유가 없어진다. '투표를 열심히 해봐야 아무 소용 없더라'는 식의 여론이 만들어지면 곤란하다. 여권도 앞으로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수개표를 더 적극 시행했으면 좋겠다."

(기자 주 : 대선 개표 과정에서 '수개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준희 중앙선관위 선거1과 서기관은 26일 CBS 라디오프로그램 <정관용의 시사자키>와 한 인터뷰에서 "선거법에 수개표 규정은 없지만 정확한 개표를 위해 선거 때마다 수개표로 개표를 진행하고 있고, 이번에도 수개표했다"고 해명했다. '전자개표기 조작' 의혹에는 "(개표에 쓰인 기계는) 전자개표기가 아니라 2002년부터 사용해온 투표지 분류기"라며 "분류한 표는 일일이 개표사무원들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 수개표 청원' 운동을 진행 중이다. 30일 오후 2시 8분까지 20만 7540명이 참여했다.)

- '투표율 85%'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종 결과는 75.8%였는데, 만족스러운지 궁금하다.
"재외국민 투표 여건이 매우 열악한데도 71.2%를 기록한 걸 보고 국내 투표율은 85% 정도 될 것으로 생각했다. 최소한 77%는 됐으면 했다."

위로가 필요해... '제18대 대선 투표율 80%를 넘기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약속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율이 75.8%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프리허그 도중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위로가 필요해... '제18대 대선 투표율 80%를 넘기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약속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율이 75.8%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프리허그 도중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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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투표율이 높아질까요.
"재외국민 투표의 경우, 인도는 뭄바이와 뉴델리 두 곳에 투표소가 있었다. 재외국민 투표는 영사관에서만 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제가 사는 벵갈루루와 그 인근에 한국인이 5000여명 사는데, 뭄바이에는 약 300명이 있다. 5000명이 2000km 떨어진 뭄바이까지 가야 투표를 할 수 있는 건데, 저처럼 꼭 투표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으면 안 간다. 그런 불편함 때문에 표들이 그냥 묻힌다. 실제로 재외국민 가운데 투표하겠다고 등록한 인원은 재외선거권자의 10% 정도였다. 영사관 위주보다는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 위주로 투표소가 설치됐으면 좋겠다.

전체 투표율이 올라가려면 국민들의 열망을 잘 모아야 하고, 정치권에서도 그 열망을 반영해 정치를 잘해야 한다. 그게 첫 번째 조건이다. 앞서 말한 수개표 문제도 있다. 이번에 개선하지 않으면 '투표율 올라가봤자 뭐하냐' '투표하라고 했는데 개표가 의심스럽다' 등의 이야기가 계속 나올 테고, 그럼 투표 자체가 별 의미 없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선거 이후 최강서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 등 노동자 5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떴다. '대선 멘붕'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대선 끝나고 한 어른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을 말씀해 주셨다.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란 말로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란 뜻이다. 작은 물고기를 삶을 때 함부로 뒤적거리면 물고기의 모양이 망가질 뿐 아니라 맛까지 없어진다. 즉 '작은 생선을 삶는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당부말씀이었다.

이런 정치를 해주시면 어느 대통령이 나와도 국민들이 덜 힘들어 하지 않을까. 국민들도 생선이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더 이상 희생자가 없도록 국가에서 빨리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2013년은 조용히 지내도 편안한 세상이길... 경제 살아나는 정치 원한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뤄진 19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당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송사 생방송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19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당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송사 생방송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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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은 본인에게 어떤 해였는가.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올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할 말 있는 해'로 기억될 것 같다(웃음). 아빠에게 뭔가 스토리가 생기지 않았나. 그래서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되었다. 내년은 제가 할 말 안 해도 잘 돌아가는 2013년이길 바란다. 누가 어떻게 정치를 하든 간에 국민들 불만이 없고, 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세상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게 새해 소원이다."

-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광고문구 중 하나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였다. 그가 꼭 이뤘으면 하는 꿈이 있다면.
"경제가 좀 더 살아나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 자라나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고, 그들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할 말이 다시 많아진다. 남북한 교류를 더 활성화해서 북한의 노동력과 시장도 확보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다같이 잘 사는 나라를 꿈꾼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년 월드컵 4강 응원 문구가 떠오른다.

참! 정치의 시작이 항상 '빨갱이', '종북' 논쟁인데 이런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거기서부터 이해하면 일이 다 풀리는데, 뭐든 색깔론으로 매도하고 이간질하고 파벌을 하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남북 교류 활성화도 해법일 수 있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나이 52살이 되도록 제가 부모님께 효도할 기회가 없었는데, 미천한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추천해주셔서 부모님께 효도할 기회가 생겼다. 감사하다. 새해에는 세상이 더 좋아져서 <오마이뉴스>에서도 보다 밝고 명랑하고 활기찬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길 독자 여러분과 함께 희망한다. 감사합니다."

2000~2011 <오마이뉴스> '올해의 인물'

2000년 문정현 신부(매향리 공대위 활동 등)
2001년 화덕헌(누리꾼. 이문열 도서 반환운동)
         박경석(장애인이동권연대 상임공동대표)
         덕성여대 총학생회 및 교수협의회
2002년 행동하는 누리꾼
2003년 문규현 신부(새만금 및 부안핵폐기장 투쟁)
2004년 국보법 폐지 여의도 천막농성단 1000명
2005년 노충국 부자
2006년 평택 대추리 사람들
2007년 참언론실천 시사기자단(전 <시사저널> 기자들)
2008년 촛불소녀
2009년 용산참사 유가족
2010년 천안함 북풍 이겨낸 6·2 지방선거 유권자들
2011년 희망버스 기획자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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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sost3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