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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군단 보통검찰부에서 작성한 육사출신 대위의 범죄사실 목록
 제7군단 보통검찰부에서 작성한 육사출신 대위의 범죄사실 목록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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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은 군형법 제64조 2항 상관모욕죄에 의해 해당 장교를 기소했다."(5월 29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공식 브리핑)
"우리에게는 수사권이 없어서 제보를 군 검찰로 넘겼다."(6월 8일, 이용식 기무사 공보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


지난 5월 26일 <오마이뉴스>에서 처음으로 '육사출신 현역 대위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했다'(관련기사 : 육사출신 현역대위는 왜 군사법정에 섰나?)고 보도한 이후 국방부와 국군기무사령부에서 밝힌 내용이다. 기무사로부터 제보를 건네받은 군 검찰이 독자적인 수사를 통해 이아무개 대위를 이명박 대통령 등 상관모욕죄로 기소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대위의 기소를 주도한 곳은 기무사였다. 기무사가 지난 17일 군사법원에 낸 '확인서'에 따르면, 군 검찰이 이 대위를 기소하면서 제출한 증거자료들은 대부분 기무사에서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6월 12일  "기무사가 지난 3월 3일 한 대학생으로부터 제보를 받기 전인 지난 2월 이 대위의 트위터 글들이 두 차례에 걸쳐 인쇄돼 군검찰의 수사기록에 첨부됐다"며 '기무사의 트위터 사찰 의혹'을 추가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기무사·군검찰, 'MB모욕죄' 이 대위 이전부터 사찰했나).

군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 가운데 '가카 이 ×× 기어코 인천공항을 팔아먹을라고 발악을 하는구나' 등 15건에 상관모욕죄를 적용해 그를 두 차례 기소했다.

기무사 "2월 2일 이 대위 트위터 글 473장을 출력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기무사의 서아무개 대위는 지난 17일 군사법원에 '이아무개 대위 트위터 출력 확인서'를 냈다. 이는  지난 6월 26일 열린 2차공판에서 이 대위의 변호인이 "누가 증거자료를 작출(만들어 제출)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군 검찰의 석명을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대위를 변호하고 있는 이재정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2차 공판 당시 "증거능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증거자료의 작출기관이 군 검찰인지 아니면 기무사에서 만들어진 것이 군 검찰로 넘어온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서 대위는 지난 17일 공판준비기일(비공개)에 낸 '확인서'에서 "본인은 2월 2일 11시 7분경 이아무개 대위의 트위터에 대통령님 비방글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전체글을 웹페이지상에서 출력했다"고 적었다.

이렇게 서 대위가 출력한 자료는 무려 473장에 이른다. 이는 군 검찰이 이 대위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할 때 증거자료로 첨부됐다. 특히 서 대위는 군검찰에서 낸 증거자료가 임의편집 등을 통해 조작됐다는 의혹에는 "출력 과정에서 글자가 일부 누락되어 해당 글자를 이아무개 대위 트위터를 보면서 연필로 가필하였다"고 해명했다.

군 검찰이 이 대위를 기소하면서 제출한 증거자료들은 지난 2월 2일과 14일, 3월 8일에 인쇄됐다. 이 대위와 대학생 A씨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언쟁을 벌였던 지난 3월 3일보다 앞선 시기에 다수의 트위터 글이 인쇄된 것이다. 이 가운데 2월 2일 인쇄된 증거자료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대위의 트위터 글을 2월 2일 인쇄했다는 점을 헤아리면 기무사의 이 대위 트위터 사찰은 그 이전부터 진행되어왔음을 짐작게 한다. 이는 기무사가 '어떤 계기'를 통해 이 대위를 계속 주시해왔음을 보여준다.

이재정 변호사는 지난 17일 공판준비기일에 "서 대위의 확인서는 군 검찰이 아닌 기무사가 이 대위 사건을 수사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이는 군사법원법 제44조와 기무사령 제3조에서 규정한 수사범위를 넘어선 수사"라고 주장했다. 즉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는 것이다.

군사법원법 제44조 제2호와 기무사령 제3조에 따르면, 기무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간첩죄 등에 한정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상관모욕죄는 기무사의 수사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기무사가 이 대위의 트위터 글을 증거로 수집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것이 이 대위 쪽 주장이다. 이재정 변호사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제외한 모든 증거가 기무사에서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군인이 대통령 비판 글 올리면 기무사가 방첩활동 할 수 있어"

하지만 군 검찰은 "기무사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무사는 군 관련 검색어를 통해 글들을 추려 군인들만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벌였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이 대위가 트위터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면 기무사가 방첩활동의 일환으로 관여할 수 있다"고 군 검찰과 기무사 편을 들었다.

특히 이재정 변호사가 "당초 국방부와 기무사는 기무사가 3월 초 대학생의 제보를 받고 군 검찰에 넘겨 군 검찰에서 수사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서 대위가 낸 확인서 내용과 다르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만, 군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변호사가 지적한 것처럼 서 대위가 낸 확인서는 기무사가 한 대학생으로부터 제보받아 이 대위 사건을 군검찰에 넘겼다는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 대위와 대학생 A씨는 지난 3월 3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언쟁을 벌였고, 이 대위가 현역 군인임을 밝히자 A씨는 두 사람이 나눈 대화화면을 갈무리해 기무사에 제보했다. 그러자 기무사가 A씨의 제보를 군 검찰에 넘겼고, 군 검찰은 지난 3월 22일과 4월 26일 이 대위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진 이 대위 기소경위다. 하지만 서 대위가 낸 확인서는 이 대위와 A씨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자 건설문제로 언쟁을 벌이기 한달 전부터 이 대위의 트위터를 사찰했음을 보여준다.

기무사가 대학생으로부터 제보받아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사건을 군 검찰에 넘긴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기무사가 '어떤 계기'로 이 대위를 주시해오다 이 대위의 트위터를 사찰한 뒤 '상관모욕죄' 적용을 염두에 두고 증거자료를 군 검찰에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왜 기무사가 이 대위 사건의 증거자료를 수집했는지 등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서 대위가 증인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이 대위 쪽은 지난 17일 "이 사건의 모든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기 때문에 수사담당자인 서 대위가 반드시 법정에 나와 밝혀야 한다"며 서 대위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확인서'를 증거목록으로 제출했던 군 검찰은 증거를 철회하면서도 서 대위를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고 재판부도 서 대위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재정 변호사는 "통상 형사소송절차에서 검찰이 서증을 제출했는데 변호인이 이를 동의하지 않으면 끝까지 서증 작성자를 불러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증거로 채택되도록 관철한다"며 "그런데 왜 군검찰이 수사담당자인 서 대위를 법정에 불러세우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상관모욕죄, #MB모욕죄, #기무사,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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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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