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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넘나드는 더위, 그런 찜통 같은 날씨 속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아이돌 공연을 보기 위한 극성팬들의 모습이 아니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와 평화재단 법륜스님의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기다림이다.

6월 17일 대구를 시작으로 광주, 대전, 부산 등지에서 성공적인 콘서트를 마친 오 대표와 법륜스님이 최종 공연지인 서울에 도착했다. 7월 9일 저녁,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 앞은 그런 두 사람들을 보기 위한 인파로 넘쳐났다.

입장시간 전부터 몰려든 관객... 법륜스님 인기 실감

6시부터 입장이 가능한 공연장의 입구는 30분 전부터 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구성 또한 다양했다. 퇴근하고 달려온 넥타이 부대부터 교복을 입은 중고생,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줌마, 머리가 희끗희끗 새어버린 백발신사까지. 일반적인 북콘서트가 주로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높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홀로 강연을 보러왔다는 이순이할머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휴, 법륜스님이 말씀 있다고 해서 일부로 여까지 왔지. 내가 <스님의 주례사>부터 시작해서 하시는 말씀 하나하나를 다 좋아해."

<새로운 100년> 책은 읽어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읽지는 못했지만, 스님 말씀 듣다 보면 안 읽어도 다 알게 돼. 우리 스님이 말씀을 좀 잘해야지"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북콘서트를 보러왔다는 중학교 3학년 이지연양은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법륜스님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법륜스님이 <힐링캠프> 나온 걸 봤는데, 말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또 좋았어요."

지연양은 강연 끝에 있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시간에 성적에 대한 고민을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북콘서트 게스트인 조국 교수나 박경철 원장을 보러 왔다고 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대답들에 앞서 사람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는 대게 법륜스님에 관한 것이었다. <힐링캠프>를 통해 부쩍 높아진 스님의 인기, 즉문즉설 같은 명쾌한 질의응답의 명성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찾아온 것으로 보였다. 결국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의 좌석이 부족해 사람들이 통로에 걸터앉는 일도 발생했다.

자원봉사자 '북콘서트 서포터즈'

콘서트에 찾아온 다양한 연령층 외에도 눈에 띄는 것은 '서포터즈' 명찰을 건 20~30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청바지에 하얀색 셔츠라는 통일된 복장을 하고 공연준비를 돕고 있었다.

서포터즈인 유태경(21)씨는 오늘 공연을 위해 1시부터 도착해 리허설과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자원봉사 일을 왜 맡았는지 묻자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뭔가 도움을 주고 가는 느낌보다는 제가 배워가는 느낌이에요. 세상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고요, 또 사람들과 함께 스님의 좋은 말씀을 들으며 웃을 수 있는 건 더 좋아요."

몸에 플래카드 두른 '운동가' 모습도 보여

공연장 밖으로 다시 눈을 돌리니, 몸에 플래카드를 두른 여성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북한의 식량난 극복을 위해 이들에게 인도적 도움을 주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여성은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구호를 외치는 일 없이, 그저 가만히 서서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법륜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좋은벗들' 소속의 운동가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동포들이 굶어 죽고 있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는 것이 안타깝다며, "여기 오신 분들은 모두 법륜스님의 좋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얘기도 귀 기울여주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대답을 마친 그녀는 다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고향의 봄> 노래를 불렀다.

즉문즉설... '하나라도 더 묻자' 목청껏 외치는 관객들

강연이 시작되고, 법륜스님은 예의 유려한 말솜씨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했다. 스님은 때론 엄한 표정으로 청중을 꾸짖기도, 때론 인자하고 너그러운 부처의 상으로 괜찮다며 사람들을 달래주었다.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그런 스님의 손짓 발짓 하나에 웃음을 터트리며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통일이라는 메시지에 뜻을 같이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이름도 유명한 '즉문즉설'의 시간이 다가왔다. 객석 여기저기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네 가족이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성남에서 왔다는 손준혁씨 역시 마찬가지다. 준혁씨는 스님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있는 힘껏 "질문이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당당히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준혁씨는 스님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남들의 이목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외쳤다고 했다. 질문에 대한 스님의 대답이 어떠했냐고 묻자 "당황해서 질문을 굉장히 못했는데도 그걸 또 명쾌하게 풀어주시는 스님의 솜씨에 감탄했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태그:#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오연호, #법륜스님, #서울대 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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