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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chicken game)은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자동차 게임을 뜻하는 말이다. 두 대의 차량이 마주 보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지는 일종의 힘겨루기다. 1950년대 청춘스타 제임스 딘은 영화 <이유 없는 반항>(1955년작)에서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치킨게임 장면을 통해 반항적 이미지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이 무모한 게임에서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치킨)로 낙인 찍히며 패자가 된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공멸하고 만다.

법륜 스님과 오연호 기자의 통일 대담집 <새로운 100년>.
 법륜 스님과 오연호 기자의 통일 대담집 <새로운 100년>.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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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치킨게임은 지금 한반도에서도 진행 중이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법륜 스님의 대담집 <새로운 100년>(오마이북 펴냄)에서 법륜 스님은 북한이 '너 죽고 나 죽자' 식 최후의 카드를 내놓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현재 북한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남한 역시 양보할 기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 북한은 인구 절반 이상이 절대빈곤에 처했을 만큼 위태로운 경제 상황에서 핵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손에 쥔 채 극단의 결과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런 북한이 1950, 60년대만 해도 남한보다 경제 사정이 좋았다고 한다면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핵개발에 눈 먼 듯한 그들이 1970년대까지도 남북통일을 주도하고 있었다면? '현재'라는 작은 틀 속에 살고 있는 우리, 특히 요즘 세대들은 통일은 물론이고 북한에 대해 실상 아는 게 없다.

지난 15년간 북한동포돕기 운동에 힘써 온 법륜스님은 <새로운 100년>을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북한의 오늘'을 보여준다. 북한은 왜 핵을 포기할 수 없는지,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민란을 일으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3대 세습이 가능한 것인지 우리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했던 현상들을 북한의 사회구조와 역사를 통해 설명한다. 우리가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북한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일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통일... "도약할 수 있는 계기될 것"

그렇다면 상황이 어려운 북한과 왜 통일을 해야 할까?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빠듯한데 통일이 되면 세금도 더 내야 하고 일자리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이같은 우려에 법륜 스님은 "통일에 드는 비용보다 통일된 뒤에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답한다. 지금 한계에 달해 정체 상태에 있는 남한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위한 돌파구가 바로 통일이라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더 많은 인구와 확장된 영토를 갖춘 한반도가 국내 일자리 해소는 물론,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규모 면에서 영토는 2배가 되고 인구는 1.5배로 늘어나겠죠. 영토가 21만 제곱킬로미터, 인구가 7000만 명이 되니, 지금의 유럽 나라들과 비교하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수준이 됩니다. 인구나 영토만 본다면 그 정도의 국가 위상이 우리에게 가능하다는 거죠. 거기에다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면 한반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겠죠. 미국 역사에서 서부개척이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듯이 말이에요. 통일은 우리 민족이 세계 속에서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10위권 내의 국가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G8에 들어갈 수도 있죠."

법륜 스님은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이 바로 통일의 적기라는 논리다. 책에서 스님은 "우리 역사 속에서 외부의 떠오르는 세력에 대응하지 못하면 항상 화를 입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고려 말엽 집권 세력이었던 권문세가는 명나라의 성장을 보지 못하고 원나라에 의지하다가 고려의 멸망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결국 시대의 변화를 읽은 신진사대부를 중심으로 한 조선왕조가 등장하지 않았던가?

지금 동북아시아에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세력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법륜 스님은 중국에 대한 대비 없이 현재와 같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안주한다면 미중 사이의 갈등이 남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정세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해내기 위해서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은 곧 우리 인생의 안전과 미래에 연결되어 있는 까닭이다.

"2012년 어떤 정권 선택하느냐가 통일에 영향"

투표하는 유권자의 손. (자료사진)
 투표하는 유권자의 손.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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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법륜 스님은 "남한이 중심이 된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적 통일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북한 주민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북한 주민 스스로 통일을 원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스님은 북한의 민심을 얻기 위해 우리가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이익을 주고 동시에 북한 지도부의 신분과 체제를 당분간 보호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독립을 외치던 대만의 움직임이 최근 잠잠해진 이유 역시 중국과의 관계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일 테다.

포용을 바탕으로 한 통일정책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통일추진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법륜 스님은 "앞으로의 5년 정도가 통일의 적기"라며 "2012년에 어떤 정권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2012년에 어떤 당의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양극화를 해소하고 통일문제를 추진할 정책을 가졌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런 안목과 의지가 있는 이들로 2012년에 새 정권이 만들어져야 나라의 운명이 트이게 됩니다."

통일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갈 '통합의 리더십'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역사와 시대를 포용하려는 노력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과거를 상처가 아닌 미래의 자산으로 만들어나가는 태도, 즉 통일을 과거 청산의 문제가 아닌 미래 대안으로 만들어 내려는 포용의 힘이 새로운 리더십의 핵심이다.

이 시대 청춘에게 통일이란?... '통일 한국' 우리 손에 달렸다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법륜 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새로운 100년>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법륜 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새로운 100년>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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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이라는 말을 곱씹어 본 적이 언제일까? 오늘날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그러나 그 행복 속에 오직 개인의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닌가? 통일은 우리와는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혹은 아주 먼 미래에 고민해야 할 '부담'으로 자리했었노라 고백한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어느 세대가 그렇지 않겠느냐만 이 시대 20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청춘을 만끽하며 한 번쯤 역사와 민족에 대해 고민하고 창대한 미래를 설계해볼 법도 하건만 당장 내일의 밥벌이도 벅찬 현실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부터는 밥그릇 싸움에서 물러날 기세조차 보이지 않는 기성세대가 오히려 원망스럽다.

법륜 스님은 <새로운 100년>을 통해 "통일의 원동력이 역사의식, 즉 자기 역사에 대한 자긍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통일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사실은 나 자신이 역사에서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것, 즉 역사의식의 부재를 방증한다. 책장을 덮으며 수많은 20대가 나와 같이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을는지 모른다. 혹은 우선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든데 통일을 위해 무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법륜 스님은 대답한다.

"통일에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자기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통일에 기여를 하면 됩니다."

우선 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라는 뜻이다. 정 힘들면 담벼락에 대고 혼자 욕이라도 할 일이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 우선 당장 우리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잠시 멈춰서기'가 아닐까?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의식을 가지는 일, 즉 역사와 민족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만 보며 달리던 레이스를 잠시 멈추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나의 뿌리는 어디인지 되짚어 보는 여유를 가져 보자. 도서관에 들러 역사책을 뒤적여보거나 올 여름 법륜 스님을 따라 역사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정처 없이 떠나는 해외 배낭여행 대신 국내 도시를 탐방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역사를 공부한다고 해서 당장에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과거와의 조우 속에서 당장 내일이 아닌 20년, 30년, 나아가 100년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으리라. 보이지 않던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왜 지금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청년들도 통일시대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대한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앞다퉈 투표장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새로운 시대를 향한 뜨거운 가슴을 안고서!

법륜 스님의 말대로라면 통일은 정말 우리에게 밥을 먹여 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된 밥' 말이다. 통일 한국이라는 새 시대를 위한 출발의 해 2012년, 밥 먹여 주는 통일의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법륜스님과 함께 떠나는 역사기행' 새로운 100년 이벤트 공모 기사입니다.



태그:#새로운 100년, #법륜 스님, #오연호, #통일,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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