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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줬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33회 제1차 본회의에 곽노현 교육감이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줬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33회 제1차 본회의에 곽노현 교육감이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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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였다가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올해 2월 이후 2억 원을 제공한 것을 인정함으로써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선거와는 상관없는 선의의 제공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과 보수언론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매수라고 단정하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대가성 여부로 보인다. 검찰이 대가성을 증명한다면 공직선거법 제232조 후보 매수 혐의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되어 당연히 교육감직 자동 상실이다. 

그러나 아직 진실, 객관적 팩트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다.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보자.

정말 대가성이었을까

대가성 입증 여부에 따라 이 사건은 자칫 제2의 노무현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 받은 것을 인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고 권력자와 기업인의 부적절한 유착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대통령도, 가족들도 대가성만 없다면 사적으로는 기업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와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을 고 노무현 대통령 사건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사건은 묘하게도 공통점이 많다. 검찰과 보수언론은 노 대통령이 돈을 받은 것 자체가 범죄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이른바 빨대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 대가성만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돈을 뇌물로 몰아갔고, 결국 그런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은 그를 부엉이 바위로 내몰았다.

곽 교육감의 행위 역시 교육감과 후보였던 사람 사이의 부적절한 거래라고 할 수 있지만, 대가성이 없다면 그 자체로 마녀사냥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진보교육감이 돈을 준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100% 맞는 말이다. 이것이 국민의 상식이다.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가 사퇴한 사람에게 당선된 사람이 돈을, 그것도 2억이나 되는 거금을 준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곽노현 교육감이 감수해야 할 책임이다.

일부에서는 사퇴 이야기도 나온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보교육감이 이런 의혹을 일으키는 행동을 한 것 자체로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주장으로 수긍이 간다. 그러나 29일 시의회에 참석하여 "의연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현재까지 곽노현 교육감은 자진 사퇴 의사가 없어 보인다.

국민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부적절한 돈 거래일지라도 법적인 불법과는 다를 수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기업인인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 자체가 권력과 경제의 유착의 한 증거라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대가성을 띠지 않는 순수한 개인 간의 거래라면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곽노현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와의 돈 거래 역시 국민적 법 감정으로는 부적절한 거래이지만 곽 교육감의 해명처럼 "선거와 상관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 교수에 대한 선의의 기부"라고 한다면 법적 잣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있다.

10억 돌려받을 수도 있었는데 2억 받고 사퇴?

박명기 교수 측에서 선거 당시부터 금품을 요구했다는 말이 떠돌았고, 이것은 사실로 확인되는 듯하다. 그러나 박 교수의 요구와 달리 곽 후보과 선대본은 명확히 거부했다고 한다. 한 캠프관계자는 이를 가장 강하게 비판한 것이 곽노현 후보 자신이며 캠프의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애초 사퇴를 조건으로 금품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각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하였으나 검찰은 "각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검찰이 일부 언론에 밝힌 바와 같이 "(금품 매수를 증명하는) 녹취록이 있다"는 주장 역시 현재까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득표가 15%이상이면 선거비용 전액, 10% 이상은 50%를 보전해준다. 이 선거자금 보전제도에 의해 지난 대선에서 16% 득표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후보는 161억 전액,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33%를 득표한 이원희 후보도 38억, 11.8%를 얻은 남승희 후보는 절반인 9억 정도를 돌려받았다.

박명기 후보는 정식 후보로 등록하여 기탁금 5천만원뿐 아니라 선거 비용으로 최소 5억에서 10억, 많게는 20억 정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신고한 전 재산이 5억 정도이고, 선거 비용만 해도 전 재산을 넘어서는 규모라는 점에서 선거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당시 박명기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선두 박명기를 다른 후보들 추격'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4월 25일 전후 A&P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28.1%를 얻어 곽 후보(20.6%)를 7.5%p 앞서는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윈폴 조사에서는 25.7%를 얻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단일화 됐을 경우에도 41.3%를 얻어 유력 보수 후보인 김영숙 후보(23.9%)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다.

이후 진보 진영이 곽노현 후보로 단일화되었다는 점에서 박명기 후보가 단독으로 당선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멀어 보인 것은 사실이다. 5월 17일 한국방송협회와 KBS, MBC, SBS 등 방송3사가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원희(7.0%), 곽노현(6.7%), 김영숙(5.9%), 박명기(5.3%)가 모두 엇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박명기 후보가 단일화로 사퇴를 결정한 것이 이틀 뒤인 5월 19일이다.

이런 점에서 박 후보가 완주하여 15%를 얻었다면 10억, 10%만 넘어도 5억 정도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부분을 두고 검찰은 후보 매수설을 주장한다. 곽 후보가 2억을 대가로 10억을 포기하라고 했을 지도 의문이고, 또 박 교수의 주장처럼 7억을 주기로 했다는 것 역시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줬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33회 제1차 본회의에 곽노현 교육감이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줬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33회 제1차 본회의에 곽노현 교육감이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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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 밀약? 정기 인사만 세 번했는데... 고작 자문위원

일각에서는 인사권 밀약 어쩌고 하는 말도 나온다. 이 역시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는 더 큰 의문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세 번의 정기인사(2010년 9월, 2011년 3월, 2011년 9월) 있었다. 인사권 밀약이 있었다면 박명기가 요직에 올랐을 것이고 언론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찾아낸 것이 지난 6월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것이다.

직접적인 정책 결정 권한도 없고, 말 그대로 교육감의 자문기구에, 경제적 이권이 걸린 것도 아니고 인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 한 푼의 월급도 없는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를 인사밀약의 대가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울교육청에는 이런 자문기구만 수십 개에 이르며, 자문위원은 수백 명에 이른다. 보수언론의 "좋은 경력이 될 수 있어 교육계 인사들에게는 탐나는 자리"라는 주장은 '확실한 헛다리'로 보인다.

금품 제공 각서도, 인사권 밀약설도 박명기 교수가 그렇게 믿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없어 보인다.

진실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 검찰에 의하여, 또는 언론에 의하여 나오는 이야기는 소스가 상당히 일방적이다. 검찰은 이미 상당한 시간 전에 수사의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 사건이 공개된 시점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발언 직후라는 점에서 여전히 의심을 떨치기 힘들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왔다갔다는 것 자체가 불법과 대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적절한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불법 소지를 이유로, 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논란에 휩싸이기 싫다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을 거론하는 사람을 매몰차게 거부하는 것이 진보진영이 말하는 도덕적인 행동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만약, 곽노현 교육감이 금품을 대가로 했든, 인사밀약을 걸었든 박명기 교수를 매수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다면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이 즉시 사퇴해야 하고, 형사 처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박 교수에 대한 인간적 선의의 지원, 막말로 "불쌍해서 주었다"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하면서 사퇴하라고, 형사 처벌하라고 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


태그:#곽노현, #박명기,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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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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