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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2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부산 금정구 금샘마을공동체의 금샘마을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도서관은 책을 통한 아이와 어른, 나와 이웃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표방한다.
 부산 금정구 금샘마을공동체의 금샘마을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도서관은 책을 통한 아이와 어른, 나와 이웃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표방한다.
ⓒ 금샘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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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끼리 친하지도 않았는데 위기 상황을 맞아 서로 의논하면서 친해진 겁니다. 공동체가 됐어요…. 우리나라 백성들만큼 공동체 의식이 강한 국민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을 복원시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고 그 강렬한 힘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아주 어려운 기회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지난 12일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를 찾은 당시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공동체 복원'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고 있었다. 그것이 대선 출마 전 50여 일 동안 전국을 누비면서 그가 얻어낸 나름의 답인 듯하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에 출마 선언을 안 했으면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었을 텐데, 정말로 잘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던 따뜻한 50일이었다"고 덧붙였다.

2006년에 20여 명으로 출발, 후원회원 200여 명으로 늘어

당시 안 후보는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 이야기를 끌어와 공동체 복원의 중요성을 설명했지만, 안 후보가 강연을 한 장전동 바로 옆인 남산동에서도 작지만 의미있는 공동체가 뿌리 내리고 있다. 2006년 9월부터 시작된 금샘마을공동체가 바로 그곳이다. 마을도서관을 만들자며 모인 20여 주민들로부터 출발한 금샘마을공동체는 지금 후원회원만 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훌쩍 컸다.

14일 금샘마을공동체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금샘마을도서관을 찾았다. 지금은 건물 한 층을 모두 쓰고 있지만 금샘마을도서관의 시작은 8평짜리 작은 가정집 차고였다. 공사비가 없어 주민들이 휴일에 나와 장판을 깔고 벽을 세우고 책장을 짰다. 그렇게 도서관을 만드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2010년 7월에 개소한 금샘지역아동센터는 자연과 사람,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동체적 가치관 등을 교육 목표로 정하고 있다.
 2010년 7월에 개소한 금샘지역아동센터는 자연과 사람,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동체적 가치관 등을 교육 목표로 정하고 있다.
ⓒ 금샘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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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서관이 생기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방과 후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학원은 정답이 아닌 듯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금샘지역아동센터. 금샘지역아동센터는 학업을 보충하는 학원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가르치는 배움터다. 동네 뒷산인 금정산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선생님이 된다. 금샘아동센터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이사를 오는 주민들이 생길 정도였다. 김미옥(40)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아파트에 살 때는 옆집 사람도 모르는데 여기는 남의 아빠가 모두의 아빠고, 우리 엄마가 모든 아이의 엄마에요. 여러 가지 행사가 있어 아이들하고 참여하다 보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튼튼하게 자라는 여건이 마련됩니다. 그래서 마을공동체로 이사를 왔어요.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학교에서는 계급이 있었는데. 여긴 그렇게 없어요"

"마을가게 갖고 싶어요? 갖고 싶으면 2000원!"

 공간임대를 통해 마을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에서부터 각종 먹거리까지 금샘마을의 마을가게는 작지만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임대료는 월 2천원.
 공간임대를 통해 마을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에서부터 각종 먹거리까지 금샘마을의 마을가게는 작지만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임대료는 월 2천원.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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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찾는 발길이 늘자 주민들은 더 신이 났다. 자신감도 붙었다. 좁은 차고를 벗어나 도서관을 옮기기 위해 일일주점을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일주점에서 모인 1500만 원이 도서관 이전의 종잣돈이 돼 지난해 4월 지금의 자리로 도서관을 옮길 수 있었다. 그때 김명옥 금샘마을공동체 사무국장(42)은 불현듯 깨달았다.

"경제와 공동체를 떼놓고 볼 수 없었어요. 주민들은 밖에서 돈을 벌어와서 밖으로 소비를 하러 갑니다. 생산과 소비는 마을 밖에서 이루어지고 여기에서는 잠만 자는거죠. 그러다 보니 마을의 가게들은 쓰러져갔습니다. 그걸 보면서 경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의 책장을 주민들에게 분양했다. 마을기업인 도서관 북카페 한쪽 벽면에 위치한 20여 개의 수납 공간 중 한 칸을 2000원을 내고 빌리면 한달동안 자신이 판매하고픈 물건을 내놓을 수가 있다. 판매는 북카페가 맡아준다.

조그만 수납장 안에서 혜승이네 할아버지가 직접 양봉한 벌꿀이 팔리고 헌책도 새 주인을 만났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천연 비누와 천연 모기퇴치제, 수세미, 머리핀, 핸드폰 고리, 손바느질 작품 등도 팔린다.

