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두 분은 3년 전 거의 같은 시기에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한 분은 후배의 어머니. 곧바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아 데이케어센터(치매, 뇌졸중 등의 노인성 질환이나 기능장애가 있는 어르신들을 낮 동안 돌봐드리는 곳)를 이용하고 계시는데, 최근에 상태가 나빠져 자녀들이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또 한 분은 77세이신 나의 외삼촌. 가벼운 언어장애로 시작되어 지금은 거의 말씀을 못하신다. 자택에 계시면서 외숙모가 전적으로 돌봐드리고 있는 상황인데, 아들 한 명은 외국에 또 한 명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앞으로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내 주위에만 있을 리는 없을 터,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여기저기서 연로하신 부모님 혹은 주변 어르신들의 병환으로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집에서 모실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하는 생각을 할 때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노인요양원'일 것이다.

표지
▲ 책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요양원 풍경> 표지
ⓒ 지식공감

관련사진보기


어른들의 사연 그리고 요양원 직원들의 애환

책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요양원 풍경>은 몸이 아픈 어르신들이 모여 계신 요양원의 일상과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 어르신과 그 자녀들의 갖가지 사연 그리고 어르신들과 스물 네 시간을 함께하는 요양원 직원들의 애환을 세세하게 담은 책이다.

전체가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지만 장의 구별이 그리 큰 의미가 없을 만큼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르신 개개인의 현재와 과거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저자는 그 어르신들 사이에서 웃음과 보람과 아픔과 막막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자신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어르신이 자식 얼굴을 보며 불쑥 '오래 살아 너 고생시킨다'고 미안해하고, 하얗게 센 머리를 하고서도 시시때때로 '우리 엄마, 어디 갔어?' 물으며 젖 뗀 아이처럼 엄마를 찾는다. 오랜 세월 쌓인 기억 다 잊고 겨우 한 조각만 건져 꼭 붙잡은 채 하루를 견디고, 손님처럼 왔다가 기약 없이 가버린 자식들 기다리며 그다음 또 하루를 견딘다. 그 누가 나는 이렇게 되지 않을 거라 자신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은 바로 내 부모님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나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사실과 진실을 담고 있다. 다음은 저자인 한광현 사회복지사(호서복지재단 '효자의 집' 사무국장)와의 일문일답.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 높아졌으면"

- 첫 책 <요양원 풍경(생각나눔, 2008)>에 이은 두번째 책인데, 이렇게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최근 장기요양기관이 급증하면서 대상 노인 숫자보다 오히려 많아지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책을 판매해 조금이라도 기관 재정에 보태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2008년 첫 책의 수익금으로는 어르신들을 위한 물리치료 기자재를 구입했다고 함), 또 하나는 어르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어서다. 여전히 부정적인 노인시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높아졌으면 좋겠다."

저자 한광현 사회복지사(사진 오른쪽)
▲ 책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요양원 풍경> 저자 한광현 사회복지사(사진 오른쪽)
ⓒ 유경

관련사진보기


- 책을 읽다보면 서술 주체가 때론 어르신이 되기도 하고 때론 자녀가 되기도 하고, 또 저자 본인이 되기도 한다. 특별히 이런 서술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는지?
"다양한 시각을 담고 싶었다. 비록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어르신이라 할지라도 분명 하고 싶은 말씀들이 있을 것이다. 또 시설에 부모님을 모신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가슴 속에 쌓인 것이 많을 것이다. 매일 어르신들과 보내는 내 자신의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고,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르신들의 삶에서 가족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아들이면서 동시에 사위이고, 딸이면서 동시에 며느리인데도, 상황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면 착잡하다. 한 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서로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 10년 넘게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데, 보람과 어려운 점 한 가지씩 들려달라.  
"'사람 중심, 사람 위주'의 서비스를 목표로 일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어려운 점은 노인장기요양보호는 수익창출과 시장경쟁에만 맡겨둘 수 없는 분야인데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재정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요양원이란 사회복지사 한광현에게 무엇인가?
"'삶의 터전'이다. 단순히 월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의 자식사랑을 곁에서 보고 느끼면서 '시간과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고, 내 부모님의 세월도 총알처럼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매순간 배우면서 행복하게 어르신들 곁을 지키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요양원 풍경>(한광현 지음 / 지식공감, 2012)



요양원 풍경 -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한광현 지음, 지식공감(2012)


태그:#요양원 풍경, #요양원, #노인, #한광현, #노인시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