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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7군단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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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출신 현역 대위를 이명박 대통령 등 상관모욕죄로 기소한 사건의 증거자료가 임의편집 등을 통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3월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이아무개 대위의 변호인은 26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군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웹페이지 자료들이 원본대로 출력되지 않고 편집된 의혹 등이 있다"며 "군검찰의 증거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군검찰은 "지금 당장 답변하기 어렵다"며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제7군단 보통검찰부는 지난 3월 22일과 4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이 대위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했다. 이 대위가 트위터를 통해 올린 "가카 이 XX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을라구 발악을 하는구나' 등의 글이 군수통권수자로서 상관인 이명박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이 대위를 수사한 곳이 기무사인가, 군검찰인가?"

이 대위를 변론해온 이재정(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7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증거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군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군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가 원본이라는 전제 아래 검찰의 공소사실에 동의해왔다"며 "하지만 웹페이지 그대로 출력된 자료가 아니어서 이 대위가 그 날짜에 그런 글을 썼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웹페이지 캡처본(갈무리한 자료)를 짜깁기하고 누락된 글자를 수기로 추가기입하는 등 증거자료를 편집한 의혹이 있다"며 "특히 이 대위가 트위터에 게재한 글을 (원본대로 갈무리하지 않고) 한글(워드프로세서)로 옮겨와 편집한 것 같다"고 사실상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자료분석을 근거로 이 변호사는 "군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들이 수사기관에서 합당하게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렇게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군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그동안 기무사가 한 대학생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군검찰로 넘겼다고 주장해왔는데 누가 이러한 증거자료를 작출(만들어서 제출하는 것)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이 대위 수사를 군검찰에서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 "기무사가 지난 3월 3일 한 대학생으로부터 제보를 받기 전인 지난 2월 이 대위의 트위터 글들이 두 차례에 걸쳐 인쇄돼 군검찰의 수사기록에 첨부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무사가 진작부터 이 대위의 트위터를 사찰해온 정황으로 해석됐다. 그런 점에서 군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들도 기무사에서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변호사가 "누가 증거자료를 작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증거능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증거자료의 작출기관이 군검찰인지 아니면 기무사에서 만들어진 것이 넘어온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트위터의 특성상 수사기관에서 이 대위의 계정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만약 기무사에서 미리 수사했다면 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들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트위터) 사찰이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지적에 군검찰은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군검찰관은 "제가 직접 수사한 게 아니라 다른 수사관이 했기 때문에 당장 답변하기 어렵다"며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쳥했다. 재판부도 "(다음 기일에는) 누가 증거자료를 작성했고, 그것을 출력했는지 얘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방청권 교부한 군 법원 "1차 공판 때 보안이 허술하다고 해서..."

한편,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사건을 맡고 있는 군법원이 재판 참관을 제한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법원은 2차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25일 오전 11시께 이 대위의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내일 가족 외에 누가 오느냐?"고 물으면서 "절차를 밟지 않으면 재판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후 이 대위가 군법원에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재차 확인하자 "신고하지 않은 인원도 신원만 확인되면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게다가 2차 공판이 열린 제7군단 보통군사법원의 풍경은 1차 공판 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보안과 소속으로 보이는 영관급 장교가 출입을 통제했고, 재판 참관을 위해 법정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모두 '방청권'을 교부했다. 핸드폰 반납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군단의 한 관계자는 "1차 공판 때 보안이 허술했다는 육군본부의 지적이 나와서 이렇게 엄격하게 통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차 공판 때 일부 기자들이 취재하러 온 것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태그:#상관모욕죄, #군검찰, #7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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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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