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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4대강 공사 완공행사를 연다고 하지만,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는 '한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경기도는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행정대집행을 위해 3차 계고장을 발송했지만, 오는 11월 5일 두물머리 유기농 공동체는 강변가요제를 엽니다. 경기도가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한 '두물머리 통신'을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기자 말>

요즘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4대강 사업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행사 홍보가 한창이지만, 사업 예정지였던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는 아직 사업이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곳 하천 부지에서 점용 허가를 받아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몇몇 농민들이 사업의 부당함을 주장하였고 그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수도권의 상수도 보호지역으로 각종 규제를 받아 왔고 이 '악조건'을 친환경농업이라는 대안으로 이겨낸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발원지이다. 정부는 이 지역 유기농단지 농민들이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하천부지의 불법점거자라는 식으로 공격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을 해왔다.

그리고 경기도는 지난 7일 이 지역에 남아있는 4개 농가에 대해 오는 31일까지 이전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내용의 5차 계고장을 발송한 상황이다. 농민들은 계속 저항하면서 정치쟁점화하였고 이를 지지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계속해서 두물머리의 4대강 사업 계획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비단 두물머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4대강 사업의 예정된 마무리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 사업이 야기한 사회적 갈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소통과 합의의 과정을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했다. 그러면서 대규모의 예산을 들여서 4대강 사업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이러한 4대강 사업이 야기한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의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두물머리 입구에 새워진 경고판. 그러나 두물머리 농민들은 2012년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 2월 법원에서도 점용허가를 유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두물머리 입구에 새워진 경고판. 그러나 두물머리 농민들은 2012년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 2월 법원에서도 점용허가를 유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 봄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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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두물머리의 대안을 그리다

정부 측의 두물머리지구 4대강 사업의 골자는 수변공원과 자전거길 조성이다. '음악당, 수질관리체험관, 자전거도로, 인라인스케이트 트랙과 초지군락, 둔치 숲이 들어서는 한강의 대표적 조망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는 이곳에서 유기농업을 이어온 농민들의 현실과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심지어 4대강사업을 찬성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입장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한마디로 이 계획은 오로지 관광객의 시선으로 두물머리를 읽고 그 지역의 가치와 활용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수립된 것이다. 반면 오랜 시간 그 땅과 관계를 맺어온 주민의 시선으로 두물머리를 바라보면 그 장소는 전혀 다른 의미와 미래의 지향점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은 자신들이 그 장소와 맺어온 역사적 맥락에서 나름대로의 지역 비전을 수립하고 있었고, 이것이 4대강 사업보다 두물머리를 잘 드러낸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적절한 형태로 정리하여 정부를 비롯한 시민사회에 제안을 하고 싶어 했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국토환경연구소의 최동진 소장을 중심으로 농업계획, 수질, 거버넌스, 환경교육, 사회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두물머리대안연구단(이하 연구단)를 꾸리게 되어 올 5월부터 9월까지 대안연구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단은 정부 측의 4대강사업안과 농민의 대안을 비교 검토하고 쟁점을 확인하며 각 계획을 평가하였다. 또 서로의 계획이 협의하고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하였다. 하천관리청의 입장을 반영한 정부의 용도구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유기농 발원지로서의 상징성과 두물머리 지역의 역사성,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내용이 추가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당초 정부가 구상했던 공간계획 중에서 관람장이나 전시장으로 계획했던 부분을 유기농체험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또한 두물머리 지역의 이용과 관리의 측면에서는 지금과 같이 개별 농민들이 하천점용허가를 받는 방식보다는 공동체에 의해서 공유지로 관리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주민공동체 혹은 농민공동체와 같은 농민들의 자발적 자치체나 관리기구를 구성하여 하천관리청과 계약을 맺고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단순히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하천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천을 관리하는 책임과 역할을 같이 맡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현재의 재배시설의 수를 줄이고 노지 재배 구역을 확대하는 한편, 체험과 전문기술 보급을 위한 시민귀농농장을 마련하였다. 논과 자연습지를 둘러서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신규 시설은 최소화하였다. 두물머리의 평화로운 풍광은 한국에서 생태 치유 농장이라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두물머리대안연구단의 대안적 공간 계획 현재의 재배시설의 수를 줄이고 노지 재배 구역을 확대하는 한편, 체험과 전문기술 보급을 위한 시민귀농농장을 마련하였다. 논과 자연습지를 둘러서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신규 시설은 최소화하였다. 두물머리의 평화로운 풍광은 한국에서 생태 치유 농장이라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두물머리대안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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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에 대한 하천관리청의 비전은 수도권 주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는 친수공간인 반면, 유기농민들은 유기농의 체험 지역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4대강 사업은 이곳에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계획인 반면, 농민들은 퍼머컬처의 원리에 입각한 환경과 조화로운 농업단지를 꿈꾸고 있었다.

연구단은 두물머리의 역사성을 반영하면서 인근 양수리를 비롯한 팔당유역의 장기적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곳이 유기농이 핵심적인 비전이 되면서도 전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의미 있게 공유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유기농 체험과 교육의 시범단지', 그리고 두 강이 만나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의 장점을 살린 '농사치유'를 위한 공간을 제안하였는데, 이것이 지역의 오염부하도 줄이고 유지관리 비용도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기도 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두물머리의 대안은 인근 양수리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별개로 논의될 수 없다고 보고, '양수리 생태마을 기획'과 '시민참여형 참살이 둘레길'을 제안하여 지역의 전체적인 균형 발전과 공동체 형성을 꾀하였다. 그러면서 수질을 보호할 수 있는 농업토지이용과 공간배치를 위해 생태완충벨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공간 계획도를 완성하였다.

대안이 현실이 되는 방법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거나 정치쟁점화로 몰아가지 않고, 소통과 합의를 통해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신뢰 구축이 핵심적으로 필요하다. 정부와 농민 양측 모두 갈등 해결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되 가능하면 이 과정을 약속이나 합의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일방적 추진을 금지하고 기존의 법체계와 절차를 존중하며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비방을 멈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두물머리 대안의 완성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기존 대안들에 대해 좀더 광범위하고 면밀히 검토해 나가면서 두물머리를 포함한 팔당유역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협의체에는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양평군,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단,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우려되면서도 현실성이 높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충분한 명분을 갖고 국민과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일방적 사업추진을 막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른 아침,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 두물머리 이른 아침,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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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대안 모색은 계속될 것이다

두물머리 대안은 4대강 사업으로 대립으로만 치닫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갈등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는 첫 번째 단추가 될 수 있다. 4대강 사업 계획이 발표되고 이를 농민들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두물머리를 다녀갔고, 그러면서 두물머리는 몇몇의 농민이 유기농을 짓던 땅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두물머리 농민의 꿈은 더 이상 농민만의 것이 아니고 4대강을 사랑하고 농촌을 아끼는 우리 모두의 꿈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대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보다 많은 지역의 주민과 시민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게도 열려져 있다.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자하는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포스트 4대강사업'이나 무조건적 '4대강 재자연화'가 아니라 우리들 사이에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기 위한 소통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 그 안에서 공동의 비전과 상생의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덧붙이는 글 | *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누리집 : http://riverun.org/dmf
* 곽정난(한국환경교육연구소/두물머리대안연구단참여연구원) : 환경교육 연구가 본업인데 작년부터 주말마다 두물머리를 오가며 농사일을 돕고 있다. 그러던 중 두물머리 대안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공동체와 유기농업이 강에서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주는 소중한 연구결과물을 내놓았다.



태그:#4대강사업,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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