이 날은 직접 시골에서 따온 단감이 매대에 올랐다. 주민들이 내놓는 것 말고도 지역 농민회와 결연을 맺어 유기농 채소와 과일 등을 마을가게를 통해 판매한다. 이럴 경우 굳이 마을가게를 빌리지 않아도 일정액을 판매가에 포함시켜 도서관 북카페는 수익을 낸다.

비록 판매액은 많지 않지만 마을사람들은 이 작은 가게들에서 마을 경제의 희망을 엿본다. 2011년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금샘마을공동체는 지금 사회적 기업으로 변신을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운영 경험을 간추려 생활협동조합 형태로 진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학 가는 마을, 마을 오는 대학

 금샘마을 내 주민들 간의 소통과 나눔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개최되는 가족벼룩시장은 내 것과 네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란 생각의 변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린다.
 금샘마을 내 주민들 간의 소통과 나눔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개최되는 가족벼룩시장은 내 것과 네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란 생각의 변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린다.
ⓒ 금샘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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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화와의 융합도 금샘마을이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되고있다. 바로 옆 동에 부산대학교가 있고, 내년에는 부산외국대학교가 마을 근처로 이사를 온다.

김 사무국장은 "대학이 들어오면 마을이 상권화되고 원룸촌이 되는 것이 단점이지만 건전한 청년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지역문화와 청년문화가 서로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샘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는 지역 소식지 <장전에서 남산까지>는 청년 문화와 지역문화의 교집합을 찾아내기 위한 시도다.

소식지는 대학가인 장전동의 젊은이들이 남산동에 와서 취재를 하고, 남산동 주민들이 장전으로 가서 취재를 하는 교차취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 이해를 높여나가겠다는 것이 마을사람들의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가 앞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나 화가들을 초청해 주민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동네 어른들보다는 대학생 언니오빠들을 만나는 걸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는 게 김 사무국장의 귀띔이다.

우리 마을의 저력은 "'우리' 마을이란 것"

 마을신문 <금샘마을>을 만들기위해 주민들이 모였다. 2008년부터 두달 터울로 만들어지는 신문은 1000부 가량이 제작돼 마을 주민들과 후원자들에게 마을의 소식을 전한다.
 마을신문 <금샘마을>을 만들기위해 주민들이 모였다. 2008년부터 두달 터울로 만들어지는 신문은 1000부 가량이 제작돼 마을 주민들과 후원자들에게 마을의 소식을 전한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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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도 속에서 마을을 향한 사람들의 애정은 깊어졌다. 14일 마을신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주민들 중에서는
일부러 마을신문에 참여하기 위해 금샘마을을 방문한 김미리(45)씨가 있었다. 금샘마을 주민도 아닌 김씨가 마을신문 제작까지 하게 된 이유가 뭘까? 김씨가 보는 금샘마을의 매력은 이랬다.

"다른 동네는 말그대로 먹고 산다고 바쁜데 금샘마을은 마주보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 상대를 잘 알게되고, 그러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들을 만나도 불편해 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고 싶어졌어요."

이렇게 주변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마을의 저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김 사무국장에게 금샘마을공동체와 다른 공동체의 차별성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우리는 우리 지역에 필요한 공간을 우리 힘으로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금샘마을 주민들이 만든 <금샘마을>신문의 9·10월호에는 '금정산의 숨은 보물찾기', '마을사람들 릴레이 인터뷰', '초등학교 운동회 소식' 등의 지역 밀착형 소식이 가득하다.
 금샘마을 주민들이 만든 <금샘마을>신문의 9·10월호에는 '금정산의 숨은 보물찾기', '마을사람들 릴레이 인터뷰', '초등학교 운동회 소식' 등의 지역 밀착형 소식이 가득하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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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필요한 공간은 외부의 도움없이 지금까지 십시일반으로 주민들이 다 만들었습니다. 외부 지원은 마을을 풍성하게 하는 데만 보태는 거죠. 전체 공동체를 대변할 곳이 필요하다해서 사단법인을 만들면서는 이사장이나 고문 같은 체계가 생겼는데 그 역할도 다 주민들이 하고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을 내 것이라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사무국장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마을 행사에 공짜는 최대한 배제한다. 김 사무국장은 "단돈 1천 원이라도 참가비를 내는 순간 내 모임·내 조직이라는 연대가 생긴다"고 말했다.

안정적 재정의 뒷받침도 마을공동체 성공의 요인이다. 200여 후원회원들이 내는 200만 원의 후원금은 마을공동체가 굴러가는 밥이 되고 기름이 된다. 1500만 원을 일일주점으로 단숨에 모은 저력이 있지만 김 사무국장은 "프로젝트는 일시적일 뿐"이라며 "주민들이 마을을 아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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