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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연주의 증언> 출판 기념 저자와의 대화 '이명박 정권은 왜 정연주를 제거하려 했는가?'가 열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연주의 증언> 출판 기념 저자와의 대화 '이명박 정권은 왜 정연주를 제거하려 했는가?'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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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기분이 좋을 일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자고 일어나면 이명박 대통령이 집에 갈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12일에는 제 해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집니다. 특히 종편 방송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요즘 종편이 시청률 0.3% 정도 나오는데 이건 이대로 가면 무조건 망하게 돼 있습니다. 종편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숙주인 신문까지 끌고 들어가서 같이 망하게 됩니다. 저는 결국 수구 기득권 언론들이 민족 앞에 참회하고 새로운 매체가 되는 데 종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싱글벙글. 청중들을 보고 연단에 선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것 같지 않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이런 저런 강의에서 많이 봤다는 한 청중은 정 전 사장을 가리키며 "얼굴이 점점 밝아지는 것 같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무엇에 대한 확신이 그의 얼굴을 그렇게 환하게 만들었을까?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60여 명의 독자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정연주의 증언>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정 전 사장은 보수 언론들이 새로 입성한 종합편성채널의 향방을 전망하며 균형을 잃은 대한민국의 언론지형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그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며 "역대 투표율과 성향을 분석해보면 진보가 모든 힘을 합쳐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근소하게 이길 수 있다"며 "진보의 결집과 더불어 20대가 투표율을 10%만 높여주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종편시청률, 조폭언론 '일망타진' 부를 것

0.3%. 거대 일간지인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보유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들이 최근까지 받은 평균 시청률 성적표다. 이 성적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 전 사장은 "요즘 종편 시청률 추세대로라면 수구 기득권의 논리를 대변하는 조폭언론이 일망타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3천 가구에 미터기를 놓고 시청률 조사를 합니다. TV에 미터기가 있고 보는 채널이 입력되는 시스템이지요. 지상파, 케이블 모두 이 3000가구를 표본으로 시청률을 재는데 0.3%면 3000가구 중에 9가구가 본다는 얘깁니다. 지금은 대기업이나 재벌 회사에 엄청난 압박을 가해서 광고를 유치하고 있지만 사실은 광고가 붙어서는 안 되는 수준의 채널인 셈입니다. 광고를 유치할 수 없게 되면 결국 망할 겁니다."

정 전 사장은 종합편성채널 선정의 가장 큰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계산을 꼽았다. 정권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보수 언론에게 보상을 하고 보수의 장기 집권을 다질 요량으로 미디어 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면서까지 진행한 것이 종합편성채널이었다는 진단이다. 정 전 사장은 "한국의 방송시장은 종편이 하나 정도 들어왔을 때 3~4년 투자를 많이 해야 겨우 살 수 있는 조건"이라며 "조중동이 언론 패권을 되찾을 요량으로 종편을 받았는데 이렇게 망해가는 것은 역사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1개 채널이 간신히 추가될 수 있는 한국의 방송시장에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종합편성채널 4개가 동시에 선정됐다는 사실은 지금의 한국 언론계의 현실의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정 전 사장은 "한국의 언론 90%가 수구 기득권층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41년 언론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언론이 이렇게 한쪽으로 쏠려있었던 적도, 언론인들이 한쪽으로 쏠려있으면서 지금처럼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언론은 사실 보도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집니다. 영국의 BBC는 좋은 공영방송으로 평가받는데 그 이유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하기 때문이지요. 반면 예산 승인을 일본 국회에서 받는 NHK는 공영방송임에도 감시와 비판 기능이 거의 거세된 조직입니다. 사실보도는 하지만 권력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KBS는 NHK처럼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게 이런 의미이지요. 요즘은 야당들이 KBS 수신료 인상 반대하니까 KBS에서 한나라당 비대위 소식만 뉴스에 내본고 민주통합 전당대회 소식은 아예 다루지도 않고 있습니다. "

"20대·30대 10%만 더 투표하면 세상 바뀔 것"

정 전 사장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수구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감시와 비판 기능을 하지 않는 언론들에 대한 설명을 하며 이러한 언론의 성향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1년 전쯤까지만 해도 제가 강연 다닐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왜 40~45%가 나오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저는 '그게 낮다는 겁니까 높다는 겁니까'하고 묻곤 했지요. 90%의 언론이 이명박 대통령 편을 드는데 지지율 40%라는 것은 사실 상당히 낮게 나오는 셈입니다."

정 전 사장은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선거의 후보별 득표율을 계산해보면 한국에는 37~38%가 좋게 말하면 보수, 나쁘게 말하면 매우 강고한 수구 기득권 세력"이라고 분석했다.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의 경우 이 38%에 중도층 조금을 흡수해도 금방 50%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국민들 사이에서는 군부 독재정권 끝내야 한다는 열망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36.6%로 당선됐습니다. 저는 이 수치에 주목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한겨레 21>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검찰의 혹독한 수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묻자 37.5%가 '사과할 필요 없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열렸던 촛불집회 1년 뒤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미국 쇠고기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국민이 전체의 38.1%입니다. 하다못해 제가 KBS 사장으로 있을 때 노조가 실시한 '정연주 사장이 있는 KBS는 좌편향이다'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도 37~38% 사이입니다. 이 수치는 시멘트보다도 강고한 수치입니다."

정 전 사장은 "사정이 이러니 선거 때 진보는 이기기가 어렵고 이기더라도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로 이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는 DJP연합을 하고 기존 정권에 불리한 IMF라는 악재기 터졌음에도 39만 표 차이로 간신히 당선됐으며 노무현 대통령 때도 표 차이는 57만 표 밖에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연주의 증언> 출판 기념 저자와의 대화 '이명박 정권은 왜 정연주를 제거하려 했는가?'가 열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연주의 증언> 출판 기념 저자와의 대화 '이명박 정권은 왜 정연주를 제거하려 했는가?'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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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사장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 언론을 보지 않는 20대, 30대 층의 지지 성향이 보수 언론을 보는 50대, 60대의 지지 성향과 점점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그래서 진보의 희망은 20대, 30대의 투표율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기준으로 진보지지 성향이 많은 20대 유권자 수가 760만 명인데 예년 선거에 비해 이 중 10%만 더 투표장으로 나오면 세상이 바뀌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태그:#정연주, #정연주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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