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월 28일에 나온 서울시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만 서울에서 100년 만의 자연재해가 3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태풍 '무이파'는 필자가 사는 전라북도를 지나갔는데 단 하루 만에 10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냈다. 인구 14만의 농촌도시 정읍시에서만 223억 원의 태풍피해가 났고 이는 시의 1년 총예산 대비 5%가 넘는다고 한다.

자연재해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경고

우리가 삶의 방식을 서둘러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다급한 경고로 보인다. 닥쳐 올 더 큰 재앙의 전조라는 생각도 든다. 예측불허, 엄청난 피해, 점점 커지는 피해규모, 빈번한 발생, 심리적 공포, 지구문명 자체에 대한 위협이라는 특징을 지닌 최근의 자연재해는 우리 사람들의 행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긴급대피나 응급복구, 피해보상 같은 단기대책도 필요하겠지만 오래지 않아 대피할 곳도 없고 피해를 보상할 재원마저 말라 버릴 수 있다. 지금이야 떼를 지어 피해보상을 요구하면 통하기도 하지만 그게 다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고 보면 대형재난이 전국 규모로 동시에 터지면 언제까지 통할지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농업⋅농촌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더 강화하는 방식의 농사, 기상 이변을 촉진하는 농법, 자연의 순환을 차단하는 시설들을 자제하거나 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날씨를 걱정하면서도 이런 날씨를 만들어 내는 농사를 계속 해서야 되겠는가. 이러한 차원의 대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자립형⋅지역순환생태농업'이다. 순환농업의 기존 논의와 좀 다른 의견을 내고자한다.

개별농가 차원의 자립⋅순환농업이 우선

첫째가 개별농가 차원의 순환농업이다. 지역순환농업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개별농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자립형순환농사는 별로 얘기된 바가 없었다. 개별농가나 마을단위에서 자립순환농업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자연조건이나 자원 규모에 맞게 농사짓는 걸 말한다. 가족농 인력에 맞춰 짓는 농사다. 무분별한 기계와 석유화학 농자재의 동원을 중단하는 농사다.

그 지역의 육류 소비 정도, 논밭에 들어 갈 퇴비의 양, 가족 단위의 노동력 규모 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얼마나 많이 팔릴 것이냐 보다 얼마나 값비싸게 팔 수 있느냐보다 이런 조건이 먼저다. 소규모 농사를 권장한다는 것이다. 농기업이나 법인 위주의 농업정책을 거두고 소농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연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농사가 몇 십 년 동안 줄기차게 진행되어 왔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큰 농장들을 둘러보면 산비탈을 깎아 낸 과수원, 논 가운데에 지은 축사, 화학비료와 기계로만 농사짓던 곳이 가장 심하게 피해를 봤다.

셋째는 순환농업의 지역 범위를 정할 때 등고선과 같은 다중구조가 좋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첫째 기준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 면단위, 시⋅군 단위에서 해야 할 사업이 있을 것이고 광역단위에서 할 사업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단위보다는 강을 중심으로 하는 수계권역이나 산을 중심으로 자립형순환농업 지역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대상품목과 계절과 기후에 따라 등고선은 달라질 것이다.

넷째는 자립의 대상을 지역의 문화나 교육, 물, 건축, 의료, 에너지, 의복, 전통, 풍습으로까지 확대하는 문제다. 지역정당, 지역학교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른 광역단체나 다른 나라와 물자를 교환해야 할 때는 예외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후퇴를 고려 할 때

미국에는 100마일 식당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모든 식재료를 160킬로미터 이내에서 공급받는 식당이다. 전주에서 천안거리가 안 된다. 미국이 한국(남한)보다 100배나 땅덩어리가 큰 점을 생각하면 전주 옆 완주군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서울까지 갔다가 다시 전주의 대형마트에 전시되는 현실은 오늘의 자연재해를 두고 절대 하늘을 원망할 수 없는 이유다.

성장과 개발, 소비, 풍요라는 미신 때문에 우리가 우리 무덤을 파고 있는 꼴이다. 이런 이상기후 촉진형 유통체제는 중단해야 한다. 음식거리이동 개념을 도입하여 농산물의 이동거리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식의 자립형지역순환농업을 하자면 국가혁명 수준이다. 인구의 재배치, 도시의 축소, 기존 교육내용과 교육목표, 교육시설의 폐기, 교통시스템의 전환, 무역의존형 경제체제 중단, 주택이나 땅 등의 공공재에 대한 재산권 제한, 식량문제, 국토이용문제, 전통민간의술 복원문제 등 모든 것에 대수술을 가해야 한다. 우리가 바꿔야 할 삶의 방식은 이런 수준이 되어야 한다. 거듭되는 자연의 경고를 이런 수준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는 성장정책을 멈추거나 지속가능한 후퇴를 추진할 사람을 정치지도자로 뽑아야 할 것이다. 특히 농업문제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필자가 사는 인근지역에서 진행되는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모두 인구 두 배, 소득 두 배, 국가기관 유치를 외치고 있다. 중앙정부에 향해 이번 태풍 피해에 대한 철저한 보상과 복구를 외치고 있다. 정말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다음카페 <지리산밝은마을(cafe.daum.net/JrisanHARA5)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자연재해, #순환농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