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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복 작가는 도판을 조형해 변주하는 형식으로 작업을 한다.
▲ 빛과 흔적 이흥복 작가는 도판을 조형해 변주하는 형식으로 작업을 한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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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도예)의 경계를 넘어 조형일반의 원리까지 광범위하게 접근한 도예전이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23일부터(4월 10일까지) 종로구 관훈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흥복 도예작가의 '빛과 흔적'전은 도판을 조형하고 변주하는 형식에 착안한 작품전이다.

비슷비슷한 모듈내지는 유닛을 단위구조 삼아 반복적으로 열거하고 집적하거나, 여기에 최소한의 장식적 요소를 끌어들여 변화를 줬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응 내지는 변주라고 할까.

특히 어떤 구체적인 형상보다 최소한의 추상적인 요소로 조형된 미니멀리즘적인 형태가 정통적인 세라믹은 물론, 현대도예의 경향성과도 구별된다. 작가의 작품은 세라믹에서 시작했으면서도 정작 세라믹에 한정되지 않는, 이의 경계를 넘어 조형의 일반 생리와 광범위하게 만나는 경계 넘나들기가 수행되고 있다.

도판으로  나타난 평면성이 작업의 기저가 된다.
▲ 빛과 흔적 도판으로 나타난 평면성이 작업의 기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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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의 경계를 넘어 조형 생리까지 접근했다.
▲ 작품 세라믹의 경계를 넘어 조형 생리까지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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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을 디테일하게 접근해보면, 도판을 조성하기 위해 석고주형을 이용해 흙물을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판 전면에 점을 찍고, 그 점을 기점으로 마치 종이를 오리듯 칼로 그어 선을 새겨 넣기도 하고, 길고 좁은 띠 형태의 면을 조성하거나, 아예 그 면을 도판으로부터 오려 낸다. 마치 칼로 찢겨진 그림에서처럼 평면성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평면 너머로까지 공간을 확장하고 공간을 평면 내에 끌어들여 화면과 공간이 하나로 연속되게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일련의 과정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점, 선, 면 그리고 삼각형과 원형의 기하학적인 형태만으로 화면을 조형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양면성을 지니듯 작가의 작품들은 양각과 음각의 형태를, 차가움과 온화함의 질감을, 비움과 채움의 양감을, 열림과 닫힘의 공간을, 빛과 그림자의 색채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빌과 흔적은 화면과 공간이 확장된 느낌을 준다.
▲ 작품 빌과 흔적은 화면과 공간이 확장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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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으로 나타난 평면성이 작업의 기저이다.
▲ 작품 도판으로 나타난 평면성이 작업의 기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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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업은 얼핏 똑같은 단위 구조가 병치된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속에 똑같은 형태는 하나도 없다"면서 "너와 나의 일상이 같으면서도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거창할 것 없는 삶의 진실을 침묵으로 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작품을 관람한 이미숙 시인은 "알파벳이 연상된 도예 오브제들이 자세히 볼수록 심한 변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세라믹 백열등 작품을 보면서 입체와 회화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임기연 액자작가는 "작품에서 풍기는 매력은 작가의 내면의 환한 미소인 것 같다"면서 "작가의 삶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이흥복 작가(좌)와 이미숙 시인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이흥복 작가 전시장에서 이흥복 작가(좌)와 이미숙 시인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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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복 작가는 영남대학교와 동대학원을 거쳐 뉴욕 프렛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이후 통인옥션갤러리(서울), 소양 오스갤러리(서울), 스페이스월드갤러리(뉴욕), 한국문화원(뉴욕, 워싱턴), EAST&WEST CLAY전 시카고 아트페어 조지시갈뮤지엄(뉴저지) 등에 작품을 전시했다.


태그:#김흥복, #빛과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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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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