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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는 자리를 찾지 못해 바닥에 앉아 강연을 듣는 관객들로 가득 했다.
 행사장에는 자리를 찾지 못해 바닥에 앉아 강연을 듣는 관객들로 가득 했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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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스님들은 뭣 좀 보는 게 있어요.(웃음) 뭣 좀 보면, 때가 왔어요. 새로운 세상, 새로운 변화. 우리 민족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이걸 잘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선택의 몫이죠"

'뭣 좀 볼 줄 안다는' 스님이 말하는 '때'란 뭘까? 9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100년> 출간 기념 북콘서트 마지막 행사가 열렸다. 평화재단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는 청년포럼(준)'이 주관하고 오마이북과 평화재단이 공동주최한 본 행사는 지난달 16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울산, 대전, 부산 등 6개 도시를 순회했다.

<새로운 100년>의 저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법륜 스님과 함께 <진보집권플랜> 저자 조국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특별출연한 이날 마지막 행사에는 1600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청중들은 바닥에 주저앉거나 계단에 기댄 채 강연을 들어야 했다.

"주고객이 40, 50대 아주머니"라는 법륜 스님의 말과 달리 어린이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 붉게 물들인 염색 머리를 하거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법륜 스님은 "SBS <힐링캠프>에 나온 이후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알아본다"면서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더 큰일을 할 수 있다"며 청년 세대의 참여를 낙관했다.

"통일 되면 '청년 실업' 해결할 수 있다"

법륜 스님과 오연호 기자의 통일 대담집 <새로운 100년>.
 법륜 스님과 오연호 기자의 통일 대담집 <새로운 100년>.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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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은 "지금이야말로 고구려·발해 멸망 이후 1000여 년 만에 우리가 다시 동북아 지역의 중심국가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상황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화를 당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청년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저는 통일이야말로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비전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서부개척을 통해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되었잖아요. 그것처럼 남북통일과 북한 건설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겁니다. 지금 취직 공부하고 있는 남한의 청년들에게도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줄 거라고 봅니다.
- <새로운 100년> p.74

법륜 스님은 "통일이 되면 북한 개발 과정에서 토목 사업 관련 직업이 떠오르고 북한의 조림사업도 유망 직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베리아 개발이나 원자재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현재 우리의 직업군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국내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 게스트 박경철 원장 역시 "통일이 되면 언어, 사회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교육과 관련한 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이라며 "사회 모든 부분에 있어 교육 관련 인력 풀이 부족할 정도로 필요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2012년 통일 위한 '통합의 리더십' 선출해야"

법륜 스님은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해 "2012년에 어떤 정권을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통일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그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누구를 찍어야 합니까?"라는 오연호 대표의 질문에 법륜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쥐가 쥐약을 먹으려고 할 때 쥐 보고 먹어라 말아라 얘기 안 합니다. '거기 쥐약 들었다' 이렇게만 얘기하죠. 먹고 안 먹고는 쥐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런 과제를 안고 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해줄 뿐이에요. 죽고 싶으면 먹고 죽기 싫으면 안 먹는 거죠."

사회를 맡은 오연호 대표의 익살스러운 질문과 법륜 스님의 재치 넘치는 답변으로 대담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무대와 객석 모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특별 게스트 조국 교수의 등장으로 무대는 오연호 대표의 말처럼 '한층 밝아졌다'. 법륜 스님이 조국 교수를 두고 "조국통일을 해야 해서 조국이다"라는 농담을 던지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새로운 100년>의 추천사를 쓰기도 한 조 교수는 2012년 대권과 관련해 망설임 없이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박근혜 의원의 정책이 과연 이 땅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지 의문"이라며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의원이 당선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말하는 '내 꿈이 실현된 나라'는 그분의 꿈이 실현된 나라이지 우리의 꿈이 실현된 건 아니죠. 그분의 꿈과 제 꿈은 좀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새로운 100년>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법륜 스님(왼쪽부터), 박경철 원장, 조국 교수, 오연호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새로운 100년>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법륜 스님(왼쪽부터), 박경철 원장, 조국 교수, 오연호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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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시대, '진정한 성공'의 의미

콘서트가 끝날 무렵 '법륜 스님표 즉문즉설' 시간도 마련됐다. 1, 2층에 자리한 수많은 관객들이 손을 번쩍 들고 "저기요!", "여기요!"를 외치며 질문의 기회를 희망했다. 젊은 층 관객이 많은 만큼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청년 세대들의 고민이 주를 이뤘다.

청년들의 고민에 법륜 스님은 "시대적 과제와 개인적 문제가 동떨어져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내가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상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예측하고 그 방향으로 간다면 자신의 노력이 더 빛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닌 같이 사는 것이죠. 우리 공동체 전체가 염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거기에 같이 맞춰나가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공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로 나타날 때도 있어요. 도둑질하는 사람도 목숨을 걸고 열심히는 해요. 그렇다고 그게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공동체가 원하는 공동선상에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스님은 "양극화 해소와 평화통일"이 곧 오늘날의 시대적 과제라며 "자신의 분야에서 각자 열심히 하되 시대적 과제와 자신의 삶을 맞춰나감으로써 진정한 성공을 거둘 것"을 당부했다. 또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해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통일의 길"이라며 통일을 위해 "북한에 대한 포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100년' 통해 함께 고민하는 통일

많은 청년세대 관객들이 법륜 스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많은 청년세대 관객들이 법륜 스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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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백지현씨(27, 여, 일산 성사동)는 지난달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로 행사에 참여했다. 백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어려워한다"며 "통일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 "이번 북콘서트를 통해 통일에 대해 많이 배웠고 투표는 물론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천 원 이천 원이라도 기부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현일씨(26, 남)는 어머니와 함께 북콘서트를 찾았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 중인 김씨는 "법륜 스님을 통해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개인적 바람의 삶에서 나아가 조직, 사회, 남북통일에 대해 고민하고 특히 교육과 관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어머니 유인경씨(54, 주부) 역시 "법륜 스님이 하시는 말씀들이 절실하게 와닿았다"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드러냈다.

"지금 당장 우리 아들만 봐도 대학 졸업 후 취업 문제로 허덕이고 있어요. 통일이 된다면 기회도 다양해지고 상황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또 같은 민족끼리 오래된 과제를 풀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엄청난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자식 세대를 위해서라도 통일이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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