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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떠오른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통일이 내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 국사와 세계사 과목은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하는 연도 같은 것을 빼면 흥미진진했다. 안타깝게 그런 관심이 깊은 공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학을 가기 위해 좀 더 실용적인 학문을 선택했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역사는 단지 과거 잠시 배웠던 과목정도로 묻혀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고대국가에 관한 역사소설을 접하게 되면서 묻혀진 관심이 되살아났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과거의 역사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배운 역사는 특정사관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에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도...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역사를 제대로 공부를 해보려던 참에, <새로운 100년>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은 역사보다는 통일에 대한 담론을 주로 다룬 것이었지만,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공부도 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님이나 법륜 스님의 저서를 이전에 접해봤기 때문에 두 분의 이야기가 알찰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

초반에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설명이 나왔을 때 조금 지루했다. 마치 국사공부를 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진도가 가장 안 나갔다(한번에 쭉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부분에서 꽤 정체가 됐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배웠던 역사적 사실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고대국가에서부터 지금까지의 한국사를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보람찬 시간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신라와 가야의 병합과정이다. 가야의 침략에 위험에 처한 신라가 고구려의 도움으로 가야를 물리치고 그 이후로 국력이 커져 가야를 정복하게 되었다. 이때의 정복은 침략에 의해 강제로 나라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합의하에 큰 분쟁없이 가야가 신라로 합쳐진 것이었다. 무력을 통해 피를 흘리는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병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평화적 과정이 앞으로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이룰 때 필요한 자세라고 연결시키는 법륜스님의 얘기에 감탄이 나왔다.

과거를 통해 현재 준비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말이 있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통일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스님의 말씀이 딱 이 말과 맞아떨어진다. 과거를 잘 알아야 현재와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진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된다. 이것이 역사의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통일을 이루는 것도 그렇지 않는 것도 다 우리들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기득권을 옹호하고 현실에 순응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렵고 아울러 통일을 이루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다.

내게 있어 가장 큰 통일의 의미는 '인식의 확장'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로는 북한이 있기 때문에 활동할 영역과 시야가 남한의 땅덩어리로 국한돼 있다.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시야, 특히 청년들의 그것이 한반도 내부에 제한되어 있다는 점은 각자에게 잠재되어 있는 활동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 현재 분단되어 있는 지리적 환경이 이런 사고의 제한을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면 북쪽을 통해 광활한 대륙으로 영토가 이어지게 되고 그 길을 따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가치를 창출할 공간이 크게 넓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확장은 돈으로는 살 수가 없는 무형의 가치이다. 또한 인식의 확장은 국력의 상승으로 자연스레 연결되고, 나라의 위상과 힘이 높아지면 이웃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대로된 역사를 보고 배운 아이들은 민족적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자긍심을 지닌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게 있어 통일의 가장 큰 의미이다. <새로운 100년>을 통해 이러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덧붙이는 글 | 새로운 100년 이벤트 참가



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개정증보판

법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8)


태그:#새로운 100년,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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